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지정학적 긴장 완화에 2% 하락

국제유가가 약 2% 하락하며 1주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와 이란을 둘러싼 위협 수위를 낮추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난 영향이다.
2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1.26달러(2.1%) 떨어진 배럴당 59.36달러로 마감했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2월물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1.18달러(1.8%) 하락한 배럴당 64.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와의 합의를 통해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전면적이고 영구적인 접근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나토 수장은 러시아와 중국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들이 북극 안보에 대한 공약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22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미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예정임을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과 군사 행동 가능성 언급으로 대서양 동맹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레 한센 삭소은행 수석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그린란드 사태와 관련된 위험 프리미엄이 축소됐고 이란 공급 리스크도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미국의 군사 행동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할 경우 미국은 대응할 것이라 덧붙였다.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세 번째로 큰 원유 생산국이다.
토니 시카모어 IG 애널리스트는 그린란드와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완화되면서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다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조건은 최종 확정됐지만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4년에 가까운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에 평화 협상을 압박하고 있으나 러시아가 전투를 중단하려는 뚜렷한 신호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오고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글로벌 시장의 원유 공급이 늘면서 유가가 낮아질 수 있다.
프랑스 해군은 지중해에서 러시아 유조선을 나포했다. 해당 유조선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그림자 선단'의 일부로 의심된다.
22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해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28만배럴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10%에 해당한다.
또 다른 제재 대상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에는 비톨(Vitol)과 트라피구라(Trafigura)가 미국의 지원을 받는 합의에 따라 연료유를 수출하고 있다. 이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이후 이뤄진 조치다.
로이터가 확인한 베네수엘라의 석유·가스법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해외 및 미국 기업이 새로운 계약 모델을 통해 유전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생산량을 상업화하며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소수 지분 파트너로 참여하더라도 판매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는 22일 중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구매하는 것은 허용하되, 미국이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기 전 카라카스가 판매하던 '불공정하게 낮은 가격'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 유가는 하락할 수 있다.
유럽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 전망이 하향 조정된 점도 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세계 최대 석유 생산업체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원유 과잉 공급 전망이 과장됐다고 일축하며, 수요 증가세는 여전히 견조하고 글로벌 원유 재고는 감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가 선물은 예상보다 큰 폭의 미국 원유 재고 증가로 추가 하락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월16일로 끝난 주간 동안 에너지 기업들이 원유 재고를 360만배럴 늘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 설문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110만배럴 증가의 세 배를 넘는 수준이며, 전날 미국석유협회(API)가 집계한 300만배럴 증가도 웃도는 수치다.
EIA와 API의 재고 보고서는 19일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데이 연방 공휴일로 인해 통상보다 하루 늦게 발표됐다.
[신아일보] 권이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