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로봇 반대’, 혁신 싹 틀 때마다 막아 서는 나라

현대차가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를 미국 등의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히자 현대차 노조가 “단 한 대도 공장에 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노조의 반대 이유는 고비용·저생산성의 노조원이 로봇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7곳의 임직원 평균 인건비는 1억3000만원이고, 하루 8~10시간 근무한다. 아틀라스는 대당 2억원 정도에 연간 유지비가 1400만원, 여기에 24시간 가동된다. 4억원 주고 3명 고용하느니 로봇 한 대만 구입하면 된다는 얘기다. 폭력 불법 파업도 없다.
글로벌 산업계는 ‘피지컬 AI’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차의 경쟁자인 테슬라와 중국 기업들의 공장은 이미 로봇이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만 “노사 합의 없이는 로봇 한 대도 안 된다”며 무조건 막겠다고 한다. 이들은 글로벌 경쟁 상황이나 회사의 미래엔 관심이 없다.
한국에선 이미 많은 ‘아틀라스’들이 질식사했다. 혁신이 등장할 때마다 기득권 집단과 그들의 표를 탐내는 정치권이 혁신의 싹을 밟아버리는 일이 거듭됐다.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영업하는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가 한국에선 퇴출당했고, ‘타다’는 정치권이 타다 금지법까지 만들어 기어이 문을 닫게 만들었다.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로톡’은 변호사 단체와 수년간 법정 싸움을 이어가야 했고, 환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비대면 진료 서비스들은 의료계 반대에 반쪽이 됐다. 세금 환급을 도와주는 AI 서비스 ‘삼쩜삼’은 세무사 단체의 공격을 받고 있다. 첨단 플랫폼으로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수수료를 낮추려던 ‘직방’은 중개사들의 집단 반발에 시달렸다.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중 40% 이상이 한국에선 각종 규제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규제 혁파에 나서도 부족할 판에 정치권은 기득권 세력의 표만 계산하고 있다. 새로운 혁신 사업을 꿈꾸는 인재들은 나라를 떠나고 있다. 좁은 시장과 낡은 규제의 덫을 피해 실리콘밸리로 간 ‘센드버드’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넘는 스타트업)이 됐고, 식당 서빙 로봇 시장을 개척한 ‘베어로보틱스’도 로봇 통행을 봉쇄했던 한국 도로교통법과 낡은 로봇법 등을 피해 미국으로 떠나 성공을 거뒀다.
혁신이 멈추면 고비용과 저효율, 낡은 산업만 남는다. 결국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득권 세력이 가진 한 줌의 표보다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보아야 한다. 혁신이 나타날 때마다 싹을 밟아버리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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