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선택받은 최정예 1%…영하 20도·눈 덮인 산악 “한계란 없다” [이현호의 밀리터리!톡]
해발 1400m 평창 황병산 일대서
30㎏ 완전군장 메고 스키 설상기동
눈 속에 몸 숨기고 정찰·감시·침투
FPV 드론 투입·목표물 제거 훈련도
300㎞ 무장행군 등 극한 이겨내며
특수임무수행·수색작전 역량 키워
상의 벗은 채 PT 등 체력단련 참여
장병들 자신감·패기에 절로 박수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검푸른 파도 타고 우리는 간다.”
“내 조국 이 땅을 함께 지키며 불바다 헤쳐간다 우리는 해병.”
“팔각모 팔각모 팔각모 사나이 우리는 멋쟁이 팔각모 사나이.”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체감 온도 영하 17도에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15일 아침 강원도 평창군 황병산 소재 해병대 산악종합훈련장. 해발 1400m의 황병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고 겨울이면 폭설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이날 아침도 눈이 발목 높이만큼 쌓여 일반인은 그냥 걷기도 힘든데 해병대 특수수색여단 360여 명의 장병들은 대한민국 해병대의 대표적인 군가 ‘팔각모 사나이’를 우렁찬 목소리로 부르며 하얀 눈길을 힘차게 뛰었다.
해병대 1·2사단과 해병대사령부에 분산돼 있던 수색대대를 통합해 2025년 7월 창설한 해병대 특수수색여단이 처음으로 실시하는 ‘2026년 동계 설한지 훈련’ 2주 차 아침 모습이다. 연이은 추위와 폭설로 강원도의 산과 들이 순백의 설원으로 변해 있지만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있는 해병대 특수수색여단 장병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특히 가장 추운 시기에 가장 추운 곳에서 가장 혹독한 훈련으로 동장군을 이겨내는 장병들은 ‘무적 해병’ 가운데도 단 1%만 갈 수 있다는 최정예 특수수색여단의 일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춥고 배고픈 상태로 궂은 날씨에도 인간 한계에 도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극한의 훈련을 해내고 있는 특수수색여단 장병들의 모습을 보며 기자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해병대 학사 장교로 군 생활을 했던 기자가 29년 만에 해병대 특수수색여단의 설한지 훈련장을 찾았다. 20대 젊은 시절에도 교육받지 못했던 동계 특성화 훈련이 가능한 전군 유일의 설한지 훈련장에서 특수수색대 훈련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혹한과 적설, 해발 800m에 달하는 극한 환경의 훈련장에 도착하는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호기롭게 전투복을 갈아입고 상의를 탈의한 채 장병들과 함께 ‘아침 설상 체력 단련(PT 체조, 단체 구보 등)’에 동참했지만 역시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체력적 한계를 절실하게 체감했다.
특수수색여단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팔 벌려 높이뛰기 4회 반복 1회 10회를 시작했다. 7회를 마칠 때쯤 자신감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눈앞은 깜깜하고 숨이 차올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가득했다. 곧바로 이어진 팔 굽혀 펴기 2회 반복 1회 10회. 기자는 2회 만에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면서 경직됐다. 몸은 완전 정지 상태가 됐다.
기자만 지켜보며 노심초사하던 중대장은 전체 훈련 분위기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 새롭게 지시했다.
누워 발차기 4회 반복 1회 10회. 아침을 많이 먹지 못한 데다 해발 800m가 넘는 고지대라 현기증까지 더해지면서 중대장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기만 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짧은 순간 머릿속에는 “이번에도 제대로 못 하면 정말 창피해서 얼굴 못 들고 다닌다.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눈을 질끈 감고 가까스로 버티며 10회를 마무리했다.
