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대규모 오케스트라·스케일…오페라의 혁신적 무대
‘니벨룽겐의 반지’ 중 첫번째 작품
대작 위한 인물 소개·이야기 설정
북유럽 신화 바탕 권력·탐욕 담아
‘무한 선율’로 극적 몰입감 극대화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중 첫 번째 작품 '라인의 황금'은 서막 또는 서극 이라고 한다. 두 번째 작품인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과 비교할 때 설명적인 요소나 인물 소개, 이야기 설정이 주 내용을 이루는 작품이다.
마치 안방극장의 드라마 미니 시리즈에 1편에 나오는 인물 소개와 여러 설정을 설명하듯 '라인의 황금'은 '니벨룽겐의 반지'라는 대작을 위한 장대한 서사적 배경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라인의 황금'은 쉬는 시간 없이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단막 4장의 구성으로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권력과 탐욕, 그리고 저주를 둘러싼 신과 거인, 난쟁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니벨룽겐의 반지'의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라인의 황금' 역시 작곡가 바그너가 직접 대본을 썼으며, 이로 인해 시적인 가사와 음악이 완벽하게 결합하여 음악이 단순한 반주를 넘어, 서사 자체를 주도하고 있다.
기존 오페라처럼 아리아, 중창, 합창과 대사, 레치타티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도, 여타 오페라와 다른 이 작품의 특징이다. 그리고 극을 연결하는 줄거리 묘사가 다른 오페라의 노래나 대사 등 대본의 서사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극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음악이 끊기지 않고 흐르는 '무한 선율' 기법을 사용해 극적 몰입감을 극대화했고, 오케스트라의 선율만으로 극의 흐름과 인물의 내면 심리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특히, 특수악기들이 등장하는데 니벨하임의 대장간 장면 묘사를 위해 18개의 모루를 사용하여 금속적인 타격음을 만들어냈으며, 바그너가 직접 고안한 '바그너 튜바'를 도입해 신비롭고 웅장한 금관 음색을 강조했다.

'라인의 황금'의 시작, 1장의 배경은 태초 라인강의 고요함을 상징하는 느린 호른 연주로 시작해 점차 움직이는 강의 물결을 묘사하는 화려한 음형으로 변화하며 강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곳에서 라인강의 황금을 지키는 세 처녀(보클린데, 벨군데, 플로스힐데)가 헤엄치며 놀고 있을 때, 니벨룽겐의 난쟁이 알베리히가 나타나 함께 즐기길 원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처녀들은 그를 추하다며 비웃고 조롱하며 따돌린다이때 갑자기 비친 햇살에 황금이 빛나자 처녀들은 이를 찬미하고, 이 때문에 황금의 비밀이 노출되어 알베리히가 황금의 정체를 묻자, 처녀들은 "사랑을 영원히 거부하는 자만이 이 황금으로 절대 권력의 반지를 만들 수 있다"라는 비밀을 알려준다.

2장은 산 위의 공터로 멀리 신축된 성채가 보인다. 잠에서 깨어난 신들의 왕 보탄은 세계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거인 형제인 파졸트와 파프너를 고용하여 장대한 성채 발할을 완공하게 한다.
보탄은 성을 쌓은 대가로 아내 프리카의 여동생이자 젊음과 미의 여신인 프라이어를 넘겨주겠다고 약속했으나, 막상 성이 완공되자 약속을 어기려 한다. 이에 분노한 거인 형제가 프라이어를 데려가려고 위협하자, 번개의 신 돈너와 행복의 신 프로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서며 긴장이 고조된다.
이때 보탄에게 프라이어를 거인 형제에게 대가로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낸 간교한 책사 불의 신 로게가 나타나 니벨룽겐족의 알베리히가 라인의 황금을 훔쳐 강력한 힘을 가진 반지를 만들었으며, 그 힘으로 막대한 보물을 모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로게의 황금 이야기에 매료된 거인 형제는 프라이어를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알베리히의 보물이라 요구하고, 해가 지기 전까지 값을 치르지 못하면 여신을 데려가 소유하겠다고 선언하며 그녀를 인질로 잡아 떠난다.
프라이어가 사라지자 젊음을 잃고 늙어가는 신들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보탄은 로게의 설득에 따라 알베리히의 황금을 빼앗기로 하고 지하 세계인 니벨하임으로 향한다.
제3장의 배경은 '죽음의 나라'라는 뜻을 지닌 지하 세계 니벨하임이다. 이곳에서 니벨룽겐족의 알베리히는 동생 미메를 시켜 투명해지거나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 투구 '타른헬름'을 만들게 한다.
