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출신 공익 변호사가 인도네시아로 떠난 이유 [사람IN]

전혜원 기자 2026. 1. 2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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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2년간 개발자로 일했다.

로스쿨 학생 시절, 성매매에 내몰린 인도 여성들을 지원하는 미국 NGO(비정부기구)에서 활동하며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그래도 세상이 이 정도까지 나아졌구나' 생각했다.

기독법률가회의에서 만난 김종철 변호사가 새로 시작한다는 '공익법센터 어필' 이야길 듣고 2011년 8월 인턴으로 합류해 2012년부터 상근 변호사로 일했다.

어필에서의 15년 활동을 마무리하고 1월21일 인도네시아로 떠나기로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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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센터 어필’에서 활동을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떠나는 정신영 변호사. ⓒ시사IN 조남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2년간 개발자로 일했다. 스마트폰 출시 초창기에 키패드 구현 업무를 맡았다. 대기업이라 배운 것도 많고 돈도 벌었지만,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퇴사 뒤 로스쿨에 진학해 미국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로스쿨 학생 시절, 성매매에 내몰린 인도 여성들을 지원하는 미국 NGO(비정부기구)에서 활동하며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그래도 세상이 이 정도까지 나아졌구나’ 생각했다. 기독법률가회의에서 만난 김종철 변호사가 새로 시작한다는 ‘공익법센터 어필’ 이야길 듣고 2011년 8월 인턴으로 합류해 2012년부터 상근 변호사로 일했다. 정신영씨(44) 이야기다.

정씨는 어필에서 난민, 구금된 이주민, 인신매매 피해자, 무국적자 등을 법적으로 조력했다. 일한 지 얼마 안 되어 만난 에티오피아 난민이 기억에 남는다. 인천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해 두 달 동안 구금되고, 타고 온 비행기의 환승국인 타이로 강제 송환돼 또 일곱 달을 갇혀 지낸 그는 정씨의 또래였다. 반군으로 활동한 아버지의 죽음을 추모하다가 잡혀가서 도망쳤고 이후 숨어 살았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정씨의 세계관이 ‘붕괴’됐다. “이전까지는 누구든 노력하면 인생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인생이 꼬이는 데에 이 사람의 잘못이 하나도 없더라. 내가 열심히 살아서 뭔가를 이룬 게 아니라 ‘한국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 경제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는, 선물처럼 주어진 우연이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씨는 어필에서 국가뿐 아니라 기업의 인권침해에도 대응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바이오연료의 원료인 ‘팜유(야자수 열매로 만든 식물성 기름)’ 농장을 세우기 위해 인도네시아 산림을 파괴하고 토지를 빼앗은 현장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숲이라는 삶의 터전을 잃고도 여전히 수렵채집을 하며 강인하게 살아가는 토착민 ‘언니들’에게 매료됐다. 그들의 삶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어필에서의 15년 활동을 마무리하고 1월21일 인도네시아로 떠나기로 한 이유다. “인권의 언어로는 정리될 수 없는 더 많은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듣고 어떤 형식으로든 나누고 싶다.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인도네시아어를 배울 예정이다.” 사람은 결국 보람 없이 살 수 없다고 믿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정씨의 새해는 이렇게 시작됐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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