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면 지옥이 펼쳐지는 나라, 아시나요?”...‘정원 있는 예쁜 집’ 에 숨은 괴물 [홍키자의 美쿡]
“미국 집값은 소득 대비 5~6배니까 한국(20배)보다 훨씬 사기 쉽죠?”
이같은 이야기는 겉으로 보이는 숫자만 보면 맞습니다.
하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50만 달러(약 7억 원)짜리 집을 사면, 모기지를 다 갚아도 매년 1200만 원씩 재산세를 내야 합니다. 평생 추가로 내야하는 돈입니다.
2026년 새해, 트럼프가 월스트리트를 겨냥해 “중산층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집값보다 무서운 것과 싸우고 있습니다. 바로 ‘끝나지 않는 세금 월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 부족입니다. 현재 미국 주택 시장은 320만 채 이상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신규 착공은 지연되고 있고, 2020년대 초 2%대에서 3%대 금리로 모기지를 받은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지 않는 ‘매물 잠김 효과’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매물 잠김 효과를 구체적으로 보죠. 3%대 모기지를 버리고 6%대로 갈아타면, 같은 가격의 집으로 이사를 가도 월 납입금이 거의 2배가 됩니다. 40만 달러를 30년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3% 금리일 때 월 납입금은 약 1686달러지만, 6% 금리로 올라가면 2398달러가 됩니다.
월 712달러(약 105만 원)이 더 나가는 겁니다. 결국 집주인들이 “차라리 안 팔고 버티자”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특히 동부와 서부 해안 대도시에서는 연봉 8만 달러를 버는 중산층 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주택 소유율은 64.8%로 하락했습니다. 세입자 비율은 35.2%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 일각에서 강력한 규제 법안이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단독주택은 전체 시장의 1% 미만이지만, 문제는 이들이 첫 주택 구매자들이 살 만한 저가형 매물을 집중적으로 싹쓸이했다는 겁니다. 애틀랜타 같은 도시에서는 이들의 매수 거래가 전체의 20%를 넘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살 집을 월가가 투기판으로 만들지 마라.”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단독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논의되자, 부동산 리츠 주식들이 크게 흔들렸고, 기관 매수세가 급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중산층 표심을 잡기 위해 이런 흐름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시장 자유를 외치던 공화당이 월가를 희생양 삼은 겁니다.
트럼프와 의회의 이 싸움이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부동산에는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사고 나면 문제가 시작됩니다. 한국에서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면 1년에 내는 재산세는 대략 50만 원에서 150만 원 수준입니다. 1세대 1주택이면 각종 공제도 받을 수 있어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뉴저지가 특별히 세율이 높은 편도 아닙니다. 일리노이주는 2.1%, 코네티컷주는 1.9%입니다. 동부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텍사스는 주 소득세가 없는 대신 재산세율이 1.6%에서 2.0% 수준입니다.
팬데믹 이후 “저렴하다”고 소문났던 지역들의 집값이 급등했습니다. 오스틴이나 댈러스 같은 주요 도시들은 30%에서 50%, 일부 인기 지역은 그 이상 올랐습니다. 40만 달러(약 5억8800만 원)짜리 주택을 사도 1년에 940만~1176만 원을 재산세로 냅니다.
텍사스는 실거주 공제(Homestead Exemption)로 연간 과세표준 상승을 10%로 제한하지만, 최근 시장가 자체가 40~50% 폭등하면서 세금 부담이 급증했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결국 세금도 따라 오르는 구조입니다.

일부 해안가는 연 1만 달러(약 1470만 원) 이상 보험료를 요구받거나 아예 보험 가입 거절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이애미나 탬파 같은 인기 지역은 팬데믹 기간 집값이 40%에서 60%까지 뛰었습니다. 보험료가 제2의 월세가 된 겁니다.
핵심은 대출을 다 갚아 빚이 ‘0원’이 돼도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내 집이지만, 죽을 때까지 정부에 매달 수백만 원씩 ‘세금 월세’를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주택 보험료, 수리비까지 더하면 월 300만 원에서 400만 원이 나갑니다.
콘도나 타운하우스의 경우는 여기에 HOA(주택소유자협회) 관리비가 추가됩니다. 월 300달러에서 800달러(약 44만 원에서 118만 원)에 달하는 HOA 관리비가 평생 따라붙습니다. 공동 시설 유지보수, 조경, 보험 등의 명목인데, 이것도 매년 인상됩니다.
미국 집값이 한국보다 싸 보이는 건, 이 살인적인 유지비가 가격에 이미 반영돼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평생 재산세를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 집값이 그만큼 억제되는 것이죠.
같은 기간 주택 중위 가격은 32만 달러에서 40만 달러로 25% 상승했습니다. 소득은 12% 올랐는데 집값은 25% 올랐으니, 집 구매는 오히려 더 멀어졌습니다.
게다가 소득이 오르면 재산세 부담도 함께 늘어납니다. 집값이 오르면 재산세 평가액도 상향 조정됩니다. 지역 정부는 “학교 예산이 부족합니다”, “도로 보수가 필요합니다”라는 이유를 대고, 재산세율을 인상합니다. 버는 돈이 늘었는데 나가는 돈도 함께 늘어나며 제자리걸음입니다.
실제로 재산세를 감당하지 못해 평생 살던 집을 떠나는 은퇴자들의 사례도 종종 나옵니다. 모기지는 다 갚았지만, 연금 수입으로는 매년 2만 달러(약 2940만 원)가 넘는 재산세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빚이 없는데도 집을 지킬 수 없으니 비극이죠.

거래세가 낮고, 초기 자금도 적당하고, 양도세 혜택도 있습니다. 다만, 일단 집을 사는 순간 매년 치솟는 재산세와 보험료라는 올가미에 묶입니다.
사실 이 시스템은 의도된 설계입니다. 미국은 낮은 거래세로 사고파는 걸 쉽게 만들고, 높은 보유세로 장기 보유를 어렵게 만듭니다. 시장에 매물이 끊임없이 나오게 하고, 투기적 보유를 억제하는 겁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 이 시스템이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초저금리 시대의 모기지를 받은 사람들이 “지금 팔면 손해”라며 집을 팔지 않으면서, 정작 집이 필요한 사람들은 살 집이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트럼프와 의회가 기관 투자자들을 규제해도, 이 근본적인 구조는 바뀌지 않습니다.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매년 치솟는 재산세에 떨고, 세입자들은 오르는 월세를 감당하며 ‘평생 월세’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국 집이 싸다”는 말, 이제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표면적인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만 보고 판단하면 현실과는 꽤 거리가 멉니다. 2026년 미국 부동산의 진짜 얼굴은 ‘세금 월세’입니다. 미국은 집을 사도 평생 월세를 내는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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