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첩 체포? 청담동 술자리? 무엇이 '가짜뉴스'일까
[2026 언론 자유 안녕하십니까] 양당 '가짜뉴스' 언급 사례 살펴보니
'비상계엄' 같은 주제 놓고도 서로 다른 '가짜뉴스' 기준
민주당 카톡 검열·김어준 암살조 주장 등 허위조작 규정 어려워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시행, 기준 모호한 '가짜뉴스 공세' 늘어날 것
[미디어오늘 박재령, 금준경 기자]

지난 1년간 거대 양당은 논평, 보도자료 등 공식 자료에서 '가짜뉴스'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했다. 자신들의 진영을 공격한다고 인식되는 주장이나 보도에 주로 '가짜뉴스' 비판이 따라왔다. 같은 사건을 놓고도 서로가 주장하는 '가짜뉴스'가 달라 해당 용어가 기준이 모호한 정치적 용어라는 것이 재확인됐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라고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오는 7월 시행되면 이 같은 정치권의 '가짜뉴스 공세'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국민의힘의 상반된 '가짜뉴스' 규정
당 홈페이지 검색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가짜뉴스'가 포함된 보도자료를 총 127건 냈다. '팩트체크넷', '가짜뉴스대응단' 등의 이름으로 민주파출소를 운영한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가 '가짜뉴스' 보도자료를 주도했다. 대장동 재판 항소포기,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내용이 다수였다. 부정선거 음모론, 중국인 헌법재판소 재직 등 '혐중' 관련 주장에도 적극 대응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보도자료·논평에서 '가짜뉴스'를 총 126건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현안을 논평할 때도 △광우병 논란 보도 △청담동 술자리 의혹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등을 민주당의 '가짜뉴스' 사례로 반복 언급했다. 지난해 불거진 조희대 대법원장 비밀회동 의혹도 '가짜뉴스' 대상에 올랐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과 관련된 허위정보 대응을 제외하면, 양당이 동일한 이슈를 놓고 '가짜뉴스'를 주장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주제에도 서로 다른 '가짜뉴스'를 주장했다. 민주당은 △스카이데일리의 '중국 간첩 체포' 보도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간첩 의혹 △홍장원 메모 가필 의혹 등에 주목했고 국민의힘은 △국민의힘 비상계엄 연루 의혹 △김어준씨의 계엄 암살조 주장 △MBC 영현백 3000개 구매 보도 등을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 논의 초기부터 학계에선 '허위조작정보'를 법으로 규정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은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가 허위·조작됐다는 것을 알고도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유통한 정보를 '허위조작정보'라고 규정한다. 정보 유통자가 '악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인데, 당사자가 아니고선 알기 어려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허위조작정보를 법으로 규정한 나라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민주당, 국힘 정치적 논평에 '가짜뉴스' 맞불 전략
정치권이 '가짜뉴스'라고 주장한 것들 중에선 실제 '허위조작정보'로 보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민주당은 계엄 옹호 세력의 극우적 주장 등 명백하게 허위인 정보를 '가짜뉴스'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민주당 정책이 전체주의'라거나 '민주당이 카카오톡(카톡)을 검열한다'는 식의 정치적 주장까지 허위사실이 포함된 '악의적 왜곡'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정책이 전체주의'라는 주장은 지난해 3월 권영세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부터 나왔다. 정확한 발언은 “(이재명 대표가) 보수를 참칭해가며 반시장·반기업 전체주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해 4월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거의 1984에 나오는 전체주의를 연상시킬 만한 정치를 할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두 발언 모두 민주당 민주파출소 일일브리핑에 '거짓 선동' 사례로 등장했다.
'전체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무시하고 국가와 민족 등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상을 말한다.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우클릭' 행보를 보이자 국민의힘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한 발언들로 해석됐다. 이러한 '전체주의' 프레임이 악의적이고 과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들이 사실관계를 왜곡해 허위를 주장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해석·의견의 영역으로 볼 여지가 있다.

'민주당 카톡 검열' 주장은 '가짜뉴스'로 시작해 '가짜뉴스'로 끝난 상징적 사례다. 지난해 1월 국민소통위원장인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내란 선동 '가짜뉴스'를 카톡에 유포하면 일반인이어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발표하자 국민의힘이 '반헌법적 행태'라고 반발했다. 전용기 의원이 언급한 '가짜뉴스'의 기준이 모호해 '나도 고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민 사이에 확산돼 국민의힘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검열' 주장에 민주당은 다시 '가짜뉴스'라고 맞섰다.
민주당 입장에선 카톡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관련 신고가 있으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기에 억울할 수 있다. 다만 사적 대화까지 정치권이 고발을 언급한 상황 자체가 일반 시민 입장에선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검열', '사찰'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가짜뉴스'라기보단 정치적 의견에 가깝다.
국민의힘, 정당한 보도에도 '가짜뉴스' 낙인
국민의힘은 정당한 보도에도 '가짜뉴스' 용어를 사용했다. 지난해 6월 당과 리박스쿨 연루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반박하며 '조작된 프레임', '가짜뉴스 유포하던 뉴스타파', '허위선동' 등의 표현을 썼다. 리박스쿨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과 기자회견을 준비한 적이 있고 윤석열 정부의 '늘봄학교' 제도에도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힘 연루 의혹은 제기할 수 있는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가짜뉴스' 딱지가 붙었다.
지난해 8월 유튜브 '매불쇼' 등에서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당일 통화한 사실을 근거로 국민의힘 계엄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매불쇼'는 이를 과장해 다뤘는데 당시 조지연 의원 측은 계엄과 무관한 사유의 통화였다고 밝혔다. 이후 특검에서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 조 의원 입장에선 과장된 보도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당시 국민의힘은 '좌파 유튜버들의 계획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며 '고의'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전제했다.

김어준씨가 주장한 계엄 암살조 운영 의혹은 국민의힘이 자주 언급하는 '가짜뉴스' 사례다. 민주당이 김씨 주장에 대해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알려져 논란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살조 운영 주장이 '가짜뉴스'가 되는 건 아니다. 김씨가 실제 그런 사실을 전해 들었고 이를 그대로 증언했다면 '허위인 것을 알고도 거짓을 유포했다'는 가짜뉴스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짜뉴스' 낙인의 대표적 보도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여당과 대통령실, 각종 기관들이 일제히 나서 뉴스타파를 '가짜뉴스 매체'라고 공격했다. 녹취록 편집, 보도 시점 등 언론 윤리 차원에서 지적할 수 있는 보도였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이라는 보도 핵심이 부정된 적은 없다. 뉴스타파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누군가와 공작했다는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정치권이 '가짜뉴스' 유포자 지목되기도
오히려 정치권이 '가짜뉴스' 유포 비판을 받을 때도 많다. 지난해 9월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선 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근거가 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월 이재명 대표가 중국 기자들과 비밀 회동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무근이었다. 일본 언론 기자들이 주도한 공부모임이었고, 중국 기자뿐 아니라 CNN, 뉴욕타임스 등 미국 기자들도 참석한 자리였다.
정치인에게는 허위조작정보 유포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44조의10에 따르면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가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도 타인을 해할 의도로 손해를 가한 경우 최대 5배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유튜버 혹은 언론사가 타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회의원은 면책 특권도 있다.
앞서 법안 발의 당시 정치인, 대기업 등 권력자를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언론계가 강하게 요구했지만 결국 권력자가 포함된 채로 법이 통과됐다. 개정 망법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당의 법 개정 행보를 가리켜 “극소수의 가짜뉴스를 추방함으로써 다수의 언론인 명예를 지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기준이 모호한 '가짜뉴스 공세'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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