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의 우리술 이야기)이제 전통 술잔까지도 복원해 보자

최미화 기자 2026. 1.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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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술잔은 어떤 게 있을까.

흔히 한국의 전통 술잔이라면 계영배(戒盈杯)를 떠올린다.

『증보산림경제』(1766년)에는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유황술잔을 만드는 방법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먼저 나무를 깎아서 술잔을 만드는데, 그 두께는 종이처럼 얇게 한다. 그런 다음 커다란 귤껍질을 벗겨서 하얀 속껍질과 알맹이는 제거하고 나무 술잔의 바깥쪽에 덧대어 풀로 붙인다. 이어서 기름을 부은 다음 햇볕에 쬐어 말리고, 안쪽은 퇴홍색(退紅色)으로 왜칠(倭漆)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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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한국의 전통 술잔은 어떤 게 있을까. 술에 대한 관심은 많이 높아졌다. 고문헌에 수록된 전통주도 웬만큼 복원되었다. 그중 상당수는 많은 양조장에서 응용하면서 새로운 술로 탄생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전통주의 우수성이 그만큼 입증이 된 셈이다.

하지만 술잔에 대한 관심은 아직 없다. 술과 술잔은 따로 뗄 수 없는 관계다. 술이 문화이고 술빚기가 문화라면 술잔도 역시 문화다. 더구나 한국전통주와 함께 수백년 이어온 문화 아닌가.

흔히 한국의 전통 술잔이라면 계영배(戒盈杯)를 떠올린다. 계영배는 넘침을 경계하는 술잔이다. 실제로 이 잔에 70% 정도 술이 차면 '사이펀의 원리'로 한 방울도 남지 않고 구멍으로 술이 다 빠져나가게 고안되어 있다.

계영배가 가르침을 주는 술잔이라면 유황 칠을 한 유황배(硫黄杯)는 기능성 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증보산림경제』(1766년)에는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유황술잔을 만드는 방법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매번 뜨거운 술 두 잔을 아침 빈속에 따뜻하게 마시면 온갖 병이 다 제거되니 이것보다 나은 처방은 없다고도 했다.

『임원경제지』(1827년)에는 왜 유황술잔에 술을 따라 마셔야 하는지 잔의 효능을 설명해준다. 과장된 표현이지만 옮기면 다음과 같다. '이 잔은 천지의 조화와 짝을 짓고, 수명을 늘리고 노화를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
『임원경제지』에는 유황배 외에도 여러 형태의 술잔을 의미하는 '배표(杯杓)'가 정리되어 있다. 대부분 중국의 고서적에 나오는 내용을 옮긴 듯하다.

홍어파배(紅魚把杯)는 붉은색의 보석을 가루로 낸 뒤, 그 가루로 물고기의 형상을 그리고 구우면 굽는 동안 잔의 몸체 안에서 물고기가 도드라지고 보석의 색인 선홍색이 사람의 시선을 뺏는다고 했다. 그 외에 안쪽 바닥 중앙에 '단(壇)'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흰 사발이 있는데 이것이 '단잔(壇盞)'으로 바탕이 세밀하고 형식이 아름다워 충분히 사용할 만하니, 참으로 서재에 적당한 아름다운 그릇이라고 설명했다.

귤 껍질로 만든 귤배(橘杯)도 특이하게 만든다. '먼저 나무를 깎아서 술잔을 만드는데, 그 두께는 종이처럼 얇게 한다. 그런 다음 커다란 귤껍질을 벗겨서 하얀 속껍질과 알맹이는 제거하고 나무 술잔의 바깥쪽에 덧대어 풀로 붙인다. 이어서 기름을 부은 다음 햇볕에 쬐어 말리고, 안쪽은 퇴홍색(退紅色)으로 왜칠(倭漆)한다'.

연잎으로 만드는 술잔인 벽통배는 풍류의 술잔이었다. 1241년 고려시대 문신 이규보의 시문집인 『동국이상국집』 뿐 아니라 1404년 고려말, 조선 초의 이색의 시문집인 『목은집』에도 다음과 같은 벽통배 내용이 나온다. '동쪽 이웃엔 술이 동이에 가득해 / 코끼리 코 같은 벽통(碧筒) 잔에 술을 마시니…'

푸른소라와 앵무조개로도 술잔을 만들었다. 푸른소라는 모양이 우렁이와 같으며 그 크기는 양 주먹만 하다. 문지르고 갈아서 거친 껍데기를 제거하면 마치 비취색과 같으니 이를 조각하고 다듬어서 술잔을 만든다고 했다. 『고려사』(정인지 등이 1451년 편찬한 고려 왕조의 정사)에는 앵무조개로 만든 잔인 앵무배가 등장한다.

역시 임원경제지에는 나무 옹이로 만든 술잔인 '영배' 이야기가 나온다. '나무 중에 옹이가 잔처럼 생긴 것을 가져다 쪼고 다듬어 술잔을 만든다. 그 법식 중 오직 3가지 종류가 가장 좋은데, 즉 도배(桃杯, 복숭아 모양 술잔)・연배(蓮杯, 연꽃 모양 술잔)・지배(芝杯, 영지버섯 모양 술잔)이다. 그 외에도 종류가 매우 많은데다 모양이 또 기이하지만, 요컨대 알맞게 쓰기에 이 3가지 만한 술잔이 없다'

최근들어 다양한 술잔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잔 받침에 구슬을 넣어 흔들면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소리배도 등장했고 방짜유기 술잔도 선물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나무를 깎고 칠을 한 수제술잔도 나온다.

이제는 유황술잔도, 귤잔도, 연꽃모양 영배도 하나하나 복원되어 판매되면 좋겠다. 우리술이 복원되고 현대화되는 만큼 술잔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같은 술이더라도 유황술잔에 따라 마신다면 술맛 또한 달라지지 않을까.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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