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 서울은 자고나면 1억 오르는데”…인천 집주인들 밤잠 설친다
24일 오후,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벽면에 붙은 매물 전단지는 빼곡했지만 상담석은 비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은 없고, 중개사는 휴대전화로 호가 변동 알림을 확인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서울 쪽 문의는 많은데, 정작 이 근처를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집주인들도 가격을 올릴 명분이 없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일부 집주인들은 “이제 오르나 싶으면 다시 제자리”라며 매도 타이밍을 놓쳤다는 자책과 함께 밤잠을 설친다고 토로한다.
◆6억원 아래에 갇힌 거래
지난해 인천 아파트 거래의 풍경은 숫자에서도 선명하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의 실거래가 분석 자료를 보면, 인천 시장이 왜 답답하게 느껴지는지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인천 아파트 매매 중 신고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 1.6%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신고가 비중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에서 10채 중 1채 이상이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울 때, 인천은 100채 중 2채도 채 안 되는 거래만이 신고가를 찍었다는 뜻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인천 집값을 밀어 올릴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격을 이끌어야 할 ‘대장 단지’들조차 지난해엔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그 여파로 주변 단지들도 함께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거래는 있었지만 가격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인천에서 이뤄진 매매의 상당수가 6억원 이하에 몰렸다. 신고가 거래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이 ‘광풍’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만큼 급등하는 동안, 인천의 시계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렀다.
중개 현장에선 이 간극이 체감으로 다가온다. 미추홀구에서 10년째 중개업을 하는 한 대표는 “서울은 같은 평형이라도 한 달 새 억 단위로 뛰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인천은 ‘조정’이 일상어가 됐다”며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말부터 꺼낸다”고 전했다.
◆이유는 ‘넘치는 공급’
인천이 조용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공급이 꼽힌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입주 물량이 수요를 웃돌면서, 매수자에게 급할 이유를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올해와 내년에도 신규 입주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기다리면 선택지가 더 늘어난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이는 입주 물량이 빠듯한 서울과는 정반대다. 서울은 당분간 공급 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확산되며,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반면 인천은 “지금 사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시장 전반에 깔려 있다.

한 중개사는 “집주인들이 급매로 던질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호가를 올릴 근거도 없다 보니 서로 눈치만 보는 형국”이라고 했다.
검단신도시를 대표하는 이른바 ‘대장 단지’들 역시 지난해 뚜렷한 상승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한때 신고가를 찍었다가 다시 가격이 되돌아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축, 역세권, 브랜드를 갖춘 단지마저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인천은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관망이 만든 또 다른 불안
이런 정체가 길어지면서 집주인과 실수요자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집주인은 “이렇게 조용하다가 뒤늦게 뛰는 건 아닐까”를 걱정하고, 실수요자는 “지금 사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결정을 미룬다. 서로 기다리기만 하다 보니, 거래는 더 뜸해지고 있다는 말이 현장에선 자연스럽게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천 시장을 두고 “나쁜 신호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과열이 없는 대신, 급락 위험도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서울·경기와의 격차가 커질수록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검단의 한 아파트 주민은 “서울 뉴스만 보면 괜히 마음이 흔들린다”며 “인천은 지금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조용한 시간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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