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동요에 한발 물러섰지만… 유럽 부담은 더 커졌다[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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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또다시 말을 바꿨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관세' 위협이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를 촉발할 수 있고, 유럽이 맞대응에 나서면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거란 우려가 작용했다.
전략적 목표는 유지한 가운데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군사·관세 카드만 잠시 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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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갈등과 금융시장 얽혀
트럼프, 군사 옵션 등 일시 철회
그린란드 병합 야욕은 거듭 확인
유럽의 그린란드 긴장은 더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또다시 말을 바꿨다.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고 추가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초강경 발언을 던졌다가 시장 동요와 정치적 부담이 커지면 이를 철회하던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와 사뭇 다르다. 목표는 유지한 채 전술을 조정한 '튜나(TUNA·Trump Usually Negates Announcements)'에 가깝다. 게다가 상황·조건 변화를 이유로 언제든 말을 뒤집을 수 있어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미국 금융시장은 20일(현지시간)과 21일 급격한 변동성을 노출했다. 20일에는 뉴욕증시가 2% 안팎 하락하고, 10년물 국채 금리가 4개월 만의 최고치인 4.3%에 근접하고 달러인덱스도 1% 가까이 하락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관세’ 위협이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를 촉발할 수 있고, 유럽이 맞대응에 나서면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거란 우려가 작용했다. 하지만 이튿날엔 트리플(주식·채권·달러) 강세장이었다. 트럼프가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자신의 소셜미디어 글에서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한 결과다.
트럼프의 입장 변화는 성격이 전혀 달라 보이는 지정학적 갈등과 금융시장이 현실에선 하나로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 정치에서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방식이 점점 더 ‘금융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주목받은 건 유럽의 ‘미국 국채 카드’였다. 34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발행 잔액 중 많게는 40%가량이 유럽권 보유 물량으로 추정된다. 공공부문 외에 사모펀드나 개인 보유도 상당해 미국 국채 매각이 직접적인 무기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외교적 대응 수단으로 공개 거론한 자체가 금융시장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트럼프로서는 국채 금리 변동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로 인해 이미 연간 이자비용이 1조 달러를 넘어선 상태에서 추가로 금리 압박이 가해지면 감세·재정 확대 구상이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기 총선 국면에 돌입한 일본 국채 가격 급등으로 미국 국채·주식에 투자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보태졌다. 실제로 최근 며칠간 미국 장기국채 매도에 이런 움직임이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트럼프는 결국 한발 물러섰지만, 그린란드 병합 야욕만큼은 거듭 분명히 했다. 전략적 목표는 유지한 가운데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군사·관세 카드만 잠시 접은 것이다. 이는 안팎의 비판에 겁을 먹고 ‘후퇴’한 게 아니라 숫자와 시장 반응을 감안해 계산된 ‘조정’을 한 것으로 일관성 부족이 아니라 현실적 제약 속에서 움직이는 권력의 민낯에 가깝다.
외견상 유럽은 한시름 놓게 된 것 같지만, 실제 긴장의 수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군사적 옵션과 관세 부과라는 ‘고비용’ 수단을 잠시 봉인했을 뿐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재확인한 만큼 이들 수단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다시 끄집어낼 수 있는 유효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유럽 주요국의 공조가 삐걱대면 지금의 ‘자제’는 곧장 ‘압박’으로 전환될 수 있다. 국제 질서의 균열·방치 상황에선 강대국의 전술적 유연성이 중견국과 동맹에는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긴장의 지속일 수밖에 없다.
양정대 선임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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