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은 남는데 손님이 줄었다… 숙박업, ‘회복 착시’가 만든 구조 위기

제주방송 김지훈 2026. 1. 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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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실 과잉 속 매출은 호텔로 쏠림
외곽은 비고, 시내만 버틴다
엔데믹 이후 제주 숙박업의 불균형


엔데믹 이후 제주 관광은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였지만, 숙박업 현장의 체감은 달랐습니다.

객실은 늘었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지만, 체류는 짧아졌고 매출은 일부 업태에만 집중됐습니다.

관광객 수의 반등이 산업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수치와 현장에서 동시에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공)


■ 객실은 늘었는데, 필요한 객실은 줄었다

2025년 기준 제주 지역 숙박 객실 수는 약 7만 9,000실 수준입니다.

그러나 하루 평균 실제 필요한 객실 수는 3만2천 실에 그쳤습니다.
수요 대비 공급 초과 규모는 약 4만 7,000실로, 5만 실에 육박합니다. 객실 두 개 중 하나가 남아도는 셈입니다.

이 간극은 관광객 감소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과거 4~5일 머물던 여행이 3일 안팎으로 짧아지면서, 한 명의 관광객이 차지하는 숙박 ‘밤 수’ 자체가 줄었습니다.

머무는 여행이 축소되자 객실 회전율이 급격히 떨어졌고, 공급이 유지된 상태에서 과잉은 고착됐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공)


■ 돈은 호텔로 모이고, 숙소는 흩어졌다

23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제주 숙박업 매출의 70% 이상은 호텔·콘도 등 관광숙박업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전체 사업체의 80%를 차지하는 농어촌민박과 소규모 숙소들의 매출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습니다.

매출 5,000만 원 미만 영세업체 비중은 전국에서 가장 높고, 사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팬데믹 이전보다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강원과 부산 등 주요 관광지는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제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관광객은 돌아왔지만 수익은 남지 않는 구조가 굳어졌습니다.

제주 시내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객실은 돌아가고 있지만 체류가 짧아지면서 매출 구조가 예전과는 다르다”며 “주말과 성수기에만 수요가 몰리고, 평일 객실 가동률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관광객 수보다 중요한 건 몇 박을 머무느냐인데, 그 축이 분명히 바뀌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외곽은 더 비었다… 지역 격차의 고착

숙박 수요의 공간적 분화도 뚜렷합니다.

시내 지역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공항 접근성을 바탕으로 비교적 버텼지만, 읍·면 지역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외곽 지역 숙소의 검색량과 카드 사용액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폐업도 늘었습니다.
팬데믹 초기에는 신규 진입한 신생 업체를 중심으로 폐업이 나타났다면, 엔데믹 이후에는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노후 업체를 중심으로 폐업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농어촌민박 비중이 높은 외곽 지역에서 폐업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팬데믹 당시 주목받았던 분산형·외곽 숙박 흐름은 엔데믹과 함께 빠르게 식었습니다.
짧아진 일정과 가격 민감도가 다시 시내 집중을 불러온 결과로 풀이됩니다.


서귀포 지역에서 농어촌민박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예약 문의 자체가 줄었고, 들어와도 하루 이틀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예전처럼 연박으로 버티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플랫폼 수수료까지 제하면 실제로 남는 게 거의 없어, 문을 닫을지 고민하는 곳이 주변에 많다”고 밝혔습니다.

■ 플랫폼 의존 심화… 경쟁은 더 거칠어졌다

제주 숙박업체의 온라인 여행 플랫폼 이용 비중은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예약 창구는 넓어졌지만, 수수료 부담과 가격 경쟁은 수익성을 더 압박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안에서의 경쟁은 숙소의 질이나 지역성보다 가격 중심으로 재편됐고, 이는 중소 숙소의 체력 소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대응이 경쟁력이 되기보다 생존 조건에 가까워진 모습입니다.

■ 구조 변화 빨라… 재편의 시간이 왔다

제주 숙박업의 위기는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체류 감소, 업태 간 매출 편중, 외곽 수요 붕괴, 과잉 공급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가 이미 뚜렷해졌다는 평가입니다.

더 많은 객실을 만드는 방식으로는 해법이 나오지 않습니다.

수요를 늘리는 전략과 체류를 설계하는 콘텐츠, 경쟁력이 없는 공급을 정리하는 선택이 함께 가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한국은행은 “숙박과 연계된 체류형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관광객 체류기간 연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공급 측면에서는 정기적인 컨설팅을 통해 경쟁력이 없는 사업체의 무분별한 신규 진입을 막고 업종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책자금 지원 역시 숙박시설 경쟁력 제고에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재편 국면 속에서 소규모 숙박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브랜드, 인증제도, 공동 운영 서비스 도입을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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