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 ‘겨울이 골든타임’…안동 과수농가, 전정이 성패 가른다
치료제 없는 세균병…사전 예방이 유일한 해법

과수화상병 예방의 성패는 겨울에 갈린다. 치료제가 없는 치명적인 세균병인 과수화상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안동지역 과수 농가들이 동계 전정과 궤양 제거 작업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는 최근 사과·배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겨울철 자가예찰과 궤양 제거, 전정 도구 소독의 중요성을 집중 안내하며 선제적 예방 활동을 당부했다. 과수화상병은 겨울철 병든 가지와 궤양 부위에서 월동한 뒤, 기온이 오르면 비·바람·곤충·작업 도구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는 특성이 있다.
특히 병이 발생하면 치료가 불가능해 감염 나무를 제거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이 때문에 세균이 잠복해 있는 겨울철에 감염원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제 방법으로 꼽힌다.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동계 전정 과정에서 궤양 증상이 발견될 경우, 발생 지점 하단에서 최소 40~70cm 이상 여유를 두고 절단해야 하며, 절단 부위에는 티오파네이트메틸 계열의 도포제를 발라 추가 감염을 막아야 한다. 전정가위와 톱 등 작업 도구는 반드시 소독해야 하며, 병원균은 가위 표면에서 최대 12시간, 작업복 등에서는 20일 이상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동시 풍산읍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한 농가는 "예전에는 전정을 단순 작업으로 여겼지만, 화상병이 한 번 돌고 난 뒤로는 가위 소독부터 작업복 관리까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겨울 작업이 번거롭더라도 나무 한 그루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수화상병은 국내에서 첫 발생 이후 반복적으로 확산과 진정을 거듭해 왔고, 발생 지역 농가에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남겨왔다. 방제 실패 시 과원 전체를 폐원해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예방의 중요성은 해마다 강조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농가 자율 방제에만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과수 농업인은 "자가예찰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소규모 농가일수록 전문적인 판단이 쉽지 않다"며 "정기적인 현장 점검과 기술 지원이 병행돼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과수화상병은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병해"라며 "겨울철 궤양·의심주 제거와 함께 전정 도구 소독, 개화기 전후 약제 방제 시기 준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겨울은 과수의 휴면기이지만, 화상병과의 싸움에서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현장의 작은 방심이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올겨울 과수원마다 '보이지 않는 병과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