알베리히의 동생 미메는 마법 투구인 '타른헬름'을 직접 만들었음에도 이를 작동시킬 주문을 몰라 형에게 저항한다.
하지만 알베리히는 미메가 실수로 떨어뜨린 투구를 쓰고 재빨리 주워 주문을 외우고, 투명 인간으로 변해 미메를 구타하고 핍박한다. 그리고 알베리히는 스스로 '니벨룽겐의 왕'이 되었음을 선포하고 위세를 떨치며 밖으로 나간다.
이때 지하로 내려온 보탄과 로게는 고통에 신음하는 미메를 발견한다. 미메로부터 알베리히의 폭정에 대해 전해 들은 두 신은 니벨룽겐족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한다. 곧이어 다시 나타난 알베리히는 두 신을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자신이 차지한 황금과 보물의 힘으로 장차, 온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거대한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교활한 로게는 알베리히가 가진 '타른헬름'의 능력을 의심하는 척하며 그를 부추긴다. 이에 속아 넘어간 알베리히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커다란 뱀으로 변신했다가, 이어 로게의 제안에 따라 아주 작은 두꺼비로 변신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보탄이 알베리히를 덮쳐 붙잡았고, 두 신은 그를 생포한 채 니벨하임을 떠나 지상으로 향한다.
제4장은 2장과 같은 공간으로 다시 산 위의 공터다. 보탄은 생포한 알베리히의 목숨을 대가로 그의 모든 보물을 요구한다. 알베리히는 어쩔 수 없이 난쟁이들을 시켜 보물을 쌓아 올리지만, 보탄이 자신의 손에 낀 반지마저 요구하자 격렬히 저항한다. 결국 보탄은 무력으로 반지와 투구를 빼앗는다.
모든 것을 빼앗기고 풀려난 알베리히는 분노에 가득 차 "누구든 반지의 주인이 되는 자는 타인의 시기를 받을 것이며, 반지의 노예가 되어 결국 파멸할 것"이라고 무시무시한 저주를 건다. 하지만 보탄은 이 말을 무시하고 알베리히는 떠난다.
이윽고 프라이어를 데리고 돌아온 거인들에게 보물을 넘겨주는 협상이 진행된다. 거인들은 보물을 프라이어의 키만큼 쌓아 그녀의 모습을 완전히 가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보탄이 가진 '타른헬름'까지 요구한다.
보탄은 마지못해 '타른헬름'을 넘겨주지만, 여전히 프라이어의 눈동자가 보인다며 마지막으로 보탄의 손에 끼인 반지를 다시 요구하고 보탄이 반지를 넘겨주기를 거부하며 협상이 결렬되려는 순간, 신비로운 여신 에르다가 나타난다.
그녀는 '신들의 황혼'을 예언하며 보탄에게 저주를 피하려면 반지를 포기하라고 경고하고 에르다의 충고에 따라 보탄은 결국 반지를 거인들에게 넘겨준다. 반지를 차지하자마자 저주는 즉시 효력을 발휘하는데, 보물 분배 문제로 형제간 다툼이 벌어지고, 동생 파프너가 형 파졸트를 살해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보탄은 저주의 힘에 경악하고, 파프너는 보물과 반지를 챙겨 떠난다. 모든 대가를 치르고 얻은 성을 향해, 번개의 신 돈너가 천둥 번개로 음침한 분위기를 걷어내고, 행복의 신 프로가 무지개다리를 놓는다.
이어 보탄은 신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 발할로 향해 걸음을 내디딘다. 하지만 로게만이 그들과 합류하지 않고 옆으로 빠진다. 신들이 성으로 향하는 동안 멀리 라인강의 처녀들이 황금을 잃은 슬픔에 잠겨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리지만, 신들은 이를 무시한 채 발할로 들어가며 막이 내린다.
국내에서 '니벨룽겐의 반지' 전편을 만난다는 것은, 오페라 팬들에게는 엄청난 기회이자, 일생일대의 특별한 이벤트이다. 여타 오페라와는 다른 이질적 측면 때문에 당황할 수 있으나, 혁신적이고 신비로움에 가득 찬 무대와 음향을 만나보길 원한다면 저자는 기회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관람하길 권유해 본다.
올해부터 국립오페라단의 4년간 '니벨룽겐의 반지'를 한 작품씩 제작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오는 10월 예정인 서막, 첫 번째 작품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은 우리에게 새로움과 특별함을 선사할 것이다. 미리 일정을 검색, 예약하고 긴 여정을 함께 준비해 보는 것도, 특별한 오페라로 만드는 새로운 나만의 예술 창고를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