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새 국방전략 “‘북한 억지’ 1차 책임은 한국…미국은 ‘제한적’ 지원만”
“북 핵전력, 미 본토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국방부가 23일(현지시각) ‘2026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NDS)을 발표하고, 한반도 방위 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했다. 새 전략서는 한국의 국방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이를 근거로 북한 억제에 대한 ‘주도적 책임’을 한국에 맡기고 미국의 역할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의 하위문서 격인 국가방위전략은 미국이 마주한 주요위협 등 국방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큰 틀의 전략을 제시하는 문서다. 통상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새로 작성한다.
‘한국 주도·미국 지원’으로 한반도 방어 재편
미 국방부는 이날 공개한 국가방위전략에서 “한국이 북한 억지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한반도 방어의 기본 구조를 ‘미국 주도’에서 ‘한국 주도·미국 지원’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적 방향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전략서는 “한국은 강력한 군사력, 높은 국방비 지출, 견고한 방위산업 기반, 의무복무제를 갖추고 있어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critical but more limited) 미국의 지원만으로도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협에 직면해 있는 만큼, 자신을 방어할 의지 역시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전략서는 이런 책임 분담 재조정이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조정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도 시사했다. 전략서는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 주둔 미군 배치 현황을 업데이트하려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미국의 국방 우선순위와도 더 잘 부합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동맹 관계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존적 동맹’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이 실질적인 안보 부담을 떠안는 방향으로 한미동맹의 성격이 재편될 수 있고, 이것이 미국 이익에 부합한다는 뜻이다.
전략서는 북한에 대해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위협 자체는 여전히 엄중하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전력은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포함해 한국과 일본 내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도 강조했다. 전략서는 “북한의 핵전력은 점점 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을 보여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북한의 재래식 전력 상당수는 노후화됐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2022년에 국가방위전략과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동시에 공개했는데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명시했다.

대중국 구상, “굴욕은 주지 않되 지배는 막는다”
중국에 대해선 ‘전쟁이나 체제 전복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중국이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군사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은 반드시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이 지역을 지배할 경우 ‘미국의 경제 중심지 접근이 차단되어 재산업화를 포함한 경제 전망에 지속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
전략서는 중국을 “19세기 이후 미국이 직면한 가장 강력한 국가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중국이 내부적으로 경제·인구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의 ‘속도·규모·질’ 측면에서 역사적인 군비 증강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이 서태평양뿐 아니라 장거리 타격 능력을 포함한 전력을 확장하며, 미국과 동맹국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아시아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략서는 중국을 적대적 ‘정복 대상’으로 묘사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목표는 중국을 지배하거나 굴욕을 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도 미국이나 동맹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관계를 전면 충돌이나 냉전식 봉쇄가 아닌, ‘관리된 전략 경쟁’으로 설정한 것이다. 전략서는 “중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 하에서의 ‘괜찮은 평화(decent peace)’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대중국 군사 전략의 핵심은 ‘거부 억제’다. 중국이 군사 행동을 시도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인식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제1도련선을 따라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본토를 위협하는 공세적 전략이 아니라, 중국의 팽창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방어 중심 구조로 제1도련선을 설명했다. 전략서는 이를 통해 중국이 무력 사용을 ‘시도할 이유가 없게 만드는 것’이 억제의 본질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군사적 소통 채널 확대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전략서는 동시에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전제는 ‘군사적 우위’라고 못 박았다. 대화는 하되 힘의 균형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전략서는 “미국은 강하지만 불필요하게 도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했다.
이번 전략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힘을 통한 평화’ 기조가 한반도 정책에 구체적으로 적용된 결과물로 평가된다. 미국은 본토 방어와 대중국 억제에 전략적 역량을 집중하고, 한반도 방어의 1차적 책임은 한국에 넘기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이에 따라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 한미동맹의 주요 현안을 둘러싼 변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국가안보전략(NSS)이 발표된 데 이어 국방부의 최상위 전략지침서인 국방전략(NDS)가 공개되면서, 전 세계 미군 자산 재배치를 검토하는 글로벌 병력배치검토(GPR)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재배치 가능성이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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