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는 장동혁의 단식, 외면받은 한동훈의 사과…野 다시 폭풍전야로

변문우·강윤서 기자 2026. 1.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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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등판’까지 불러낸 8일 단식, 국면 전환은 없고 당내 갈등만 잔존
당게 사과에도 여전히 제명 기로…‘내란 극복’ 상징으로 반전 기회 잡나

(시사저널=변문우·강윤서 기자)

"목숨 바쳐 싸우겠다는 각오를 꺾지 않겠다." 제1 야당 수장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 정치'가 8일 만에 막을 내렸다.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 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드루킹 특검'을 끌어낸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결기를 이어, 최근 여권을 휩쓴 '통일교-공천 헌금' 쌍특검을 이끌어내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단식이었다. 보수 결집과 국면 전환이라는 속내도 엿보였다. '한동훈 제명'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당 핵심 인사들이 자신이 찾아오는 장면을 연출해 '리더십'을 강화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단식의 '실질적 성과'는 부재했다는 평가가 많다. ①단식 목표 달성(쌍특검) ②당내 갈등 봉합(한동훈의 단식장 방문) ③국면 전환(여론 반전),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성공해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는데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 여기에 단식 정국이 당의 '내전'을 잠시 멈추게 했을 뿐 '종전'까지 가지 못한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단식 이후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밀어붙이든 수위를 낮추든 친한(親한동훈)계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당내 역풍을 피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수세에 몰려 있다. 1년간 묵혀온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 메시지도 냈지만 당내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자신과 같은 '중도보수' 포지션 인사들이 단식장에 총출동한 상황에서 끝내 혼자 장 대표의 단식을 외면해 '통합의 걸림돌' 프레임까지 덧씌워진 모습이다. 다만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해 사법부가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고 못 박은 판결이 나온 만큼, 이를 계기로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상징을 무기로 갖고 있는 한 전 대표가 반전의 기회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일교·공천 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8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월22일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왼쪽 사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월14일 당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 의원회관을 잠시 방문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朴 "국민, 진정성 인정할 것"…현실은 가시밭길

장 대표의 단식 투쟁은 1월15일부터 22일까지 꼬박 8일 동안 이어졌다. 산소발생기를 낀 채 농성장 텐트에 누워 동료 의원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구급차마저 돌려보낼 정도로 '필사즉생'의 결기를 보였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장 대표를 만나 "아무것도 얻지 못한 단식이 아니냐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다. 훗날을 위해 단식을 멈추라"고 제언한 후에야 장 대표는 단식 정국에 마침표를 찍었다.

당초 장 대표가 명분으로 내세웠던 쌍특검 도입은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관측이 단식 돌입 전부터 상당했다. '여소야대' 구도의 한계 상황은 물론, 정부·여당도 높은 지지율을 통해 '민심'을 뒷배로 두고 있는 만큼 장 대표의 요구에 쉽사리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장 대표가 단식을 통해 노린 정무적 속내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의 사실상 '보수 내전'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취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장 대표가 임명한 당 윤리위의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으로 친한계 인사들이 격하게 반발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면서 친한계 인사들의 공격 수위도 낮아졌고, 특히 소장파 인사들로 구성된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은 장 대표의 단식에 힘을 실어주기까지 했다.

여기에 단식 국면의 주역인 장 대표를 '구심점'으로 보수 유력 인사들이 찾아온 장면도 눈여겨볼 대목으로 꼽힌다. 당초 당내 입지가 약했던 장 대표 입장에선 당 장악력을 높일 계기가 되는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한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에 이어 김성태 전 원내대표,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당과 계파를 막론하고 보수진영 핵심 인사들까지 장 대표를 만나러 왔다. 특히 그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움직이게 했다.

이를 통해 당내 보수·중도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당 지지율을 올려 국면 전환까지 유도하려는 게 장 대표의 전략으로 읽힌다. 실제로 단식 국면을 거치며 단기적 지지율 상승 효과도 있었다. 리얼미터 조사(1월19일 발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3.8%.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7.0%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3.5%p 올랐다. 민주당(42.5%)과의 격차도 오차범위 내인 5.5%까지 좁혔다. 무엇보다 민주당에 뺏긴 TK(대구·경북) 지지율도 한 주 만에 15.3%p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월2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통일교·공천 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이후 장 대표는 8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월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보수 내전' 분기점 될 '한동훈 징계' 결정

