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3년"...트럼프, 1년 동안 '미국 역사' 분주히 뜯어 고쳤다

백민경 기자 2026. 1.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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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취임한 지 딱 1년이 됐습니다. 역대 대통령들과 다른 광폭 행보를 보이며 뉴스의 중심에 섰는데요. 부지런히 불편한 역사를 지우고 자기주장대로 역사를 새로 쓰고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이슈메이커이자 기존 국제질서를 흔들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그동안 미국이 손해를 봤다'며 세계 각국에 관세를 매겼고,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마약조직의 수괴로 지목해 한밤의 군사작전을 통해 뉴욕 법정에 세웠습니다.

MAGA, 즉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슬로건 아래 미국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자신하는데요.

그런데 이 트럼프 대통령, 실제로 역사를 자기 마음대로 고쳐 쓰고 있었습니다.


# '미국사' 고쳐쓰기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오, 오, 저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닙니다. 제가 확신하는데 저만큼 차별주의자가 아닌 사람도 없죠."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흑인의 친구"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1년간 미국 역사에서 노예제에 대한 기록을 지우고 또 지우고 있었습니다.

결정적인 조치는 3월 내려진 행정명령인데요.

가장 먼저 표적이 된 건 국가 정체성과 문화유산 보존을 목표로 하는 스미소니언 미술관이었습니다.

트럼프는 "국가적 수치심을 조장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우리는 박물관들이 우리 역사를 공정하게 다뤄야지, 즉 '지나치게 깨어있거나' 인종차별적이라는 식으로 다루지 않길 바랍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박물관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남북 전쟁의 현장을 보존해 온 하퍼스페리 역사공원에선 표지판 30개를 없앴는데,

특히 노예제 폐지 운동에 불을 댕긴 역사적인 사진 '채찍질 당한 등(1863)'도 모습을 감췄습니다.

미국의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1732~1799)의 관저 유적지에선 '워싱턴이 9명의 노예를 거느리고 있었다'는 내용을 삭제했고 저 멀리 네덜란드의 미군 묘지까지 가서는 '흑인 병사의 활약', '2차 대전 중 미군의 인종 분리 정책'에 대한 알리는 설명판을 치웠습니다.

또 흑인 인권운동을 기념하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1월)' '노예해방기념일(6월 19일)'은 그간 국립공원 무료 입장일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모두 빼고 대신 자신의 생일을 넣었습니다.


# '세계사' 고쳐쓰기



트럼프는 여러 차례 '제2차 대전을 종결하는데 미국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당시 독일의 병력을 크게 줄인 소련이나, 영국, 중국, 무엇보다 연합군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죠.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우리가 전쟁(2차 대전)을 이기게 했잖아요. 우리가 이겼어요. 다른 국가들은 돕기만 했죠. 우리 없었으면 졌어요. 우리가 아니었다면 지금 모두 독일어를 쓰고 있겠죠. 일본어나."

사기를 올리려는 발언으로 좋게 좋게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역사 왜곡'은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그린란드를 향했습니다.

미국의 그린란드 특사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동안 덴마크 대신 그린란드 주권을 지켰고, 전후 덴마크가 UN 절차를 무시하고 그린란드를 재점령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는 다릅니다.

미국은 덴마크와의 합의에 따라 방어만 하고, 덴마크가 UN 절차를 위반한 일도 없었습니다.

모두 유럽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고 그린란드를 손에 넣으려는 '빌드업'이었죠.


# 지도 고쳐쓰기



얼마 전 트럼프는 워싱턴 D.C.의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에 자기 이름을 나란히 적어 넣었습니다.

예술과 문화, 민주주의를 상징하며 가장 사랑받던 전 대통령 이름 옆에 트럼프의 이름이 적히는 데 반발한 예술가들이 공연을 잇달아 취소했죠.

트럼프의 자택으로 이어지는 플로리다 팜비치 근처 도로는 공공 도로인데도 '도널드 J. 트럼프 대로'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플로리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팜 비치 지역을 사랑합니다. 보여주신 성원을 남은 삶 동안 잊지 않을게요."

'평화를 좋아하는' 트럼프답게 국립평화연구소 이름을 바꾸는 것도 추진 중입니다.

가자 지구의 재건 사업을 두고서는 AI로 만든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트럼프 가자'는 밝게 빛나죠. 황금빛 미래, 새로운 삶. 거래가 끝나면 잔치하며 춤추죠. '트럼프 가자' 넘버원.]

곳곳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을 여실히 드러냈죠.


# "3년은 충분히 길다?"



역사학자들의 평가는 박합니다.

"역사에 대한 정치적 전쟁" (데이비드 블라이트, 역사학자)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구조적 위협" (400인의 역사학자 성명)

"가장 위험한 대통령" (앨런 라이트맨, 역사학자)

그리고 남은 3년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우리 아직 3년하고도 좀 더 남았죠. 트럼프와 3년은 영원처럼 길겠죠. 아주 긴 시간이죠."

트럼프는 2020년 말에도 '미국 역사 해석을 재정립하겠다'며 대통령 직속 '1776 위원회'를 만들고 미국 역사를 고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듬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곧바로 해체했죠.

그래서 트럼프가 뭘 하든 결국 '4년짜리 역사'가 될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옵니다.

하지만 최근엔 3선까지 입에 올리며 꽤 부지런히 1년을 보낸 트럼프,

이 속도라면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 트럼프의 거짓말에 동조하는 세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깊습니다.

JTBC 백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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