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해진 장난감…18조 넘는 시장 “디지털로만 입힌다고 될까”[산업이지]
디지털 장난감과 달리 부모도 선호

똑똑한 휴대전화, ‘스마트폰’이 세상에 공개된 지 20년이 다 돼 갑니다. 스마트폰 출시는 최근의 인공지능(AI) 열풍과 마찬가지로 인류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는 똑똑한 장난감, ‘스마트 장난감’이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24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의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스마트 장난감 시장 규모는 2023년 123억7000만달러(약 18조1300억원)에 달했습니다. 전체 매출의 39.3%가 북미 지역에서 나왔습니다.
보고서는 “글로벌 스마트 장난감 시장의 선도 역할을 하는 미국 장난감 시장은 단순 완구보다 경험 중심 제품의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과거의 스마트 장난감이 학습 효과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최근 흐름은 ‘배운다’보다 ‘경험한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난감을 조작하면서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하고, 반복적인 놀이로 자연스럽게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되는 것이죠.
스마트 장난감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 완구 기업 중 하나인 레고의 ‘스마트 브릭’이 있습니다. 스마트 브릭은 기존의 단순한 플라스틱 블록이 아니라 블록에 자이로 센서, 컬러 센서, 블루투스 연결 기능 등을 내장한 ‘지능형 블록’에 가깝습니다. 아이들은 블록을 조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터페이스로 움직임과 반응을 설계하게 된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스마트 브릭이 기존 블록과 가장 다른 점으로 놀이의 일방성이 사라진 점에 주목했습니다. 과거에는 아이가 블록을 쌓고 결과물을 바라보는 데서 놀이가 끝났다면, 스마트 브릭은 완성한 뒤에도 지속해서 아이에게 상호 작용을 유도하는 것이죠. 움직이는 자동차, 스스로 균형을 잡는 구조물, 반복적인 동작을 수행하는 장난감 등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자극합니다.
아이는 이 과정에서 ‘왜 이렇게 움직일까’, ‘어떤 조립 방식이 더 안정적일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됩니다. 학습 요소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놀이하면서 관찰력과 문제 해결 사고가 자연스럽게 강화된다는 게 레고 측의 설명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전면에 드러나기보다는 놀이 뒤에서 작동하며, 아이의 행동에 반응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 결과 아이는 기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더 풍부한 놀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장난감의 스마트 기능이 놀이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 몰입도를 높이는 수단이 되는 것이죠.
이 같은 이유로 부모로서도 스마트 장난감은 화면과 터치스크린 등을 통해 놀이를 즐기는 디지털 장난감과는 다르게 인식된다고 합니다. 아이가 직접 손으로 만지고 조립하는 물리적 활동이 중심이 되면서도, 디지털 요소가 적절히 결합해 있다는 점에서 부모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죠.
또 시대의 흐름과도 결을 같이한다는 측면에서 스마트 장난감은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아 시절부터 태블릿PC나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한 세대에게 아날로그적인 플라스틱 장난감은 금세 싫증이 나기 마련이죠. 스마트 장난감은 시대 변화를 반영하면서도 화면 중심이 아닌 직접 만지고 움직이는 디지털 놀이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다만 센서와 전자 부품이 포함된 스마트 장난감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어 접근성 부분은 우려로 남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기회조차 양극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다른 우려는 놀이의 주도권과 상상력입니다. 전통적인 블록 장난감은 조합만으로 다양한 해석과 창작을 할 수 있었지만, 스마트 장난감은 정해진 기능과 반응을 중심으로 놀 수밖에 없는 구조이죠. 이 때문에 아이의 자유로운 상상보다, 스마트 장난감이 제시하는 반응을 따라가는 경험을 강조하는 것이죠. 이는 레고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상상력 중심 놀이’ 정체성과의 긴장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스마트 장난감이 시사하는 바는 변화하는 시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습니다. 많은 기능을 넣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장난감이 원래 추구하는 목표, 본질과 기술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가장 이상적인 혁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보고서는 핵심 시사점을 던졌습니다.
“‘기술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놀이에 배치하느냐’에 있다. 향후 장난감 산업의 경쟁력은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는 데서 결정되기보다, 아이의 주도권과 상상력을 유지하면서 기술을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방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장난감 시장 역시, 기술이 놀이를 대체하기보다 경험을 확장하는 역할에 머무를 때 지속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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