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시력 위협하는 황반변성, 치료 시기 놓치면 실명 위험 커진다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6. 1. 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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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성은 영양제, 습성은 주사 치료로 실명 예방
증상 없어도 정기 검진과 암슬러 자가 검사로 조기 발견 가능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노년에 접어든 여성 A씨는 한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을 때까지도 자신에게 실명 위험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통증이나 시야 이상 등 뚜렷한 자각 증상은 없었다. 60세쯤 우연한 기회에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고, 당시에는 이미 한쪽 눈의 시력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다. 남은 한쪽 눈의 실명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했다. 변석호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조금만 더 늦게 발견했다면 남은 한쪽 눈도 실명했을지 모른다. 적극적이고 꾸준한 치료를 이어온 덕분에 남은 한쪽 눈의 시력을 약 20년간 보존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며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안과 무료 진료 ⓒ연합뉴스

황반변성, 통증 아니라 검사로 발견하는 병

A씨의 황반변성은 구체적으로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하 황반변성)에 해당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60대 이상에서 가장 흔한 실명 원인 질환이다. '나이 관련(age-related)'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다.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에 상을 맺기 때문이다. 망막의 중심부에는 노란빛을 띠는 '황반'이 있다. 황반에는 빛과 색을 감지하는 시세포가 밀집돼 있어, 글자를 읽거나 얼굴을 인식하는 등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핵심 부위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황반이 서서히 손상되면서 중심 시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김찬윤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과거에는 국내에서 비교적 드문 질환이었던 황반변성이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와 안과 검진 확대의 영향이 크지만, 서구화된 식습관 등 생활환경 변화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령 외에 흡연, 포화지방, 비만, 고도근시 등도 주요 위험 요인이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눈은 에너지 소모가 많은 기관으로, 지질이나 단백질 등 대사 노폐물이 지속적으로 생성된다. 노폐물이 망막에 쌓여 형성된 침착물(드루젠)이 점점 커지고 망막은 위축된다. 결국 망막이 심하게 위축된 상태(지도상위축)에 이르고 시력을 잃게 되는 질환이 건성 황반변성이다. 드루젠이 커지는 동안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도상위축으로 진행되면 글자를 읽거나 얼굴을 인식하는 중심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결국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다. 

드루젠이 늘어날수록 망막으로의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나는데, 이 신생혈관은 구조적으로 매우 약해 쉽게 파열된다. 그 결과 출혈이나 부종이 발생하는 질환이 습성 황반변성이다. 습성 황반변성은 건성 황반변성에 비해 진행 속도가 빠르다.

이처럼 황반의 구조와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시각 정보가 왜곡되면서 다양한 시각 증상이 나타난다. 황반변성의 대표적인 증상은 글자가 휘거나 찌그러져 보이는 '변형시'와 사물의 중심부가 보이지 않거나 가려지는 '중심 암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양쪽 눈을 함께 사용할 때는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한쪽 눈을 가리고 번갈아 확인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증상은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초기에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황반변성은 통증이 없어 증상만으로 알아차리기 어렵고, 안과 검사로만 조기 발견이 가능한 질환이다.

황반변성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40~50대부터는 매년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암슬러 격자(Amsler grid)를 이용한 자가 검사도 도움이 된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10cm인 격자 검사표(모눈종이와 유사한 형태)를 조명이 밝은 환경에서 눈으로부터 약 30cm 떨어진 위치에 두고, 한쪽 눈을 가린 상태에서 좌우 눈을 번갈아가며 가운데 작은 점을 응시한다. 이때 주변 격자선이 곧고 균일하게 보이는지 확인한다.

치료 목표는 시력 회복 아닌 실명 예방

검사 중에는 가운데 있는 점을 계속 응시해야 하며, 시선을 격자선으로 옮기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착용한 상태로 검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암슬러 격자 검사표는 안과나 약국에서 구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사용할 수도 있다. 종이 검사표가 가장 적절하며, 여의치 않으면 컴퓨터 화면을 이용해도 된다. 격자선이 휘어 보이거나, 끊어져 보이거나, 일부가 보이지 않거나, 검은 점이나 흐릿한 부위가 나타난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하고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변석호 교수는 "가장 확실한 조기 발견 방법은 매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다. 여기에 더해, 수시로 암슬러 격자 검사를 시행해 이상을 느낄 경우 지체하지 말고 즉시 안과를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안과에서는 안저(망막) 검사와 함께 빛간섭단층촬영(OCT), 형광안저혈관조영술 등을 시행해 망막의 구조적 변화와 혈관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한다. 황반변성이 진단되면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경식 순천향대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건성 황반변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망막이 점차 위축되는 말기로 진행하거나, 일부에서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전환된다. 건성 단계에서 발견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시력을 회복시키는 근본적 치료법은 없다"고 말했다. 

