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어느 순간, 잠은 ‘절벽에서 떨어지듯’ 온다
잠들기 4.5분 전에 뇌파 급변
감각 담당 영역 먼저 잠들어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낸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생리 시스템이다. 긴 수면시간 동안 뇌와 몸은 하루를 정리하고 새로운 날을 맞을 준비를 한다.
그러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큰데도 뇌가 어떻게 잠드는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스르르 잠이 온다’는 말처럼 많은 이들은 잠이 서서히 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절벽 위에서 떨어지듯 갑자기 잠에 빠져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1000여명의 야간 뇌파검사(EEG)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잠들기 4.5분 전에 뇌파 활동이 갑작스레 변화하는 전환점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선 뇌파검사를 통해 얻은 47가지의 뇌 활동 특징을 지도 위의 한 지점처럼 표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항공기 조종석 계기판의 숱한 정보를 단 하나의 바늘(수면 거리)로 통합해 항공기가 추락(수면 시작)이라는 임계점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려주는 항법 장치 같은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수면 시작 영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수면 시작 영역은 비렘(NREM) 수면 2단계의 첫 1분을 가리킨다. 비렘수면은 빠른 안구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수면으로, 그 깊이에 따라 1~3단계로 나뉜다. 전체 수면 시간의 75~80%는 비렘수면이다.

70%는 각성 상태에서 발생
니르 그로스만 교수(뇌과학)는 “이는 각성 상태에서 수면 상태로의 전환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몇분 동안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변화라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잠에 빠져버렸다’는 표현은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또 잠에 빠져드는 임계점의 70%는 의식이 또렷한 각성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계점에 다다랐을 때 각성 상태를 나타내는 베타파 대역(13~30Hz)의 가장 두드러진 주파수는 21Hz에서 15.5Hz로 뚝 떨어지고, 얕은 수면을 뜻하는 세타파 대역(4~8Hz)의 뇌파가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뇌가 활발한 정보처리 단계에서 휴식·회복 단계로 전환하는 데 따른 변화다.
또 뇌 부위에 따라 임계점에 이르는 시기가 달랐다. 후두부는 전두부보다 빨리 임계점에 도달했다. 감각 영역이 먼저 잠이 들고, 계획과 관련된 영역은 조금 더 오래 유지된다는 얘기다. 이는 수면으로의 전이가 뇌 전체에서 균일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위마다 시차를 갖고 진행된다는 걸 뜻한다.

잠드는 순간 95% 정확도로 예측 가능
이번 연구는 그러나 비수면에서 수면으로 전환하는 메카니즘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수면이 시작되는 지점을 찾았으므로, 앞으로 잠에 빠져들게 하는 뇌 영역이나 회로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 정보
Falling asleep follows a predictable bifurcation dynamic. Nat Neurosci 28, 2515–2525 (2025).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3-025-02091-1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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