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와 존재의 가벼움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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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삼 '말의 무게'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말들은 꾸밈이 없고 간명하지만 숙연한 경외감을 부르는 무게를 지닙니다.
표현의 자유는 말과 글의 무게가 뒷받침될 때라야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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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주가 그랬습니다. 양선아 팀장이 개인 사정으로 휴가를 내면서 팀장 대행을 했습니다. 불과 사나흘 동안 30꼭지가 넘는 기사와 칼럼들을 꼼꼼히(?) 읽고, 팩트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필자와 의논해 글을 다듬고, 제목을 뽑고, 글에 맞는 사진을 찾고…. 팀장은 이런 일을 어떻게 매주 하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제 기사까지 쓰겠다고 ‘만용’을 부린 것이 후회막급이었지만, 돌이킬 수도 없었습니다.
정신없는 가운데도 21일 ‘윤석열 내란’ 사건의 중요임무 종사자인 한덕수 전 총리의 선고심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피고에게 특검의 구형보다 훨씬 무거운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재판장의 판결문 낭독을 들으면서 쾌감과 서늘함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선고 형량 때문이 아닙니다. 내란 피의자가 받는 혐의들을 ‘유죄’로 판단하고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을 논증하는 문장들이 명료하고 단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은 향후 윤석열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합니다.
법관은 판결로 말하고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고 합니다. 새삼 ‘말의 무게’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말들은 꾸밈이 없고 간명하지만 숙연한 경외감을 부르는 무게를 지닙니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결정문이 그랬고, 이번 이진관 판사의 판결문에 담긴 법의 언어가 그랬습니다. 반면 또 어떤 말들은 화려하고 ‘사이다’처럼 짜릿하지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게 합니다. 경고성 계엄, 계몽령 같은 궤변을 늘어놓는 이들의 말은 진실을 호도하는 ‘개소리’에 가깝습니다.
이번 주 학술면에 소개한 ‘뉴욕타임스 죽이기’라는 책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힌 1964년 미국연방대법원 판결의 모든 것을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서도 ‘법의 언어’로 정제된, 민권의 가치에 대한 신념을 읽습니다. 공적인 발화는 대개 글의 형태를 빌려 기록으로 남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말과 글의 무게가 뒷받침될 때라야 가치가 있습니다. 쓰다 보니 너무 무거워졌습니다. 주말은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싶습니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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