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원문공원에서 숨을 고르다, 충혼 넋을 기리다
김종신 2026. 1. 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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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숨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1월 9일, 통영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차를 세우고 원문공원으로 들어섰습니다.
공원 한쪽에는 해병대 장갑차가 놓여 있습니다.
1월의 통영 바다는 유월보다 차갑고 더 투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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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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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원문공원 |
| ⓒ 김종신 |
그저 숨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1월 9일, 통영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차를 세우고 원문공원으로 들어섰습니다. 어디를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멈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공원은 통영 시내로 오가는 길 위에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자리이지만, 한번 발을 들이면 걸음이 느려집니다. 이곳은 늘 목적지가 아니라 일상 속 쉼표입니다. 숨을 고르고 마음을 낮추고, 호국 충혼의 넋을 기리는 자리. 겨울의 공기는 차분했고 햇빛은 낮게 깔려 있었습니다.
도심의 입구에서 만나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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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원문공원 |
| ⓒ 김종신 |
차를 세운 자리에서 바라본 언덕 위는 고요했습니다. 해병대 상륙작전을 기리는 전적비는 계절이 바뀌어도 같은 자세로 서 있었고, 그 아래에 새겨진 사람들의 형상은 여전히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 장면은 끝나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지난해 유월, 호국보훈의 달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공기가 달랐습니다. 초여름의 빛은 또렷했고 녹음은 무거웠습니다. 그때는 기억해야 할 달이어서 이곳에 왔습니다. 겨울의 원문공원은 다르게 다가옵니다. 기억하라는 말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만듭니다.
걸음이 낮아지는 자리
계단을 오르다 삼열사 묘역 앞에서 발걸음이 멈춥니다. 고채주, 이학이, 허장완. 통영의 3·1독립만세운동을 이끈 이들의 이름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앞에 서는 마음은 매번 다릅니다. 설명을 읽지 않아도 여기는 고개가 숙여지는 자리라는 걸 몸이 먼저 압니다. 조금 더 오르면 충혼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늘로 선 구조는 언제 보아도 단단합니다. 그 옆 충혼관의 문은 조용히 열려 있었고, 내부의 공기는 외부보다 한 톤 낮았습니다. 1,332위의 위패 앞에서는 말이 줄어듭니다. 말이 줄어드는 순간, 생각은 더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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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원문공원 내 해병대상륙기념관 |
| ⓒ 김종신 |
공원 한쪽에는 해병대 장갑차가 놓여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장난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이건 놀이가 아니라 역사입니다. 차체에 남은 색과 흔적이 먼저 말을 겁니다. 뒤편으로 이어진 해병대 통영상륙작전 기념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온도와 빛이 달라집니다. 전시는 크지 않지만 충분합니다. 통영 앞바다에서 시작된 작전의 시간이 사진과 모형, 영상으로 조용히 이어집니다. 전시실 바닥의 화살표를 따라 걷는 동안, 이곳에 상륙했던 해병대와 그 곁에 섰던 사람들의 시간이 조용히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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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원문공원 |
| ⓒ 김종신 |
기념관 앞에 놓인 당시의 나무배 앞에서 걸음이 오래 머뭅니다. 작은 배 한 척이 얼마나 많은 선택과 결단을 실었는지 조용히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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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원문공원 |
| ⓒ 김종신 |
너머의 바다를 다시 바라봅니다. 1월의 통영 바다는 유월보다 차갑고 더 투명합니다. 소리가 줄어드니 생각이 선명해집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평온은 누군가의 시간을 딛고 서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러줍니다. 원문공원은 늘 이렇습니다. 관광지가 아니라 오가는 길에 잠시 들러 숨을 고르는 자리. 그 숨 사이에서 호국충혼의 넋을 조용히 기리는 곳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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