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또 애랑 뭐하죠?”...‘엄빠’ 고민 덜어줄 겨울 가족공연 모아왔습니다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6. 1. 2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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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푸른 사자 와니니
‘나다움’ 찾아가는 성장기
가족뮤지컬 건전지 아빠
아이 눈으로 아빠 고충 그려
동화 원작 작품 긴긴밤
진한 감동에 ‘오열극’ 별명

겨울방학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관람하기 좋은 가족 공연들이 풍성하다. 말뿐인 가족극이나 유치한 인형탈 공연들은 예전 이야기. 관객이 공연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직접 체험하고 탐험하는 ‘이머시브 뮤지컬’부터 아이들이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한 실험극까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공연들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로 관객을 만난다.

동화 원작의 뮤지컬 ‘푸른사자 와니니’의 한 장면. 강렬한 의상과 무대 등으로 아프리카 초원을 표현했다. [AM컬처]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 중인 ‘푸른 사자 와니니’는 겨울방학 시즌 가족 관객을 겨냥해 선보인 창작 뮤지컬이다. 작품은 이현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2015년 출간 이후 9권까지 시리즈로 이어지며 누적 판매 100만부를 넘겼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초원을 배경으로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사자 와니니가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성장담을 담고 있다.

뮤지컬은 이 가운데 1권의 서사를 무대 위로 옮겼다. 와니니는 사자임에도 몸집이 작고 온순한 성격인 탓에 무리 안에서 ‘쓸모없다’며 무시를 받는다. 결국 무리에서 쫓겨난 그는 초원을 떠돌다 떠돌이 사자 아산테와 잠보를 만나고, 이들과의 동행 속에서 다양한 동물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사자다움’을 발견해간다.

‘푸른 사자 와니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18회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작품으로, 이번 공연은 초연 무대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작곡가 김혜성이 제작에 참여해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강한 리듬감의 타악과 서정적 선율을 결합해 아프리카 초원의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구현했다. 프로젝션 매핑과 애니메이션, 정교한 퍼펫과 동물 의상을 활용해 무대를 풍성하게 채운 것도 특징이다. 사자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라이온킹’을 떠올리게 하지만, 화려한 스펙터클보다는 인물의 내면 변화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결을 달리한다.

제작진은 이 작품을 ‘아이들만을 위한 공연’이 아닌, 온 가족이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가족 뮤지컬로 규정한다. 김혜성 작곡가는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아이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성인의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25일까지 이어지며 다음달 7일과 8일 화성아트홀을 거쳐 5월 서울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의 공연 장면. 아이의 시선에서 아빠의 고충을 표현해냈다. [NHN 링크]
이화여대 ECC 영산극장에서 공연 중인 ‘건전지 아빠’는 일상적인 가정의 풍경에 초점을 맞춘 가족 뮤지컬이다. 동명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20년 넘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전승배 감독과 아내 강인숙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아침에는 시계의 자명종을 울리고, 아이의 장난감을 작동시키며 놀아주고, 저녁에는 TV 리모컨과 전자 모기채를 켜는 등 집 안 곳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는 ‘건전지’를 아버지에 빗대 의인화했다.

작품은 가족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쉼 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건전지에 비유한다. 하루 종일 방전되듯 일하다가도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다시 충전되는 부성애를 직관적인 이미지로 풀어낸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202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가족영화 부문 ‘골든게이트상’을 받았다. 이탈리아 지포니 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되고 스위스 판토체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후 ‘건전지 할머니’ ‘건전지 엄마’ 등 시리즈로 확장됐다.

뮤지컬은 원작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가족을 위해 하루를 살아내는 아버지의 모습을 아이의 시선에서 무대 위로 옮겼다. 제작을 맡은 오선화 프로듀서는 실제 육아 과정에서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다 위로를 받았고, 그 경험이 공연 제작의 출발점이 됐다고 밝혔다.

작품 곳곳에는 부모 관객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현실적인 육아 장면들이 담겼다. 아이를 재운 뒤 이른바 ‘육퇴’ 이후 늦은 밤 치킨을 시켜 ‘나는 솔로’를 보거나, 아이의 양치를 챙기느라 정작 자신의 세수를 잊고 “어차피 아무도 모른다”며 웃어넘기는 순간들이 그렇다. 아이를 위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부모의 하루를 다정하게 비추는 장면들이 공연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뮤지컬 ‘긴긴밤’의 2024년 초연 장면. 관객들로부터 ‘오열극’이라고 평가 받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라이브러리컴퍼니]
21일 개막한 ‘긴긴밤’은 동명의 동화를 원작으로, 지구상 마지막으로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새끼 펭귄의 여정을 그린다. 인간의 무자비한 밀렵과 전쟁을 겪은 노든과 펭귄은 함께 바다를 향해 나아가며 화해와 용서를 선택한다. 원작 동화는 제2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누적 판매 50만부를 넘겼다.

이전 공연에서는 ‘오열극’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관객들의 강한 공감을 얻었다. 특히 인간에게 가족을 잃은 뒤 복수를 꿈꾸던 노든이, 세상을 떠난 펭귄 치쿠와 윔보를 대신해 새끼를 바다로 데려가는 결말은 많은 관객을 훌쩍이게 했다.

2024년 초연 당시 유료 객석 점유율 75%, 관람 평점 9.9점을 기록하며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긴긴밤’은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오는 3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에서 공연된다. 겨울방학을 맞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대학원생 제외)까지 학생 관객을 대상으로 한 40% 할인도 마련됐다.

뮤지컬 ‘극자의 도로시’의 한 장면. 아이들은 헬멧을 쓴 채 극장 곳곳을 돌아다닌다. [강동아트센터]
강동아트센터에서 앙코르 공연을 여는 ‘극장의 도로시’는 이머시브 형태의 가족 뮤지컬이다. 관객은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대신 극장 곳곳을 이동하며 이야기를 체험한다. ‘오즈의 마법사’ 세계관을 차용해 관객이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를 탐험하는 구조다.

지난해 11월 초연 당시 8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는 겨울방학을 맞아 관람 등급을 기존 10세 이상에서 8세 이상으로 낮췄다. 연습실과 분장실 등 평소 출입이 제한된 공간은 물론 무대 위에 올라 조명 필터를 직접 조작하고 배경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에도 관객이 참여한다. 공연은 2월 1일까지 이어진다.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의 2025년 공연 장면. 아이들이 직접 공연제작에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종로구]
국립극단 기획초청작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는 ‘어린이의,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에 의한 연극’을 표방한다. 창작집단 공놀이클럽의 작품은 아동극 최초로 제61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했다.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를 모티브로 삼은 이 작품에는 국내 최초로 어린이 배우들이 창작 과정에 직접 참여해 ‘어린이에 의한 연극’을 구현했다. 극에는 실제 어린이들이 느끼는 고민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긴다. 태어나는 것부터 나이 드는 일, 부모와 친구, AI, 꿈과 전쟁, 그리고 나 자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무대 위에서 풀어낸다.

전 회차는 ‘열린 객석’으로 운영된다. 공연 도중 자유로운 입퇴장이 가능하고, 관객이 움직이거나 뒤척여도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불필요한 긴장을 느끼지 않도록 음향은 최소화하고, 객석 조명 역시 밝게 유지한다. 아이들을 위한 연극이라는 기획 의도가 형식 전반에 반영됐다. 공연은 오는 2월 6일부터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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