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샌드박스 출신”… STO 유통 인가에 번진 ‘특혜’ 논란
컨소시엄 참여사 “특정 기업만 ‘혁신’ 부각… 역차별 우려”
금융위, 28일 회의서 예비인가 결과 발표 전망
최근 금융위원회의 조각투자 유통 플랫폼 예비인가 심사 결과를 두고 심사 과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해 온 루센트블록이 탈락하고, 기존 금융기관 중심의 컨소시엄들이 선정되면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번 논란이 특정 기업에 대한 ‘샌드박스 특혜’로 비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선정된 한국거래소-코스콤(KDX)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NXT) 컨소시엄에도 샌드박스 출신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 공정위 ‘패싱’ 논란까지… 금융위 “통상 본인가 전 협의 진행”
또 금융위가 이번 예비인가 추진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 제3항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기관의 주식 소유를 승인할 때 경쟁 제한 여부를 사전에 공정위와 협의해야 한다. 공정위 측은 해당 예비인가 건에 대해 사전 고지나 협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위는 예비인가 단계의 성격과 심사 기준을 고려할 때, 공정위와의 사전 협의는 본인가 이전에 진행되는 절차라며 이번 논란에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비인가에서는 사업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통상 본인가 전 공정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지 등 요건에 대해 공정위와 사전 협의를 진행한다”며 “진행 과정상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 “시장 개척했더니 기득권 무임승차” 루센트블록 주장에… STO 업계 “함께 이룬 성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7일 3곳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금융투자업 예비인가 신청 건을 심사해 KDX와 NXT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에 루센트블록은 심사에서 지난 7년간의 운영 데이터와 실증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실적이 없는 기관들이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맨땅에서 시장을 일구는 동안 해당 컨소시엄은 토큰증권(STO) 산업에 기여한 바가 없다”며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가 무조건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법이 만들어진 취지대로만 판단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일한 규제 샌드박스를 거친 뮤직카우, 카사, 펀블 등의 기업들이 KDX·NXT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어 이번 이슈를 단순히 ‘스타트업 대 대기업’ 구도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STO 법제화 과정에서 이해 상충 방지를 이유로 발행·유통 분리 원칙을 도입하자 발행업을 선택했고. 루센트블록은 유통 플랫폼에 집중해 왔다.
현재 뮤직카우·세종디엑스·스탁키퍼·투게더아트 등이 NXT에 참여하고 있으며 카사·펀블·바이셀스탠다드 등은 KDX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루센트블록만이 유일한 ‘혁신 기업’인 것처럼 부각되는 것에 대해 업계 전반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 조각투자사 관계자는 “뮤직카우를 비롯한 다수의 샌드박스 출신 기업들이 컨소시엄에 합류하며 제도화 원칙을 수용했다”며 “STO 시장의 성장과 제도화는 부동산, 음원, 미술품 등의 상품 차별점을 가진 조각투자 기업들이 함께 노력해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또한 루센트블록은 넥스트레이드가 투자 및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한다는 이유로 기밀유지각서(NDA)를 체결한 뒤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넥스트레이드는 루센트블록으로부터 받은 자료엔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었고,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의 일반적인 검토였다고 반박했다.

◇ 과거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추진… ‘특혜’ 논란에 무산되기도
앞서 국회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를 제도화 이후 어떤 지위에서 다뤄야 할지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규제 샌드박스를 거친 혁신금융사업자가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현행법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심사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해당 법안은 ‘대안반영폐기’ 처리됐으며 이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최종본에서는 관련 내용이 완전히 제외됐다.
현재 대부분의 조각투자사들은 2023년 1월부터 시작된 STO 법제화 논의가 늦어진 탓에 인력을 줄이고 기존 사업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15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도화 기반이 마련됐다. 이제 시장을 운영할 사업자 선정만 남은 가운데, 업계는 빠른 시장 출범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뮤직카우 측은 “이번 논란이 시장 개설 지연으로 이어질 경우 수년간 제도화를 기다려온 조각투자 산업 전체가 생존의 기로에 설 수 있다”며 “유통시장이 정상적으로 출범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예비인가 일정 지연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금융위는 오는 28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안건을 상정해 논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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