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간부 “임성근에게 ‘법의 심판 받자’ 했는데 안 들어…오히려 허위 진술 요구”
조사 때는 “임성근은 공보에 관심 없어” 진술
법정에서 “해병대 관련은 엄중하게 본다” 고백
“그날 이후 죄인 된 심정…진실 잘 밝혀지길”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당시 언론 대응과 공보 업무를 맡았던 해병대 간부가 “임성근 전 1사단장에게 ‘부하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고, 법의 심판을 받자’고 말했는데 임 전 사단장이 듣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임 전 사단장이 직위에서 물러난 뒤에도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해 계속 관련 언론 보도를 보내줬다. 그런데 사단장은 오히려 나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며 작심한 듯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에서 23일 심리한 임 전 사단장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공판에는 사건 당시 1사단 공보정훈 실장이었던 이기원 중령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 중령은 경북 예천군 일대에서 호우 피해 복구와 실종자 수색 작전을 개시한 2023년 7월18일 언론 매체들과 소통하는 한편 임 전 사단장에게도 직접 현황을 보고했다.
이날 법정에 제시된 당시 공보 지침, 관계자들 단체채팅방에 올라온 현장 사진, 이후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 등에는 해병대원들이 무릎이 잠길 정도의 물 안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나왔다. 수변에서 수풀을 헤치면서 이리저리 수색하는 장면, KAAV(상륙돌격장갑차)와 IBS(소형고무보트) 등의 모습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이 중령은 “현장이 이미 노출돼 많은 언론이 취재하는 상황이었고, 여러 기자로부터 사진을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공보 내용에 대해 상부에 별도를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액티브(적극적) 지침’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가 공보팀 채팅방에 올라온 사진 중 일부를 선정해 언론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분초 단위로 언론에 사진을 제공할 때 상관인 임 전 사단장에게는 따로 지시받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채상병 특별검사팀(특검)이 무릎 높이의 물 안에 들어간 대원들의 사진을 제시하며 “당시 수변 수색이라는 지시가 내려놨는데, 왜 대원들이 물속에서 수색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중령은 “그렇게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전 지휘관이 안전 조치를 하고 작전을 수행한 것이라고 신뢰하고 있었다”며 “실종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이었고, 수색 작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중령은 다음날인 7월19일 이 사진을 포함한 사진 12장과 관련 언론 보도 링크를 오전 6시7분 임 전 사단장에게 보냈고, 임 전 사단장은 7시4분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루어졌구나”라고 격려하듯 답장했다. 특검이 “해병대원이 물에 들어가 수색하는 장면이 다수 매체에서 보도됐는데, 임성근이 이 기사들을 봤을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이 중령은 “예”라고 했다.

그는 앞서 군사경찰과 검찰에서 여러 차례 조사받을 때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아예 뉴스를 보지 않는다. 공보에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해, “채상병 영결식 이후에야 소식을 들었다”는 임 전 사단장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지난해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그 사람 성격상 모를 수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고, 이날 법정에서도 작심하고 임 전 사단장에 대한 비판 발언을 내놨다. 이 중령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2024년 3월14일 사단장에게 ‘사실 확인 요청서’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면서 “그 내용 중에 자신이 ‘징계 관련해 언급한 적이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더는 이분과는 인간 된 도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중령은 2023년 7월26일 군사경찰에서 조사받고 나서 임 전 사단장으로부터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언론에 사진을 제공한 것에 대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반년 뒤 임 전 사단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게 하려고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 중령은 “저는 사고 이후 줄곧 사단장에게 세가지를 얘기했다. ‘법의 심판을 받자, 부하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자, 언론 상대로 사사로이 대응하지 말자’는 것이었다”며 “이를 간절히 바라면서 인간의 도리를 해왔는데, 오히려 허위 진술을 요구하는 걸 보면서 저도 입장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임 전 사단장 측 변호인단은 당시 현장이 긴급히 돌아가고 있었기에 공보실장에게 큰 재량권이 부여된 상황이었다며, 수중 수색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완규 변호사는 “증인은 과거 수사기관 조사에서 ‘사단장이 스마트폰에서는 기사 링크나 사진이 작게 보일 수밖에 없어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술했다. 카카오톡으로 보낸 언론 일일 스크랩도 잘 보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에 이 중령은 “그건 일반적인 상황에 관한 얘기였다. 사고 당시 보고에 대한 게 아니다”라며 “해병대 관련 사항은 매우 엄중하게 관찰하고 살펴보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대원들이 물 안에서 수색하는 사진 여러장을 내보이며 “자세히 확대해서 보면 물 옆에 바로 수풀이 있다. 당시 강물의 폭은 넓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으나, 이 중령은 “저의 솔직한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중령은 “2023년 7월19일 이후 채 해병과 부모님께 죄인이 된 심정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며 “법의 심판이 오래 걸린 것 같아 지금이나마 진실이 잘 밝혀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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