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칼럼)박근혜는 왜 장동혁 단식 농성장에 갔을까

최미화 기자 2026. 1. 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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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복판에 직접 뛰어들어 야당 대표의 단식을
멈추게 하는 매우 적극적 활동한 박근혜 전 대통령
보수 진영에선 ‘우파통합의 상징적 모습’ 환영
새 정부 출범 후 여러 상황이 애국심 자극했을 것
송국건 정치평론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갈 때의 요구사항은 명료했다. 통일교의 정치유착과 정치권의 공천 뇌물 의혹을 파헤치자는 것이었다. 두 사안 모두 수사 진전에 따라선 살아있는 정권을 겨눌 수 있으니 특검 요건에 딱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여권은 제1야당 대표의 목숨 건 단식을 철저히 외면하거나 조롱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 때 쌍특검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홍익표 신임 정무수석은 민주당 지도부와 상견례를 위해 국회 본청을 방문했으나 애써 로텐더홀을 우회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단식투쟁'이 아니라 '단식투정'이라고 야유를 보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고민에 빠졌다. 물과 소량의 소금에만 의존한 단식이 길어지면서 장 대표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한 까닭이다. 의원총회를 통해 뜻을 모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으나 장 대표는 한사코 거부했다. 강제 병원 이송 시도까지 했으나 무산됐다. 지도부는 장 대표를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을 꼽아 보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생각해 냈다. 보수 진영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그렇지만 장 대표가 취임 초부터 만나 뵙고 싶다는 의사를 주변에 피력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핵심 측근인 유영하 의원이 적극 나서서 단식 농성장 방문이 이뤄졌다.

그가 정치 현장을 다시 찾은 건 의외였다. 옥중에 있을 때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내고 '보수통합'을 당부한 일은 있었다. 작년 조기 대선 때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서문시장 유세에 힘을 보태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정치의 한복판에 직접 뛰어들어 야당 대표의 단식을 멈추게 하는 매우 적극적 활동을 벌였다. 그뿐만 아니라 별도의 의미 있는 메시지도 나왔다.

정부와 여당을 겨냥해 야당 대표의 단식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을 운영해 본 전직 대통령의 현 정권에 대한 일침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평소 현실정치와 가급적 거리를 뒀기에 더욱 그렇다. 나아가 야당이 요구하는 쌍특검 도입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며 힘을 실었다. 정부·여당이 받아주지 않아 아무것도 얻지 못한 단식이 아니냐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특검 필요성에 공감하는 민심이 확산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취지다. 실제 장 대표의 단식 전에 비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응답이 높아졌다. 박 전 대통령은 단식을 접겠다는 장 대표의 말을 듣고 앞으로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황을 깔끔히 정리한 이 장면을 두고 과거 '선거의 여왕'이 돌아온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보수 진영에선 '우파통합의 상징적 모습'이라고 환영한다. 물론 진보 진영에선 탄핵당한 대통령임을 상기시키며 부정적 시선을 보낸다. 어쨌거나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감과 상징성은 다시 확인됐다. 더구나 자리를 뜨며 훗날을 기약한 건 보수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중요한 고비를 맞으면 언제든 힘을 보태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그의 참여가 지방선거 국면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으나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보수에 안정감을 더 할 수는 있다. 그의 짧지만 묵직한 권유에 장 대표가 큰 고민없이 투쟁 방식을 바꾼 건 보수의 향후 진로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그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지 알면서 왜 급거 상경해서 단식농성장을 찾아 메시지를 던졌을까. 그가 정치에 입문했을때부터 가까이서 쭉 취재해온 필자는 특유의 '애국심'에서 답을 찾고싶다.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그의 전부이다시피한 공적 마인드는 애국심이란 단어 외엔 표현하기 어렵다. 아마도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벌어지고 있는 여러 상황이 그의 애국심을 자극했을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군 업적이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 그가 왜 재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좌우 모두 깊이 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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