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동의 없는 그린란드 '합의 틀'... 트럼프는 "완전한 접근권 확보"
덴마크 "나토, 그린란드 협상권 없어"
NYT "덴마크, 그린란드 일부 소유권 이양 주장 반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다보스포럼)에서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철회하는 대신 일부 소유권을 확보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른바 그린란드 '합의 틀'은 "공식 문서도 없는 구두 협의 사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접근권'이 실체가 불분명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마련한 '그린란드 및 북극 전체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 틀'은 "공식적인 문서가 존재하지 않은 협의 사항"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뤼터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북극 지역 전체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CNN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합의 틀에는 △1951년 덴마크가 미국과 체결했던 '그린란드 방위 협정'의 개정 논의 △그린란드에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적·안보적 접근 차단 △그린란드에서 나토의 역할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들이 문서화되지 않은 탓에 나토 동맹국 사이에선 실제 합의된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그린란드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합의 틀에 안보, 모든 것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 원하는 만큼의 기지, 장비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99년, 10년 이런 장기 임대 계약은 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 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미국과 나토 사이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 등에 대한 주권 인정 여부가 논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나토는 주권 문제는 공식 협의된 사안이 아니고, 의제도 아니라며 정면 반발했다.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그린란드 주권 및 권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토 대변인실도 "러시아와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당국은 아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합의 틀 논의에 참여한 바도 없고 의견 제시도 요청받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나토가) 우리 주권에 대해 협상할 권한은 없다"며 "(진행 중인 협의는)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고 들었다"고 강조했다.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뤼터 사무총장이 합의한 틀에 무엇이 담겼는지 모른다"며 "모든 합의는 주권과 영토 보전을 포함한 그린란드의 '레드라인'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놓고 많은 부분에서 양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얻은 것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나토가 새롭게 합의했다는 골든돔(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설치나 광물자원 접근 문제는 이미 미국이 보장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린란드 방위 협정에 따라 그린란드 내 군사 기지를 설치하고 운영할 권한이 있다. 미 우주군은 이미 그린란드 북서부 피투픽 우주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탐지하는 조기경보 레이더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도 사업 인가를 받고 자원 탐사 중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승리는 그동안 요구했던 것에 비하면 작으며, 아마 그 소동 없이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틀 마련을 승리로 주장했지만, 이 역시 세부사항은 협상돼야 하며 파탄 날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이 어려워질 경우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여론을 선동하고, 소동을 일으킬 여지도 있다"며 "미국과 유럽이 가까운 미래에 다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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