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감자칩 대신 김부각 먹게끔 만들것"

박태일 기자(ehtwelve@mk.co.kr) 2026. 1. 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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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각으로 호주 찍고 美진출
노지현 대표
수출명 'BUGAKGA' 리브랜딩
김밥처럼 고유명사로 승부수
지역 재료 고집·명인과 협업
패키지도 친숙한 원통형으로
삼성서 中企 스마트공장 지원
대량생산 노하우 발판 얻어

광주 전통시장을 대표하던 손맛으로 미국 대형마트 입점을 타진한다. 그것도 가공·건조부터 조리까지 손이 유독 많이 가는 김부각으로 도전장을 냈다. 광주광역시 1913송정역시장에서 '느린먹거리'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노지현 대표(38)가 주인공이다. 그는 "맛있고 건강한 우리 전통 먹거리인 김부각을 전 세계인의 간식으로 만들고 싶다"며 "외국인이 감자칩 대신 건강한 김부각을 안주로 먹게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가 창업에 나선 건 이웃 주민들 권유 때문이었다. 남원에 사는 친정어머니가 보내준 부각을 동네 주민에게 나눠줬더니 "맛있다"며 팔아보라는 제안이 쏟아졌다. "집에서 소량씩 만들어 동네 장사부터 시작했는데, 맘카페에서 반응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노 대표는 밥반찬이던 김부각을 저염식으로 바꾸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한 입 거리로 재해석했다. 62시간 동안 온습도를 조절해가며 말려 바삭한 식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건 전통시장인 1913송정역시장 입점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협업해 진행한 심사에서 1등으로 입점이 결정됐다. 그는 "커피 등 음료와 함께 김부각을 스낵처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높은 점수를 산 것 같다"며 "맛으로 입소문이 나자 '수요미식회'에 소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호주 파인다이닝 식당도 뚫었다. 바이어가 우연히 느린먹거리 김부각을 접한 뒤 호주 현지에 소개했고, 멜버른의 스페인 레스토랑 모비다가 느린먹거리의 제품을 사용한 것이다. 노 대표는 "요리이자 작품으로 부각이 활용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와인 페스티벌에서도 김부각이 안주로 나가는 걸 보고 수출에 대한 확신을 더 굳혔다"고 말했다.

최근 K푸드 열풍으로 시장 기회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해외 식품박람회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노 대표는 "식품박람회에서 K푸드보다 일본 부스가 늘 붐볐는데 10년 새 정반대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채식 메뉴에 관심이 많은 미국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이 바람을 타고 2025년 기준 매출이 약 10억원(전년 대비 370% 성장)으로 예상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노 대표는 "2028년까지 매출 목표를 30억원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수출 시장 개척에는 품질 관리가 가장 큰 장벽이었다.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김부각을 상품화하기까지 난관이 많았다. 노 대표는 "김부각은 부피가 클뿐더러 산화에 민감해 유통기한 관리가 어렵다. 맛과 품질이 균일하게 대량생산하기도 까다로웠다"며 당시 어려움을 전했다. 공정 표준화의 실마리는 2020년 삼성전자 상생형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참여하며 발견했다. 그는 이 사업에 대해 "온도·습도·공정 등을 표준화하는 데 도움이 컸다"며 불량률도 기존의 절반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25년 말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먼저 '느린먹거리'가 국내에서만 통하는 이름이라는 판단하에 '부각가(BUGAKGA)'라는 브랜드명을 새로 마련했다. 지도교수이던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 교수의 도움이 컸다. "과거 김밥이 'Korean seaweed rice roll'로 불리다가 지금은 '김밥'이라는 이름 그대로 통용되듯 순우리말인 부각이 고유한 이름으로 인식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식감이나 형태도 해외 맞춤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기존 부각이 봉지에 든 비정형적인 형태라 보관·운송에 제약이 컸기 때문이다. 노 대표가 떠올린 건 프링글스처럼 길쭉한 원통형 패키지였다. "우리 전통 부각을 비행기에 태워 보내려면 완전히 변해야 했습니다. 외국인에게 친숙한 포장 형태를 개발한 이유입니다."

노 대표에게는 사업 규모가 커져도 한 가지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다고 했다. 장흥 무산김, 완도 소안도김 등 전라남도 지역 식재료만 고집하는 것이다. 사찰음식 대가인 전남 백양사 정관 스님의 철학과 레시피를 전수받으며 맛에 특별히 공들이기도 했다. "지역에서 출발한 작은 브랜드를 키워나가다 보면 결국 지역 산업을 지킬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로컬푸드가 글로벌로 확장되는 전환점에 힘을 보태는 것, 이게 제가 부각을 매일 굽고 말리는 원동력입니다."

[박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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