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공장 알린 '동물농장' 그 장면 속 댕댕이는 10년간 보호소서 어떻게 지냈을까
멍냥 뒷조사 전담팀
편집자주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며 무사 구조를 기원하던 TV 속 사연 깊은 멍냥이들.
구조 과정이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면 어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호자와 어떤 만남을 갖게 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아직 보호소에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새 가족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없을지..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품었지만 직접 알아볼 수는 없었던 그 궁금증, 동그람이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매달 한 번씩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의 보호소 '온센터'를 찾는 뒷조사 전담팀이 늘 설레는 마음을 품고 찾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노견정'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적잖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향해 애정을 드러내며 무릎에 두 발을 안기려 애쓰는 개들이 가득하기 때문이죠.

그런 노견정의 분위기를 거스르며 느릿하게 독야청청 혼자만의 길을 걷는 개는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찍으신 노견정 영상에 이 개는 한 번도 안 담겼을지도 모르겠네요." 동물자유연대 이민주 온센터 선임활동가는 시끄럽게 짖고 있는 정정한 노견들 사이에서 홀로 얌전히 조용한 곳을 찾아 걷는 '단호박'(12)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낯선 이를 봐도 본체만체하며 자기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단호박에 뒷조사 전담팀도 점차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이건 정말 많이 좋아진 거예요. 몇 년 전만 해도 다른 개들 뒤에 숨기 바빠서 우리끼리는 '꼬리 숨숨이'라 불렀으니까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기 전에는 대체 어땠던 걸까? 뒷조사 전담팀은 '꼬리 숨숨이' 단호박의 과거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강아지 공장·식용견 농장 뒤섞인 지옥서 홀로 떨던 혼종견

지금이야 펫숍 유리장에 전시되는 강아지 상당수가 어디서 왔는지 잘 알려졌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 실태는 많이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만큼, 펫숍 속 강아지들의 출처인 '강아지 공장'은 훨씬 더 잔인했습니다.
지난 2015년,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견됐던 강아지 공장도 그랬습니다. 최소 3개월 이상은 방치된 것을 보이는 바닥에는 분변이 말라 비틀어져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 3개 동도 모자라 바깥에도 뜬장이 놓여 있을 정도였습니다. 가축분뇨법 위반 시설이었지만, 그런 걸 따지지 않을 만큼 강아지 공장 운영이 불법적이라는 인식이 떨어지던 시기였습니다.
인식이 떨어지는 건 강아지 공장 주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부업으로 번식장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저 개를 번식해서 경매장에 내다 팔면 돈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비닐하우스에 뜬장을 마련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개들은 팔리지 않았고, 점점 개들의 숫자만 늘어갔습니다. 결국 불어난 개체 수를 감당하지 못한 채 방치했고, 일부 혼종견도 발견된 것으로 보아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식용견 농장도 겸업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동물자유연대의 추정이었습니다.

그나마 지역 주민들 중 일부가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이곳의 실태를 알아차리지 않았더라면 이곳에 있던 개들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외부의 사람을 처음 본 양 잔뜩 떨고 있던 개들은 몸을 웅크리며 뜬장 안으로 파고들어갔고, 그것은 이곳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단호박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을 피하는 개들을 구조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번식장 주인을 설득하는 일이었습니다. '돈이 된다'는 말에 번식장을 연 만큼, 투자금 회수만이 주인의 유일한 관심사였습니다. 금전 지급을 배제하고 여러 시간 설득한 끝에 구조 합의에 이른 동물자유연대는 즉시 이곳의 개 77마리를 보호소로 옮겼습니다. 사람을 요리조리 피하며 구석에 스스로를 가둔 단호박도 함께였습니다.

'꼬리 숨숨이'가 사람에게 조금씩 다가오기까지

개농장과 번식장이 뒤섞인 지옥에서 구조된 개들 상당수는 사람의 손길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단호박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이민주 활동가의 설명처럼 꼬리를 뒷다리 사이에 깊숙이 숨기고, 봉사자들에게도 웬만하면 곁을 주지 않았습니다. 곁을 주지 않는 건 보호소에서 함께 지내는 다른 개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개들과 지낼 때도 서로 장난을 친다거나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은 없어요. 그냥 독립적으로, 혼자 '마이웨이'를 걷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그나마 단호박의 나이가 10세를 넘긴 뒤에야 조금씩 변화가 보였다고 합니다. 자신만의 길을 걷는 건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사람이 다가오는 걸 굳이 회피하지는 않고 쓰다듬는 것도 받아들일 정도가 되었죠. 처음 촬영팀이 다가갈 때도 다소 부담스러운 듯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차분하게 앉아 간식으로 조금씩 인사를 건네자 주변을 맴돌며 냄새를 맡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단호박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느끼자 '가정 생활'을 맛볼 기회가 필요하다고 여긴 활동가 중 한 사람은 퇴근길에 단호박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활동가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지만, 단호박은 문제없이 적응했고 오히려 집에 돌아가는 길을 아쉬워했다고 할 정도라네요.
그럼에도 여전히 입양 문의는 없습니다. 단호박이 구조된 뒤로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데다 아무래도 사람이 오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단호박이 봉사자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은 듯합니다. 그러나 그런 성격의 단호박과 잘 맞는 가정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 활동가도 단호박의 입양 문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평소보다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이번만은 꼭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은 듯했습니다.
가족과 생활하는 일상의 기쁨을 얻지 못하는 게 안타깝죠. 저희도 매번 단호박과 같은 개들의 삶을 개선해 주기 위해 애쓰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어요.
아마 내향적인, I형 보호자분들이라면 단호박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조용하게 자기 시간을 보내는 게 더 편하게 느끼니까요. 다견, 다묘가정도 잘 적응할 거예요. 이미 지금도 그렇게 지내고 있으니까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뒷조사 전담팀 또한 단호박에게 '마지막 기회'가 부디 찾아오기를 바라봅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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