문제는 단식 정국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평가할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장 대표의 단식 투쟁이 겨냥한 대상과 책임 방향부터 모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식 정치의 성공 사례로 거론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투쟁은 군사독재라는 명확한 '외부 권력'과의 정면충돌이었고,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단식 역시 '여권 실세'라는 분명한 타깃이 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단식은 처음부터 '내부용'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큼 명분도 약했고, 현실적으로 얻어낼 성과도 분명치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국민 입장에선 장 대표의 단식 취지에 혼선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청와대 역시 장 대표의 단식과 관련해 '특검 수용'이나 '단독 회담' 등 어떤 요구 사항도 들어줄 수 없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1월21일 기자회견에서 '영수회담에 응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필요하고 유용할 때 만나야 한다. 지금은 여야 간 대화가 우선"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장 대표를 겨냥해 "최근에 보니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며 정쟁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불쾌한 심정도 표출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도 같은 날 국회를 방문했지만 장 대표의 단식 현장은 지나쳤다.

결국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가장 많이 거론된 단식 출구 시나리오는 대여 '쌍특검 관철'이 아닌 내부의 '내전 종전'이었다. 이 같은 당내 분위기 자체가 결국 장 대표의 단식이 '외부 압박용'이 아니라 '내부 수습용'이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식의 구조와 설계부터 엇나가 있었던 만큼 실질적 성과나 여론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도 시사저널TV에 출연해 "한 전 대표 징계 전에 단식을 했으면 순수성이 덜 의심받았을 것"이라며 "징계를 때린 후 갑자기 단식을 하니 '내부용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식이 끝난 이후도 문제다. 예정대로 한 전 대표 제명을 장동혁 지도부가 의결한다면 친한계 인사들이 즉각 공동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하다. 반대로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멈추고 친한계와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한다면 장 대표의 자산이 된 강성파 인사들이 오히려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난처한 상황이긴마찬가지다. 장 대표의 단식장이 '범보수 통합'의 장으로 탈바꿈하면서 제명 기로에 선 그의 운신 폭도 갈수록 좁아들고 있다. 취재에 따르면 '대안과 미래' 소속 소장파 의원들도 회의를 통해 단식 국면에서 '장동혁-한동훈 갈등' 프레임을 최소화하고 '대여 투쟁'에 집중하자고 입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한계 일부 인사는 한 전 대표에게 장 대표를 만나보고 정치로 갈등을 푸는 전략도 선택지로 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 전 대표가 결국 장 대표를 외면한다면 '보수 분열의 주범'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일각에선 장 대표의 단식이 길어진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단식장을 찾지 않은 한 전 대표만 더 고립됐다"며 "한 전 대표 제명 이슈가 묻힌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장 대표를 만난다고 해도 지지층 마음을 움직이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 전 대표 제명 여부는 이르면 재심 청구 기한인 1월26일 장 대표와 지도부의 손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한동훈 전 대표에게 마지막 기회가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사법부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 1심 선고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로 인정하면서, 그의 입지에도 숨통이 트였다는 해석이다. 다음 달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비롯한 각종 내란 관련 재판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그간 장 대표의 단식에 집중됐던 언론과 국민 시선이 다시금 윤 전 대통령과 내란 심판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자연스레 장 대표와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확실히 절연할지 여부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法 "계엄은 내란"…한동훈, 위기를 기회로?

중도보수 대안 세력으로 꼽히는 한 전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소구력을 다시금 입증할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일각에선 그가 단식장을 찾지 않은 명분으로 '내란 세력과의 절연'을 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친한계 핵심인 한지아 의원은 한 전 총리 선고가 나오자마자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부는) 이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제명 조치를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국민께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해 달라"고 촉구했다.

반대로 장 대표 입장에선 단식 정국으로 다 잡은 승기를 놓칠 수 있는 위기에 몰렸다. 앞서 장 대표는 1월7일 기자회견에서 계엄에 대해선 사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윤 어게인' 세력을 옹호하는 인사들을 당 윤리위원회 인사로 포섭하는 등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결국 단식 이후 장 대표가 직접 절연 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국민의힘은 '내란 이슈'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장 대표가 당이 현재 민심의 외면을 받는 핵심 이유인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한다면, 어떠한 정치적 출구도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장 대표가 당장의 단식 정국을 마무리할 출구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겠지만, 본인의 리더십에 대한 출구 전략은 부재하다"며 "지금의 지도부로 6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냐는 질문 앞에서 장 대표가 어떤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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