시력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실명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는 있다. 황반변성 치료의 목표는 '시력 회복'이 아니라 '질환 진행 억제'이며, 이를 통해 실명에 이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치료 전략은 질환의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드루젠이 쌓인 초기 단계에서는 루테인이나 비타민 등을 포함한 복합 영양제(AREDS/AREDS2 포뮬러)를 복용할 경우, 황반변성 진행을 유의미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다만 이런 복합 영양제는 황반변성 예방이나 근시·노안 개선 효과는 없으며, 흡연자나 임신부는 복용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복용량도 개인의 상태와 질환 단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의사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한편 일부 주사 치료제도 개발돼 해외에서 시도되고 있으나, 효과가 제한적이고 합병증 위험이 있어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변석호 교수는 "건성 황반변성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으로,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할 경우 복합 영양제 복용을 통해 진행 속도를 20% 정도 억제함으로써 실명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혈관이 형성된 습성 황반변성의 표준 치료는 주사 치료다. 비정상적인 신생혈관 성장을 억제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주사제를 눈 안으로 주입하면 시력 저하를 늦추고 실명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치료법이 거의 없던 과거와 비교하면, 주사 치료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인한 실명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춘 치료법으로 평가된다.

최경식 교수는 "습성 황반변성은 주사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치료를 이어가던 환자 가운데 일부는 일정 시점부터 병원에 오지 않는다. 시력이 눈에 띄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이 주사 치료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다. 습성 황반변성에서 주사 치료의 목적은 이미 저하된 시력을 과거처럼 되돌리는 것이 아니다. 질환의 진행을 억제해 추가적인 시력 저하와 실명을 예방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황반변성 관리의 출발점은 병을 아는 것

주사 치료를 중단하면 병변이 다시 활성화돼 시력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주사 치료는 연 5회 이상 반복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러한 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구 내에 약물 전달 장치를 삽입해 수개월에서 1년가량 약물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도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시술 난이도와 안전성, 합병증 위험 등 여러 한계가 있어 일반 진료에서 널리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망막세포가 질환을 억제하는 물질을 스스로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유전자 치료법도 연구되고 있다. 변석호 교수는 "주사 치료와 유전자 치료는 모두 같은 기전의 약물로 질환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유전자 치료는 완치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주사 치료의 부담을 줄이는 등 치료 편의성을 개선하는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을 일찍 발견한 사람의 공통점은 평소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완치 방법이 없는데 조기 발견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 최경식 교수는 "조기 진단의 핵심은 질환을 인식하는 것, 즉 병식이다. 병식의 유무에 따라 질환 관리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병식이 있으면 암슬러 격자로 시야 변화를 점검하고, 눈에 부담을 주는 생활습관을 피하며, 정기적인 안과 진료를 통해 진행을 관리하게 된다. 항산화 영양제를 복용하고, 고혈압·당뇨병 등 동반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황반변성 관리를 위해서는 항산화 식단, 규칙적인 운동, 금연, 혈관질환 조절, 자외선 차단이 기본이다. 특정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질환을 치료할 수는 없다. 한국망막학회는 채소·과일·견과류·곡류·어류 중심의 균형 잡힌 식단을 권고한다. 특히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 섭취는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황반변성 위험이 커지는 만큼,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흡연은 황반변성 발생과 진행 위험을 2~3배 높이는 강력한 요인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또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병 등 혈관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강한 자외선 노출은 망막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야외활동 시에는 선글라스나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TV나 스마트폰 등 단파장 가시광선이 나오는 전자기기에 장시간 노출되는 일은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나이가 들수록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실내 조명을 충분히 밝게 유지하는 것이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눈물 분비가 감소하는 만큼 인공눈물 사용이나 실내 습도 조절도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안구건조증 예방을 위해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고, 하루 3회 이상 환기할 것을 권고한다. 이은경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을 단순한 노안으로 여기고 증상을 참고 지내다 치료 시기를 놓친 채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황반변성은 조기에 발견하면 실명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발병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를 통해 시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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