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가사 해방' 한다지만 진짜 노동자는 무급…이것은 진보인가

2026. 1. 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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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특히 한국의 글로벌 가전업체 LG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을 목표로 삼고,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가사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된 삶을 구현한다는 비전하에 휴머노이드 가사로봇 'LG 클로이드'를 선보였다.

이들은 가사도우미 로봇 등 각종 로봇 개발을 통해 노동 해방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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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숙영의 시선]
로봇이 생산되고 아이는 소멸하는 사회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젠더, 공간, 권력' 등을 쓴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의 글도 기고로 함께 합니다.
LG전자 가사 도움 로봇인 클로이드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을 앞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호텔에서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 2026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6'이 열렸다. 매년 1월 열리는 이 박람회에서는 인공지능(AI), 로봇, 모빌리티 등 미래 기술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올해의 주제는 '혁신가들의 등장'이었고, 가장 큰 화두는 '피지컬 AI(Physical AI)'였다. 특히 한국의 글로벌 가전업체 LG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을 목표로 삼고,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가사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된 삶을 구현한다는 비전하에 휴머노이드 가사로봇 'LG 클로이드'를 선보였다.

그로부터 1주 뒤인 13일, 교육부가 '2025년 초중고 학생수 추계 보정 결과'(2026~2031)를 공개했다. 이 학령인구 추계에서 올해 전국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는 29만8,178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1월 교육부가 내놓았던 전망치보다 더 비관적인 결과다. 초등 1학년 입학생이 처음 3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교 소멸과 지역 소멸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국민학교 입학생 수가 90만 명대 후반에서 100만 명도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아이들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주 간격으로 로봇화의 가속화와 출생률의 저속화라는 대조적인 두 풍경을 마주하다 보니 이런저런 질문이 찾아온다. 인간을 닮은 로봇은 늘어나는데 인간의 원형이자 인간 그 자체인 아이는 줄어드는 이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가사 노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에서 인간을 대신할 휴머노이드 로봇의 종류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로봇이 아이들을 대체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의 미래 풍경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024년 9월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를 향해 가사돌봄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오늘날 우리 사회는 AI를 비롯한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자하고, '혁신가'라고 불리는 로봇공학자나 AI 개발자들에게는 높은 연봉을 지급한다. 이런 분야의 전문가는 대부분 남성이다. 이들은 가사도우미 로봇 등 각종 로봇 개발을 통해 노동 해방을 약속한다. 반면 이런 노동을 직접 담당하는 인간에게는 최저임금 정도를 지급한다. 심지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0원을 지급한다. 그나마 '맘충'이라고 손가락질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생명체인 인간을 낳고 기르는 일이 대우를 받지 못하는 나라, 그래서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의 미래 풍경은 어떨까? 아이들은 계속 줄어들고, 가깝거나 먼 미래에 집이나 거리, 일터에서도 인간을 닮은 로봇만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 그게 더 진보되고 발전된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고 싶다면 낳아서 기를 수 있는 조건을 국가가 함께 마련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까?

끊임없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자동화·로봇화·인공지능화에 대한 젠더 관점에서의 비판적 접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생명체인 인간과 함께 살기보다는 인간과 유사한 로봇과 함께 사는 세상이 더 행복할 거라고 선뜻 장담하기 어렵다. 이 가운데,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 국가나 사회가 제대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아이 없는 사회'가 도래하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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