MZ만 책 보나? 1000만 노인 독자 잡아라!… '큰글자책' 시장 커진다

최다원 2026. 1. 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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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발걸음을 실내로 재촉하던 23일.

같은 날 국가 대표 도서관인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2층 문학실엔 큰글자책으로 빼곡한 책장이 놓여 있었다.

특히 시판 중인 큰글자도서를 단순 매입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 관심도 등을 고려해 큰글자책으로 제작할 도서를 선정 제작하고 인구감소지역에 우선 배포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얻었다.

일각에선 "글자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전자책이 낫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노인 독자의 95%가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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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독서보다 글씨 크기·행간 키워
2000년대 들어 정부 주도 배포 확대
출판사·서점서 전문 브랜드 만들기도
"B2C 판매 확대 위한 노력 필요해"
23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큰글자책 서가에 책들이 놓여 있다. 큰글자책은 일반 도서보다 글자 크기를 키워 다초점 렌즈나 돋보기 등 시력 보조 도구 없이도 보다 편안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됐다. 임지훈 인턴기자

차가운 바람이 발걸음을 실내로 재촉하던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한편엔 낯선 매대가 설치돼 있었다. 진열 상품은 다름 아닌 큰글자책. 교보문고와 출판사가 협업해 15일 론칭한 브랜드 '이지페이지' 도서로, 기존 책보다 글자 크기를 키우고 줄 간격을 넓힌 게 특징이다.

같은 날 국가 대표 도서관인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2층 문학실엔 큰글자책으로 빼곡한 책장이 놓여 있었다. 시중엔 판매되지 않는 큰글자 버전 소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전체 큰글자책 1만3,569종, 2만9,105권 중 신간을 비치해 놓았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출판시장 화두로 떠오른 지 20여 년. 큰글자도서가 서가를 점령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민간업체 간 출판 협업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다만 높은 제작비로 인해 책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한계는 여전해 판로 활성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서관 위주로 보급… 출판사·서점도 관심

큰글자책은 고령층과 저시력자를 위해 글자 크기와 행간, 자간 등을 확대 제작된 도서다. 20세기 초중반 영미권에서 먼저 시도됐고, 국내에선 2002년 정부가 시니어층을 '독서 장애인'으로 정의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대체자료로 큰글자책을 제시하며 관 주도로 본격 도입됐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도서관협회를 통해 출판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보급사업을 시작하면서 큰글자책 제작은 가파르게 늘었다. 첫해 1,700여 권이던 연간 발행부수가 10년도 지나지 않은 2017년 2만4,408권에 이르렀다. 지난해까지 364종, 20만4,209권을 전국 8,147개 도서관에 배포했다.

23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성해나 작가의 소설 '혼모노' 표지 크기를 비교한 모습. 임지훈 인턴기자

독서 소외계층이 잠재 독자층인 만큼 홍보 활동도 다방면으로 펼쳐진다. 협회는 국내 최대 북페어인 서울국제도서전에 2018년부터 참여해 큰글자책 홍보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 독자에게 다가가려 안경닦이 등 굿즈도 만들었다.

호응은 뜨거웠다. 문체부 설문조사에서 큰글자책 보급사업의 만족도는 기관 97%, 이용자 92%로 집계됐다. 특히 시판 중인 큰글자도서를 단순 매입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 관심도 등을 고려해 큰글자책으로 제작할 도서를 선정 제작하고 인구감소지역에 우선 배포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얻었다.

공공사업에서 소비자 수요가 확인되자 민간도 움직였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2015년부터 이달까지 7,437종의 큰글자책을 펴냈고, 다산북스는 2019년 시니어 플랫폼 브랜드 '리더스원'을 만들어 2,047종을 찍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큰글자책은 약 1만1,000종으로 파악된다.

23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일반 도서(왼쪽)와 큰글자책의 글씨 크기를 비교한 모습. 임지훈 인턴기자

일각에선 "글자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전자책이 낫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노인 독자의 95%가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명소혁 다산북스 콘텐트리2팀장은 "종이책을 보는 분들은 계속 종이책만 보기 때문에 큰글자책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문고가 국내 유통사 중 처음으로 큰글자 브랜드를 낸 것 역시 이런 독자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이날 교보문고에서 만난 40대 손모씨는 "벌써 시력이 점점 나빠지는 게 느껴지는데, 글씨가 크니 확실히 눈이 안 아프다"며 "(김선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인) '시간을 파는 상점'은 이참에 한번 사보고 싶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에 대부분 도서관으로… 판로 활성화 필요

23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비치된 큰글자도서 브랜드 '이지페이지' 서적들. 김보현 인턴기자

다만 큰글자책 가격이 일반 판형보다 2배 이상 비싼 점은 대중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글자를 키우면 인쇄용지도 커지고 쪽수도 늘어나 비용이 1.5~2배 더 든다. 여기에 제작 수량이 적을 수밖에 없어 대량 생산에 따른 단가 인하 효과를 볼 수 없다. 이 탓에 큰글자책은 주로 공공도서관이 매입하고, 일반 독자 대상(B2C) 판매는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뮤니케이션북스의 큰글자책은 80%가 도서관으로 간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규모 출판사는 커뮤니케이션북스나 다산북스처럼 자체 출판공급시스템을 갖춘 곳에 기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북스 관계자는 "복지 차원에서 일반 소비자 구매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며 "공공성을 띤 플랫폼이 생기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에 대형 활자 서적만 취급하는 전문 서점(Librairie des Grands Caractères)이 있듯이 국내에도 효과적인 큰글자책 유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큰글자책만의 베스트셀러 집계 등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는 마케팅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김보현 인턴 기자 kimbh3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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