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이 밤을 대비하는 노하우 [단열특집 전문가 노하우]
경험은 총알과 같다. 수많은 아웃도어 경험으로 풀장전한 야영 전문가들을 만나 물었다. '당신의 단열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그들이 실전에서 선택한 단열 장비들도 함께 소개한다.
침낭 안 매트리스, 이너시아 강력추천

이남석 오지여행가
나무가 없는 헐벗은 자연 풍경을 좋아한다. 오지 자전거 세계여행을 꿈꾸며 일곱 번의 국내 종주를 완주했다. 오지 자전거 여행을 하며 자연스럽게 야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장기간 자전거 여행에서 단열은 숙면을 통한 체력 회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취침 중 냉기가 몸에 전달될 경우 다음날 자전거 운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남석's tip
오지 여행 중에는 험한 바닥에서 휴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내구성 좋은 매트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롤 형태로 말리는 매트를 자전거 짐받이에 매달고 다니며 매트 안에 간단한 음식을 넣기도 한다. 열이나 냉기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음식이 빨리 상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추운 고지대에서는 발포매트와 함께 이너시아를 사용한다. 이너시아는 침낭 안에 넣어 사용하는 에어매트로 보통 머리, 어깨, 엉덩이, 발 등 신체 주요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지해 준다. 부피가 작고 경량인데 비해 단열 성능이 좋아 추운 지역에서 야영을 해야 할 경우 빼놓지 않고 챙긴다.
이런 적도 있었지~
4,500m 고지대 오지에서도 매일같이 숙면
안데스, 잔스카르, 파미르 고원 등, 해발고도 4,500m 이상 고지대 자전거 여행을 자주 떠난다. 고지대는 여름에도 밤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바닥 냉기를 차단하는 게 필수다. 여행기간이 30일이 넘는 경우가 많아 매일 야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지대에서의 야영은 쉽고 빠른 잠자리 설치와 다양한 외부 환경의 위험 차단이 중요하다. 간편하면서도 내구성이 좋은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질기고 내구성 좋은 한솔 롤 매트를 사용해 험한 바닥에서도 무사히 잠을 잘 수 있었다. 추운 날에는 이너시아를 함께 사용해 단열성을 높였다. 두 제품을 활용해 여행 내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소형매트 + 배낭 활용, 효율적 단열시스템


홍건희 스키어
겨울에는 스키 등반을, 여름에는 패스트 패킹, 오리엔티어링 등을 즐기고 있다. 자칭 미니멀리스트로서 최소한의 장비들로 다양한 액티비티와 환경 조건들을 커버하는 것을 좋아한다. 야영 중 바닥 단열도 두어 개의 제품들로 모든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연구원으로서 일에 열중하면서도 틈이 나면 산으로 향하는 산악인이다.
홍건희's tip
경량화를 위해 길이 120cm에 불과한 짧은 매트를 사용한다. 이 경우 상황에 따라서 다리 쪽의 단열이 아쉬울 때가 있다. 다리 밑에 배낭을 깔고 자면 하체 부분의 단열에 도움이 된다.
배낭 안에는 안 입는 의류와 장비 등을 적절히 넣어 부피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다리가 심장보다 살짝 높게 올라가 운행으로 쌓인 부기가 빠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발에는 큰 사이즈의 오버 미트 같은 장갑을 부티 대신 신어준다. 텐트 안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오버 미트의 효용을 높이면서 배낭에서 부티의 무게도 빠지게 된다. 단열과 효용성과 경량성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블랙다이아몬드의 앱솔루트 미트를 이너 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런 적도 있었지~
3,000m 설릉에서도 미니멀 단열
2025년 4월에 다녀온 일본 북알프스 스키 종주는 경량화와의 싸움이었다. 4~5일치의 식량과 야영 장비를 짊어져야 했고, 해발 3,000m 설릉의 급변하는 날씨도 감안해야 했다. 보온과 경량화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출국 전날까지 날씨 예보를 예의 주시하며 의류와 장비 최적화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때 에어매트와 발포매트의 경량 조합은 배낭 무게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가지고 있는 제품들은 모두 부피와 무게를 줄인 장비들로 단독이용 한다면 추울 수 있지만 여러 제품을 적절히 이용해 무사히 원정을 마칠 수 있었다. 단열 장비에서 무게를 줄인 덕에 보온 의류나 식량 등 다른 카테고리의 장비들은 적절한 선에서 타협할 수 있었다.

