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을 위한 60일의 기다림…한우 맛을 디자인하다

2026. 1. 2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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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들어서면 노란 볏짚을 두른 투명한 숙성고부터 눈에 띈다. 붉은색 살코기에 마블링이 촘촘하게 뻗은 큼직한 소고기가 다양한 미생물과 함께 숙성되는 중이다. 최근 신사동에 오픈한 ‘우가’(사진1)는 국내 많은 요식업 전문가들이 손꼽는 숙성 한우 전문점이다. 허세병 대표는 35년 경력의 숙성육 전문가로, 한우 레스토랑을 오랫동안 직접 운영하며 육가공에 관한 다양한 강의와 컨설팅 등을 진행해왔다.

“쉽게 설명하면 ‘숙성’이란 큰 분자를 작은 분자로 쪼개는 과정을 말합니다. 숙성을 통해 고기 안에 들어 있는 다양한 성분이 분해되면 인간이 맛을 인지하기 쉬운 작은 입자로 변하고, 자연스럽게 고기 맛과 향도 더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한우 숙성을 수십 년째 연구중인 허 대표는 숙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미생물의 접촉 여부’를 꼽았다. 예를 들어 소고기를 건조해 숙성하는 드라이에이징은 공기 중 미생물에 고기가 접촉되지만, 생고기를 진공 포장해 숙성하는 웻에이징은 미생물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이제는 숙성도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달로 발효 환경을 더욱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고, 숙성 전문가의 의도에 따라 고기의 풍미나 질감도 설계할 수 있죠.” 현재 우가에서는 2+ 등급의 한우를 부위별로 손질한 다음 유산균과 고초균을 접종해 숙성을 진행한다. 고초균은 된장·청국장 등 우리의 전통 장류를 만들 때 쓰이는 균으로 볏짚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다. 우가에서는 최소 60일간 효모균이 활동하기 좋은 적정 온도와 저온 숙성을 번갈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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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잘 숙성된 한우는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있을까. 허 대표가 추천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뜨겁게 달군 팬 위에서 굽기. “고기는 강한 열에서 약한 열의 순서로 굽는 게 포인트예요.” 먼저 높은 온도에서 고기의 겉면을 노릇 바삭하게 구운 다음 불을 낮춰 골고루 익힌다.(사진2) 이때 캐러멜라이즈된 숙성육 표면에서 열 분해가 일어나며 고소한 간장 냄새 같은 발효 풍미가 난다. 인기 메뉴인 육회(3만5000원) 역시 표면을 한 번 강하게 그을려 제공하는데, 잘 익은 소고기 표면의 감칠맛을 먼저 맛본 다음 부드러운 생고기의 풍미를 즐기라는 의도다. “‘한우는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지 마시고 숙성하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 풍부한 맛과 향, 식감을 유연하게 즐겨보세요.” 숙성 꽃등심과 안심은 100g에 각 5만8000원이다.

글 이나리 출판기획자 사진 김태훈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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