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메타토피아' S와 N의 탐구생활…붓끝에 남은 숨, 강병인이 말하는 서예
[※ 편집자 주 = '메타토피아'는 고대 그리스어로 '가상', '초월'의 의미가 덧입혀진 '메타'와 장소, 땅의 뜻인 '토피아'가 결합해 가상현실, 인공지능, 블록체인, K컬처 등 시대의 화두를 지식셀럽의 융합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교양 정보 콘텐츠입니다. 콘텐츠에 도움을 주는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영상예술학 박사)의 이니셜 'S'와 노석준(전 고려대 외래교수) RPA 건축연구소 소장의 'N'을 결합해 지식 탐구생활을 떠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서예가 강병인에게 글씨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다. 획 하나를 긋기까지의 숨, 팔의 무게, 붓끝에 실리는 망설임과 확신까지 모두가 작품의 일부다. 강 서예가는 이를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글씨와 함께 시간을 살아내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을 "의미·소리·형태가 동시에 살아 있는 상태"라고 정리했다. 강 서예가는 "한글은 뜻을 담고, 소리를 품고, 형태로 완성되는 드문 문자"라며 "서예는 그 세 요소를 다시 깨워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업 노트에는 '잘 쓰자'는 문장이 없다. 대신 '맞는지', '지금 이 리듬이 살아 있는지'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그는 "글씨는 예쁘게 꾸미는 게 아니라, 대상의 본질에 닿는 것"이라며 "'꽃'이라는 말을 쓸 때, 정말 꽃이 피어나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의 글씨에는 종종 뿌리처럼 내려가는 획,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여백이 공존한다.
강병인의 서예는 전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전통은 답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옛 글씨를 그대로 베끼는 순간, 서예는 박제가 된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훈련을 통해 몸에 축적된 전통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꺼내 쓰는 방식을 택한다. 붓을 드는 각도, 먹의 농담, 종이의 숨결까지 모두 지금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이 일상이 된 시대에 손 글씨의 의미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키보드로 치는 글자는 빠르지만, 몸이 빠져 있다"며 "붓글씨는 느리지만, 몸과 생각이 함께 들어온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늘고 있는 손 글씨 공모전과 캘리그라피 열풍을 두고도 그는 "유행이라기보다, 사람들이 다시 '자기 몸의 속도'를 찾고 있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강 서예가는 서예가의 미래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고 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붓끝의 무게와 망설임, 순간의 선택은 데이터로 대체되지 않는다"며 "결국 살아남는 것은 더 본질로 들어간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본질은 거창하지 않다. 매일 붓을 들고, 같은 글자를 수십 번 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는 반복이다. 그는 "글씨는 잘 써질 때보다 안 써질 때 더 많은 걸 가르쳐준다"며 "그 시간을 견디는 사람이 결국 자기 글씨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 '좋은 서예란 무엇인가'를 묻자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다 쓰고 나서, 더 이상 손볼 데가 없는 상태요. 기술적으로가 아니라, 마음이 멈추는 순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구성 : 민지애, 진행 : 노석준·석수선, 촬영 : 김종석, 웹기획 : 박주하, 스튜디오 연출 : 박소라,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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