체력 훈련은 끝이 아니다. 설산의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에 가까웠지만 마지막으로 단체 구보를 실시했다. 기자는 체력적 한계로 열외했다. 반면 상의를 탈의한 채 눈밭에 등을 딱 붙이고 한 치의 오차 없이 각종 체력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한 장병들은 더욱 힘을 냈다. 해병대 군가를 부르면서 힘찬 목소리를 내지르는 단체 구보 중에 몸에서 아지랑이 같은 김이 피어올랐다. 정말로 추워 보였다. 그러나 매년 겨울 반복해온 훈련이기에 ‘춥지만 춥지 않다’는 자신감과 패기로 극복하는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배효민 제1특수수색대대 제1중대장(대위)은 “설한지 훈련을 통해 임무 완수의 성패는 강인한 체력뿐만 아니라 팀워크와 해병대의 강인한 도전 정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해병대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설상 기동훈련’ 차례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설산 위로 특수수색대 장병들이 새하얀 설상복을 입고 등장했다. 훈련장 정상에서 스키를 타고 전술 대형을 바꿔가며 연막을 뚫고 빠르게 활강했다. 눈이 많이 쌓여 발이 빠지는 등 기동이 어렵던 눈 위도 아무런 문제없이 신속하게 침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해병대가 설한지 훈련에서 사용하는 스키는 일반적인 장비가 아닌 ‘텔레마크 스키’다. 부츠를 착용하지 않고 동계 전술화나 군화를 신은 상태에서 그대로 스키 플레이트를 장착하기 때문에 기동성이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많이 타는 알파인스키(턴·제동 중심)와 노르딕스키(장거리 평지 기동 중심)의 요소를 결합한 스키다. 숲·능선·계곡 등 복합 지형에서 보행에 가까운 동작으로 균형을 잡기 쉽고 상황에 따라 자세 전환(사격·은폐 자세)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기자도 직접 체험하고자 스키 장비를 착용하고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10분 만에 바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미끄러운 눈 위에서 중심조차 잡지 못하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설상복을 입은 특수수색대 장병들이 설산과 한 몸이 돼 스키 전술 대형 기동으로 훈련장 정상에서 멋지게 내려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한쪽에서는 환자를 이송하는 훈련도 펼치고 있었는데 혹한의 설원을 극복하는 강인한 체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설상 기동훈련이 일반 스키와 다른 점은 30㎏이 넘는 완전 군장에 개인 화기 등으로 무장하고 기동한다는 점이다. 폴대도 없이 소총을 든 채 균형을 잡고 슬로프를 내려와야 한다. 상당한 근력과 균형 감각을 요하기 때문에 일반 스키보다 난도가 배로 높다.
슬로프를 지나 깊은 산속으로 한참 들어가니 눈과 흙을 파서 만든 전호식 잠적호가 설치돼 있었다.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완벽한 은폐·엄폐를 위해 동굴 형태로 땅을 판 뒤 그 위를 흰색 천으로 덮은 잠적호였다. 2명의 장병이 은폐·엄폐한 채로 적을 정찰하고 감시하기 편리하도록 설계됐다.
기자가 전호식 잠적호 근처까지 접근했는데 많은 눈이 쌓여 제대로 걷기가 힘들었다. 아이젠까지 착용했지만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종아리까지 푹푹 빠졌다. 이처럼 혹한과 설원으로 손이 얼어 병기를 다루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 탓에 각종 제한 사항이 많지만 해병대 특수수색여단 장병들은 매년 동계 훈련을 통해 ‘물같이 침투해 불같이 타격하고 바람처럼 퇴출하라’는 해병대 특수수색여단 구호처럼 어떤 작전 환경 속에서도 적진에 먼저 침투해 상륙 본대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번 훈련의 또 다른 특징은 드론 전투 실험의 첫 병행이다. 동계 환경에서 드론을 운용해 실시간 영상과 좌표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지상 수색부대의 작전 수행과 연계했다. 혹한과 설원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드론과 수색부대가 동시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현장에서 검증한 것이다. 장병들의 생존성을 높이고 작전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실험적 시도다. 이날 체감 온도는 영하 17도에 가까워 드론을 운용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훈련 계획대로 1인칭 시점(FPV) 드론 활용 목표물 제거 훈련도 완벽하게 수행했다.
유옥량 드론교육대장(소령)은 “혹한의 환경에서 FPV 드론을 활용한 전투 실험을 병행하며 전장 변화에 따른 드론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작전 환경에 적합한 드론 교육 및 운용을 통해 해병대의 전투력 발전과 승리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특수수색여단의 설한지 훈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단계는 장거리 무장 행군과 대대급 전술 훈련이다. 장병들은 평창에서 각 주둔지까지 약 300㎞에 이르는 구간에서 적의 위협을 의식하며 전술 무장 행군으로 이동한다. ‘침투 후 정찰과 감시’ ‘화력 유도’ ‘진지 변환과 타격 절차’ 등 그간 숙달한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혹한이 아닌 극한을 극복해야 하는 강행군이다.

해병대 특수수색여단은 해병대 기존 수색 전력을 통합해 지난해 7월 1일 창설됐다. 기존 제1수색대대, 제2수색대대로 분산돼 있던 수색대대를 특수수색여단 예하로 통합·운영해 상륙작전 지원 임무에 더해 적 종심지역 특수수색 정찰, 대테러 등 특수 임무 수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휘관은 대령급이다.
평시 임무로는 탐색구조부대, 신속기동부대 지원, 대테러특수임무대, 탐색 격멸 작전 등을 담당하고, 전시 임무로는 상륙작전 시 선견 부대로서 여건조성작전과 해병기동부대의 적지종심작전 등을 수행한다.
이주환 제1특수수색대대장(중령)은 “이번 동계 설한지 훈련은 혹한의 환경에서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전투 기술을 반복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실시했다”며 “앞으로도 전투 임무 위주의 실전적인 교육 훈련으로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는 해병대 특수수색여단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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