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 보완수사권 빠지면 미제사건 더 늘어날 듯

위문희 2026. 1. 24.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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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주요 쟁점은
검찰청을 대체해 오는 10월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설치법안이 지난 12일 공개된 이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커지고 있다. 검찰청을 78년 만에 폐지해 중요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과 기소 및 공소 유지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간판만 바꿔 단 검찰이나 마찬가지”라며 여당 반발이 잇따르자 정부와 청와대는 조정 여지를 내비치고 있다. 현재 중수청·공소청법을 둘러싼 핵심 쟁점과 찬반 논리를 살펴봤다.

22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 개혁의 완성이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Q 중수청 내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 이원화 구조가 왜 논란인가. 정부안에 따르면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약 3000명 규모로 설치되는데 변호사 자격 등을 갖춘 ‘수사사법관’과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1~9급까지의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된다. 신분은 특정직 공무원이다. 아울러 부칙 제4조를 통해 2027년 4월 30일까지는 기존 검찰청 소속 검사를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뒀다. 5급 이상 전문수사관의 경우엔 시험을 거쳐 수사사법관으로 전직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여당 강경파는 “검사와 검찰 수사관의 기존 지휘 체계를 그대로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고 반발한다.

그럼에도 이원화 구조를 택한 건, 고난도 사건을 전담할 중수청이 출범 초기에 안착하려면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란 현실론 때문이다. 유인 장치가 수사사법관인 셈이다. 지난해 11월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편 태스크포스 설문조사에서 검사 910명 가운데 중수청 근무를 희망한 인원은 7명(0.8%)에 그쳤다. 수사사법관은 검사와 달리 대통령이 파면까지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 검사들이 ‘전직’을 택할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논란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내부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숙련된 수사 인력의 부재’를 꼽는다”며 “중수청 역시 성패는 결국 우수 인력 확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Q 중수청 권한을 놓고도 ‘검찰 특수부 시즌 2’라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중수청은 9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도록 설계됐다. 기존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범죄를 더한 것이다.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공수처 제외)과 경합할 경우, 중수청은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어 수사 우선권을 갖는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선 “검찰 특수부를 이름만 바꿔 중수청으로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중수청법은 사실상 특수부 독립법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검찰개혁추진단의 한 자문위원 역시 “누구도 9대 범죄 안을 제안한 적이 없었다”며 “검찰의 힘을 빼겠다더니 정권을 잡자 생각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애초에 특수부만 없애면 되는 것이었다”며 “검찰개혁은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해서 검찰을 비롯한 권력조직의 영향력을 줄이면서도 범죄에 대한 대응력은 약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중수청 수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부여한 조항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진다. 더군다나 이재명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한 지휘권 명문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개 여당 소속 정치인들이 맡아온 행안부 장관에게 과도한 수사 권력을 몰아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Q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필요한가.법무부 산하에 두는 공소청은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한 사건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재판 과정에서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가 이번 논의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명목으로 사실상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만큼 보완수사권은 폐지해야 한다는 게 여당 강경파 입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보완수사권이든 보완수사요구권이든, 어떤 명분으로든 수사권을 검찰에 쥐여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의 부실 수사를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로서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소청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려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보완수사”라며 “경찰이든 중수청이든 수사를 시작한 기관이 마음대로 끝낼 수 없도록, 수사를 개시한 사람과 종결하는 사람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Q 수사기관 재편으로 사건 처리 지연 문제가 해소될까.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보완수사요구권이 주어진 이후 사건 적체가 심해졌다는 점을 들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실제로 경찰의 관리미제 사건 수치는 증가 추세다. 2020년 366만511건이던 관리미제 사건은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470만5768건으로 5년 만에 약 100만 건 늘어났다. 경찰이 수사를 개시했지만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거나 사건 실체가 규명 안 돼 종결하지 못한 채 계속 관리 중인 사건 숫자다.

사건 처리 지연은 검찰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체 형사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142.1일에서 2024년 312.7일로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경찰 송치사건과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을 모두 포함한 수치로, 경찰 송치사건은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날부터 검찰이 기소 등 종국처분한 날까지로 계산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도 유사하다. 경찰이 입건한 사건의 처리 기간이 2020년 59.7일에서 2024년 63.9일로 4.2일 증가했다는데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재수사를 요청한 실태는 담기지 않았다. 감사원은 “전체 수사 기간에 대한 분석 자체가 불가하고 요구·요청으로 인한 수사 처리 현황 파악도 곤란하다”고 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차장 검사 출신 김종민 MK파트너스 변호사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없이 보완수사요구권만 주어진다면 검사와 경찰이 핑퐁을 벌이는 동안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만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준영 변호사도 “수사의 효율성·신속성은 하루하루가 고통인 피해자에게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에게도 무엇보다 절실한 가치”라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Q 대통령과 여당 입장은 어떻게 달라졌나. 정부안이 발표된 직후인 15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정부안은 초안에 불과하며, 검찰개혁의 권한과 책임은 국회에 있다”며 정부안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을 예고했다.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에선 대검 차장 출신으로 청와대 내 검찰개혁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봉욱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안을 만든 곳이 국무총리실 산하인데 김민석 총리가 “보완수사권에 대해선 그동안 일관되게 폐지가 원칙임을 밝혀왔다”고 말한 일도 있었다. 일부 검사 출신 의원들 정도만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란 목소리를 냈다.

20일 국회에서 윤창렬 검찰개혁추진단장(왼쪽)과 노혜원 부단장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에서 보완수사권 유지 쪽 시그널을 보낸다는 얘기가 나오고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당연한 대원칙”이라면서도 “(보완수사권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 공소시효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보완수사가 전면 금지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다음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는커녕 명분과 대의에 매달려 고통과 혼란만 가중시킨다면 그것은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의 명분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해 법안을 만들어달라는 당부로 보인다.

같은 날 오후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도 검사에게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표출됐다고 한다. 이제 공은 여당으로 넘어갔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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