심장 가까운 상체 단열 집중공략


민미정 백패커
등산하며 일몰과 야경을 느긋하게 즐기며 사진에 담고 싶어 야영을 시작했다. 특히 장거리 해외 원정은 야영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백패킹이 취미가 되었다. 세계여행을 다니며 극한의 환경과 다양한 기후, 무거운 짐과 긴 여정 속에서도 꾸준히 버텨왔다. 다양한 환경에서 쌓은 경험들 덕분에 어느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편이다.
민미정's tip
국내에서는 기본 에어매트와 발포매트만 있어도 충분하다. 발포매트 위에 에어매트를 올려 이중으로 사용하면 어떤 환경이든 문제없이 버틸 수 있다. 하지만 해외 고산 원정은 다르다. 대체적으로 기온이 더 낮거나 급변하는 날씨에 대한 대비로 추가 단열이 필요하다.
구급키트에 있는 이머전시 블랭킷을 추가로 깔아서 R-Value를 높인다. 그래도 부족할 경우 심장에 가까운 상체에 집중해 단열을 신경 쓰는 편이다. 다운재킷을 껴입어 보온을 해주고, 우모 바지는 입지 않고, 상체 쪽 침낭 아래에 깐다. 심한 냉기가 올라오는 극한 상황에서는 등산화를 신은 채 침낭 안에 들어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발이 시렵지만 신발이 발의 체온으로 데워지면 냉기가 올라와도 발이 따뜻하게 유지된다.
이런 적도 있었지~
페루 하이캠프 극한 야영
페루에서 등반을 하려고 하이캠프(빙하지대)에서 잠을 잔 날이었다. 이머전시 블랭킷에 발포매트만 깔고 누우니 반소매, 긴소매, 다운재킷, 방풍재킷까지 있는 의류를 다 껴입었는데도 바닥 냉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빙하 위에서의 야영이 처음이었으니 준비가 부족했다.
그래서 우모바지, 배낭, 여벌 옷 등을 전부 꺼내 발포매트 아래 깔았다. 밤새 폭설이 내리는 영하의 기온이었음에도 바닥 냉기가 너무 심해 바닥 단열에 집중했다. 입고 있던 다운재킷도 벗어 바닥에 깔기로 했다. 그러고나니 기본 옷에 침낭만 덮었는데도 훨씬 나았다. 냉기를 잡으니 텐트 안의 공기가 찬 데도 잠은 잘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추운 건 참아도 바닥 냉기는 최선을 다해 막아낸다.

작게 자른 발포매트, 미끄럼방지와 단열 효과 동시에


김혜연 바이크패커
온종일 자연 속에서 지내며 사계절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변화를 느끼는 것에 빠졌다. 이제 야외에서 먹고 자는 것이 자연스레 삶의 일부가 되었다. 야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하루 밤을 무사히 보내고 돌아오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체온 유지를 위해 장비 준비와 잠자리 세팅에 각별히 신경 쓰는 편이다.
김혜연's tip
겨울철, 찬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운행을 한 후에는 체력소모와 땀 발생으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빠르고 꼼꼼하게 잠자리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체온보호와 안전의 치명적인 방해꾼이다. 따라서 바닥의 냉기 차단은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동계 매트는 두께가 두껍고 코팅된 원단으로 제작되어 미끄럽다. 살짝만 움직여도 매트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얇은 발포매트를 이용하면 매트 움직임을 줄일 수 있다. 휴대에 부담이 없을 정도로 몸통 부분 길이만큼만 잘라 에어매트 아래 깔아서 이용하면 좋다. 그라운드 시트를 활용해 1차적인 습기, 냉기, 오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적도 있었지~
냉동창고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
2024년 크리스마스, 지인과 가평으로 자전거 캠핑을 떠났다. 영하 3℃ 정도로 많이 추운 날은 아니었지만 체감온도는 훨씬 낮은 날이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산에 위치한 야영장에서 자려고 하니 더욱 춥게 느껴졌다. 해가 진 산속의 야영장은 냉동창고 같았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침낭 속으로 대피했지만 좀처럼 냉기가 가시질 않았다. 그러다 문득 자전거 가방에 찔러 두었던 이머전시 블랭킷이 떠올랐다. 급하게 꺼내어 침낭 바닥에 깔고 김밥처럼 몸을 말아 넣었다. 거짓말처럼 체온이 금세 올라왔고 무사히 메리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었다. 이전까지 비상용으로만 챙겨 다니던 장비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 뒤로 겨울과 장거리 라이딩을 갈 때는 빼놓지 않고 챙겨다닌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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