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성공할 수도’ 한덕수 기회주의가 23년형 부른 듯”…현직 판사 관전평

법원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자, 법조계에서는 “내란 혐의에 대한 사법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경고성 계엄’이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은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확히 한 만큼, 사형이 구형된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감경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21일 한 전 총리에게 검찰 구형량(징역 15년)보다 훨씬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허위 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 손상 △위증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서 한 전 총리와 윤 전 대통령 쪽이 비상계엄 선포를 합리화하려 펴온 주장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고성 계엄? 장난 삼아 계엄했다는 식의 주장 단호히 배척”
“현재 우리 주위에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거나 이를 파괴하는 시도가 있고, 이미 유효한 구제 수단이 남아있지 않는 그러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논의되는 저항권을 평상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는 사람들.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바 없어 위헌, 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적 계엄, 잠정적 계엄, 경고성 계엄을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지난 2025년 1월 19일 발생한 서울지방법원 폭동 사건과 같이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을 쉽사리 위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는 선거 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2.3 내란은 이와 같이 잘못된 주장이나 생각을 양산하거나 그 상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내란은 상당히 중요한 범죄다. 계엄은 전시·사변에 준하는 중대한 경우에 (쓰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는데, 장난삼아 계엄했다는 식의 뉘앙스에 단호하게 내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계엄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 민주주의를 30년 이상 후퇴시키는 그런 조처라는 점 등이 감안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거나 (계엄이) 경고성이라던가 하는 감경을 주장하는 논리를 모두 배척했기 때문에, 다른 (내란) 재판에서 (감경하려면) 이진관 재판부의 논리를 다시 배척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기회주의적 행태, 양형에 큰 영향” 해석도
“피고인은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과 그에 대한 책임을 부여 받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오히려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로 선택하였습니다.”
한 고법판사 출신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선고에 견줘 구형량이 훨씬 세기 마련인데, 오히려 구형보다 더 많은 형을 선고했다”며 “재판부가 총리라는 지위에서의 내란 임무 종사라는 범죄 자체를 굉장히 위중하게 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도 “(한 전 총리를) 내란을 충분히 말릴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본 것”이라며 “내란이 성공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했다는 부분이 죄질에 안 좋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총리의 나이가 79살인데 23년을 선고한 것은 사실상 사형 판결과 같다”며 “국민의 재산과 그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 잘못된 결정을 할 경우 중대한 처벌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바로 밑 공무원인데 지휘하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것을 고려하면 (징역 23년은) 그렇게 높다고 할 순 없다”(한 전직 고위 법관 출신 법조인)는 지적도 나왔다.
내란 세력 논리 깬 “국민의 용기가 내란 끝냈다”는 선언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도 무장한 계엄군에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이러한 국민의 저항을 바탕으로 신속히 국회에 진입하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일부 정치인들의 노력, 대한민국 역사에 있었던 내란의 암울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위법한 지시와 명령에 저항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르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공무원의 행동에 의한 것입니다. 결코 12·3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윤 전 대통령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밑에 있던 총리가 이 정도 선고됐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 선고할 때 영향을 안 받을 수 있을까”라며 “감경할 수는 있지만, 아마 무기징역이 아닐까 싶다”고 내다봤다. 그는 “하나의 중요한 기준을 이진관 재판부가 제시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할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직 고위 법관 출신 법조인은 “(내란 관련 판결을 앞둔 재판부들이) 다른 재판부의 논리와 양형을 다 볼 테니, 만약 이와 다른 판단을 하려면 논리 자체를 깨야 하는데, 깨지도 못하면서 전혀 다른 판단을 하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이번 판결이 확정 판결도 아니고, 같은 심급이라서 판결 자체가 구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양형 부분은 법관의 재량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것들을 고려할 수 있다. 다른 재판에 사실상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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