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연극을 계속 하는가... 젊은 연극인들의 외침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6. 1. 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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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페스티벌 개막작
연극 ‘카페人중독 투샷’ 리뷰
연극 ‘카페人중독 투샷’ 포스터 이미지. 공연은 25일까지 계속 된다. [연희예술극장]
공연을 하루 앞둔 극장. 배우와 연출, 스태프들은 여전히 완성과는 거리가 먼 무대 앞에서 불안에 시달린다. 확정되지 않은 대사, 준비되지 않은 음향, 맞지 않는 조명 큐, 배우와 단원 사이의 갈등까지. 마지막으로 드레스 리허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보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리허설은 완성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오히려 더 엉망이 되어간다.

연극 ‘카페人중독 투샷’은 공연이 가장 불안정한 상태, 실제 공연이 어떻게 펼쳐질지 가장 알기 힘든 드레스 리허설의 순간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그 시간은 이 작품의 출발점이자 중심 무대다.

극 속의 극은 커피의 역사를 다룬다. 에티오피아의 한 농부가 커피콩을 발견한 순간부터 수도승 사이로 전파되고, 제국들의 기호품이 되었다가 한국으로 건너와 이상의 예술을 거치고, 군부독재 시절의 규제를 지나 오늘날의 카페 문화에 이르기까지. 커피가 인류의 이동과 함께 확산돼온 과정이 무대 위에서 쉼 없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공연의 주제는 커피의 역사가 아니다. 극 속의 극은 하나의 소품에 가깝다. 커피의 서사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노력과 갈등,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열정을 비추는 장치로 기능한다.

실제 공연은 관객이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다. 유난히 분주한 스태프들이 관객을 안내하고, 배우들은 고스란히 노출된 무대 위에서 몸을 풀고 대사를 맞춘다. 산만하게 반복되는 러닝타임 변경 안내와 리허설을 앞두고 들뜬 스태프들의 대화까지. 관객이 공연을 보러 온 것인지, 드레스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리허설 시작을 알리는 외침과 함께 조명은 암전된다.

드레스 리허설 속에서는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어김없이 잘못된다. 음향감독은 음악을 준비하지 못해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총소리를 흉내 내고, 마이크를 켜둔 채 코를 골기도 한다. 조명은 계속 깜빡이고, 사다리가 설치됐다가 철거되며 관객은 자리를 비켜준다. 배우들은 장면 사이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거나 연기 방식을 바꿔달라고 요청한다. 연출과 배우, 배우와 배우, 스태프 간의 갈등은 점점 격화되고, 결국 배우들의 시위와 폭동 끝에 드레스 리허설은 중단된다.

공연의 흐름은 여기서 전환된다. 배우들이 모두 자리를 뜬 뒤, 연출 혼자 극장에 남아 관객을 향해 말을 건다. 창작집단 모르Z가 공연을 올릴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카페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연극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들, 그러다 문득 커피에 관한 연극을 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던 계기를 털어놓는다.

연극 ‘카페人중독 투샷’ 포스터 이미지. 공연은 25일까지 계속 된다. [연희예술극장]
그러나 막상 공연을 극장에 올린다고 상상하자 찾아온 준비의 아득함, 공연 이후의 반응에 대한 공포, 더 나아가 연극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까지. 그래서 차라리 드레스 리허설이 엉망이 되고 공연이 영영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을 먼저 떠올렸고, 그것을 그대로 공연에 담았다고 고백한다. 실제 공연을 올리는 일이 두려웠기에, 드레스 리허설이라는 형식으로, 그것도 실패를 전제로 한 상황을 무대에 올린 셈이다.

‘카페人중독 투샷’은 결국 “우리는 왜 연극을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배우들은 돈 때문이 아니라 좋아서 연극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습 과정은 언제나 높은 긴장도와 예측 불가능성, 끊임없이 터지는 갈등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드레스 리허설은 계속되고, 공연은 끝내 드레스 리허설의 형식으로 본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공연을 마친 이들은 마치 시지프스처럼 다시 펜을 들고 연습실로 향하며 조명을 매만진다.

이들은 왜 계속하는가. 공연 말미, 음악감독이 친구들과 함께 있는 즐거움을 노래하는 장면은 하나의 답처럼 다가온다. 갈등이 극에 달했던 연습실도, 한때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던 배우가 커피를 들고 나타나는 순간 반가움으로 채워진다. 연극의 본질은 같은 공간에 함께 머무른다는 사실에 가깝다는 메시지가 조심스럽게 전해진다.

이 작품은 연극을 계속하는 이유를 드러내는 동시에 젊은 창작자들의 열정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부족한 무대 장치와 어수선한 진행 속에서 커피의 역사는 쏟아지듯 전달되고, 관객은 무엇을 정확히 이해해야 할지 잠시 길을 잃는다. 그럼에도 무대 위에서 온몸으로 소리치는 배우들의 과한 연기는 분명 의도된 선택이다.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드러내는 열정의 순수함은 오히려 아름답게 보인다.

공연 속에서 배우들이 외치는 ‘무조건적인 지지, 따뜻한 격려 그리고 칭찬’은 자연스럽기보다는 시위에 가깝다. 거칠게 던져지는 이 외침은, 아직 무엇이 될지 불분명한 예술가들에게 주어지는 응원의 필요성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모자이크 페스티벌’ 포스터. 연희에술극장에서 3월 1일까지 게속된다. [연희예술극장]
‘카페인중독 투샷’은 제9회 모자이크 페스티벌 우수작으로 선정돼 제10회 모자이크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현직 대학생과 대학 졸업 3년 이내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실연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 페스티벌은, 본격적인 축제를 앞두고 고민과 불안 속에 놓인 창작자들에게 이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왜 계속 공연을 해야 하는지, 공연 이후 닥쳐올 불확실성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에 대해서다.

모든 좌충우돌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마실 사람이 결국 커피를 마시듯, 드레스 리허설이 끝내 이어지듯, 연극인들은 오늘도 다시 모여 작품을 구상하고 연습하며 무대에 오른다. ‘카페人중독 투샷’은 그 반복의 이유를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전한다.

공연은 25일까지 연희예술극장에서 이어지며, 제10회 모자이크 페스티벌은 3월 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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