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의 지지모임 일정, 김민석의 국정 설명… 지방선거 앞 제주에 드리운 당권의 그림자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가 다시 정치의 무대에 올랐습니다.
공식 일정과 개인 행보, 당무와 지지 조직의 경계가 흐려진 자리에서 ‘소통’이라는 명분과 ‘세력화’라는 해석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제주에서 펼쳐지는 더불어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행보는 지역 방문을 넘어,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신호로 읽힙니다.
■ 네 번째 제주 방문, 반복 자체가 메시지가 됐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26일 이틀간 제주를 찾습니다. 당 대표 취임 이후 네 번째 제주 방문입니다.
일정만 놓고 보면 이례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첫날 핵심 일정은 당 공식 행사가 아니라, 정 대표 개인 지지모임인 ‘청솔포럼’의 비전선포식입니다.
행사 장소는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이고, 형식은 특별강연입니다.

제주를 지역구로 둔 일부 민주당 의원들조차 초청받지 않은 개인 일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당 대표의 지역 방문’이라는 외피와 달리, 실제 무게중심은 지지 조직 행사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비전선포식’이라는 형식이 던지는 질문
청솔포럼은 정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 약 300명으로 구성된 모임입니다.
제주 행사를 계기로 전국 단위 활동을 예고했습니다. 지지모임, 비전선포, 전국 조직화 계획, 그리고 당 대표의 직접 강연이 한 무대에 올랐습니다.
사실 당원 소통이라는 공식 설명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대목입니다.
‘비전선포’라는 표현은 메시지를 개인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올립니다.
당 대표의 권한과 개인 정치 기반이 같은 장면에 겹쳐지는 순간, 정치적 해석은 불가피해집니다.
■ 공식 당무와 개인 정치의 자연스러운 연결
정 대표는 이튿날인 26일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하고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합니다.
이후 행방불명인 표지석 닦기 봉사활동과 제주동문시장 민생 탐방까지 이어집니다. 형식만 보면 전형적인 당무 일정입니다.
다만 이 공식 일정이 하루 전 ‘지지모임 비전선포식’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시선은 엇갈립니다.
개인 정치 메시지와 당 공식 일정이 동일한 지역과 시간대에 배치될 경우, 소통과 관리의 경계는 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내에서도 평가가 갈립니다.
한 관계자는 “당 대표가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라면서도 “지지모임이 전면에 나서고 메시지가 비전선포 형식을 띠는 순간,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전했습니다.

■ 김민석의 제주, 다른 형식의 같은 질문
정 대표의 제주 일정이 ‘지지 기반’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김민석 국무총리의 제주 방문은 ‘국정 프레임’에 가깝습니다.
김 총리는 설 연휴 직전인 2월 11일 제주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도의 요청으로 추진되는 K-국정설명회가 핵심 일정입니다.
국무총리가 직접 주재해 정부 정책 성과와 방향을 설명하는 이 자리는 이미 여러 지역을 순회해 왔습니다. 형식은 다르지만, 정치적 맥락은 닮아 있습니다.
김 총리 역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제주4·3평화공원 참배와 도지사 면담, 민생 현장 방문까지 이어지는 일정은 국정 수행이란 외연을 갖추고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존재감 강화라는 해석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제주도당이 아닌 오영훈 지사가 직접 국정설명회를 요청한 점은 지역 정치의 미묘한 흐름을 드러냅니다.
■ 제주가 다시 정치의 ‘시험장’이 된 이유
정 대표의 문대림 의원 의정보고회 참석, 김 총리의 국정설명회 추진, 차기 당권 주자들의 연쇄 제주 방문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에는 유력 정치 인사들이 포진해 있고, 중앙 정치와 지역 정치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습니다.
중앙 정치인에게 제주는 민심을 점검하고 메시지를 시험하기에 적합한 무대입니다.
다만 방식은 다릅니다.
한쪽은 팬클럽과 비전선포라는 직접적 결집 전략을 택했고, 다른 한쪽은 국정 설명과 정책 성과라는 간접 화법을 선택했습니다.
둘 다 합법적이면서, 둘 다 정치적입니다.
■ ‘소통’이라는 말 뒤에 남는 판단의 몫
정치인은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당 대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민주당 측은 해당 일정이 특정 지지조직을 전면에 내세운 정치 행보라기보다, 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소통 성격의 일정으로 기획됐으며, 지지모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소통과 세력화의 경계는 생각보다 얇습니다.
지지 조직이 전면에 나서고,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메시지가 포장되는 순간, 그 행보는 당 전체의 전략이 아니라 개인 정치 프로젝트로 읽힐 소지를 안게 됩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유권자와 당원이 보고 있는 것은 일정의 개수가 아니라 그 방향입니다.
제주에서 시작된 이번 행보가 당의 확장으로 기록될지, 개인 권력 관리의 신호로 남을지는 이후 이어질 선택이 가를 전망입니다.
그 판단은 정치권의 해석이 아니라, 결국 표로 확인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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