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통합 연프 '합숙맞선', 때아닌 잡음에 흥행 급제동

2026. 1. 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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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합숙맞선', 1회부터 넷플릭스 6위 이름 올려
엄마와 함께 맞선 보는 이색적 그림에 다양한 시청층 확보
다만 출연자 사생활 의혹 불거지며 논란 여파 지속
'합숙맞선'의 흥행에 급제동이 걸렸다. SBS 제공

연애 리얼리티 범람 속 더 이상 신선한 소재가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합숙맞선'이 등장했다. 부모님과 함께 맞선을 보고 거기다 합숙까지 한다는 도발적인 소재가 오히려 세대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출연자의 부정적 이슈가 흥행에 급제동을 걸어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SBS '합숙맞선'은 결혼하고 싶은 싱글 남녀 10명과 그들의 어머니가 5박 6일 동안 함께 합숙하며 결혼 상대를 찾는 연애 리얼리티다. 수식어부터 '자식 방생 프로젝트'다. 1회 공개 후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6위를 기록했다.

언뜻 들으면 구시대적 발상처럼 느껴지는 이 설정이 역설적으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애 예능에서 점점 사라지던 결혼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통한 것이다.

'합숙맞선'은 출연자 개인의 연애 감정에만 집중하던 기존 연애 예능과 결이 다르다. 부모가 등장하고,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그 자체로 부담스럽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이지만, 프로그램은 이를 갈등이나 압박의 장치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와 자녀가 한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 어색함 속에서 만들어지는 웃음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 결과 결혼 예능이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이 다소 덜어진다. 가령 외모를 중요시 여기는 자녀와 경제력을 우선시 하는 어머니의 대립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익숙하다.

흔히 연애·결혼 예능에서 부모는 간섭하거나 기준을 들이미는 존재로 여겨지기 쉬운데 '합숙맞선' 속 부모들은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바람을 내비친다. 결혼 제도의 지지보다는 자녀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부모 태도에 깔리면서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거부감을 덜 준다. 부모의 욕망이 아니라 가족 간의 대화로 결혼을 풀어냈다는 점이 꽤 흥미로운 지점이다.

MZ세대에게 결혼은 더 이상 필수 코스가 아니다. 연애 역시 선택의 영역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숙맞선'이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들을 아우를 수 있었던 이유는 결혼을 강요하거나 옳은 길이라고 이끌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보단 다양한 만남과 대화를 통해 출연자 스스로 결혼관을 정립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여기에 합숙은 오래전부터 연애 예능의 단골 설정이었지만 '합숙맞선'은 부모와 함께 합숙을 한다는 파격적인 주제다. 이처럼 도발적인 기획은 의외로 제작진의 노하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한 배정훈 PD와 '솔로지옥'을 흥생시킨 김나현 PD의 합작이 국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배정훈 PD는 "연애 예능이지만 단순히 로맨스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부모와 자식 간의 진짜 속마음, 세대 간 가치관 충돌을 냉정하게 포착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뤄온 '진실 추적'의 시선을 연애 예능에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많은 이들이 K-연애 예능에 대한 피로도를 드러내고 있다. 과도한 경쟁 구도, 빠른 감정 소모, 자극적인 서사에 지친 시청자들은 보다 무해한 웃음을 원하는 모양새다. 앞서 배 PD가 밝힌 것처럼 '합숙맞선은 관찰과 가치관 충돌 등 기존 연애 리얼리티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감정들을 다룬다. 특히 서로 다른 세대가 부딪히며 생기는 온도 차를 관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결국 '합숙맞선'이 젊은 층에게 통하는 이유는 솔직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미화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부모와 함께 솔직하게 미래를 논의한다. 가족 관계와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끌어내면서 경쟁과 선택의 서사에 익숙해진 연애 예능 판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출연자의 부정적 이슈가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출연자 A씨는 최근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제작진은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지 않기 위해 향후 남은 모든 회차에서 해당 출연자의 분량을 전면 삭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은 위반 시 위약벌 책임을 명시하는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검증 절차를 거쳤음에도 이러한 논란이 생겼다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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