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뜨거운 자산시장, 차가운 실물경기

지난 주 코스피가 장중 5,000을 돌파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그야 말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코스닥 역시 집권 여당의 코스피 5,000특별위원회가 코스닥 3,000 달성을 위한 시장 육성 방안을 제안했다고 알려지면서 1,000을 돌파할 기세다. 부동산 시장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아파트매매가격 상승세는 멈출 줄을 모르고, 지방 아파트매매가격도 지난해 9월말부터 감소세가 멈춘 후 11월부터 지금까지 미미한 수준이지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 실물경기는 요즘 날씨처럼 냉랭하기만 하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산업활동 주요 지표들 가운데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건설기성 등 주요 실물경기 지표들이 감소세를 보였고, 소매판매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로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0%대 증가세로 내려앉았다. 그 결과, 현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종합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경기 저점 확인도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성장 추세가 또 한 번 꺾인 것이다. 즉, 지난 4분기 국내 경제는 전기비 기준 -0.3%로 1분기 -0.2%에 이어 연중 두번째 역성장을 경험한 것이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1%로 0%대 성장 위기에서 벗어난 점은 다행이지만, 민간소비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설비 및 건설 투자와 수출마저 감소하면서 성장 추세를 크게 약화시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납득할만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설비투자와 수출 부진은 트럼프 관세 및 무역 정책,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작용하면서 기업 심리를 악화시켰고,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물경기 흐름이나 실적 전반에 걸쳐 낙관하거나, 기대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를 들면, 건설 투자 및 시장 흐름이 경제 전반의 회복세를 크게 제약하고 있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제기됨과 동시에 정책 당국에서도 충분한 대응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부분이다. 더군다나, 소비진작을 위한 강화된 정부 노력, 활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불타오른 자산시장,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고용 및 가계 소득 여건 등을 고려하면 소비 회복세가 제약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반복적인 논의지만 소규모 개방경제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외 여건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큰 제약 하에서도 우리 경제는 늘 새로운 동력원을 찾아 성장을 지속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도 정책 당국이 대안으로 제시한 AI(인공지능)나 녹색대전환, K-반도체, 방산, 바이오, K-컬쳐산업 등의 육성을 통한 잠재성장률 반등 노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다만, 단기적인 실물경기의 흐름과 경제 실적은 경제 주체의 심리와 시장 친화적으로의 규제 환경 변화 등에 더 크고 빠르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새집을 짓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낡고 헌 집을 깨끗이 수리해 거주자로 하여금 새로운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나 바람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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