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로봇과 전면전 “공장에 단 1대도 못 들인다”

이정구 기자 2026. 1. 2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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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로봇 연간 유지 비용 1400만원 수준
노조 “합의 없인 현장 투입 안돼”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자동차 공장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그린 가상 이미지. 아틀라스는 현대차그룹의 로봇 자회사인 미국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으로 사람과 유사한 동작을 수행하며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24시간 작업이 가능하다./현대자동차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에 대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22일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전격 공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겨냥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아틀라스 효과’에 환호했지만, 노조는 일자리 위협을 우려하며 견제에 나선 것이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날 소식지에서 “해외 물량 이전과 신기술 도입(로봇 자동화)은 노사 합의 없는 일방통행”이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노조는 “평균 연봉 1억원을 기준으로 24시간 가동 시 3명의 인건비는 연 3억원이지만, 로봇은 초기 구입비 이후 유지비만 발생하므로 자본가에게 좋은 명분(?)이 된다”며 “현대차에서 인건비 절감을 위한 AI 로봇 투입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틀라스 가격은 대당 2억원 안팎, 연간 유지비는 대당 1400만원 수준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최대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7곳 임직원 평균 인건비는 1억3000만원, 근무 시간은 하루 8~10시간이다. 휴머노이드가 본격 투입되면 사람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우려다.

휴머노이드는 생산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이다. 아틀라스 공개를 계기로 현대차 주가가 폭등한 것도 이런 기대 때문이다. 반면 일감·전환배치·고용 문제를 피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노조의 선언은 휴머노이드 시대 신(新)노사 갈등의 신호탄인 셈이다.

그래픽=양인성

◇일자리 ‘노·로 갈등’ 시작됐다… 현대차 “美부터 로봇 투입”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아틀라스 3만대 양산 체제를 구축해 미국에 로봇 생산 거점을 만들고, 향후 제조 현장에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대차 공장의 ‘스마트팩토리’ 전환은 이미 진행 중이다. 현대차 미국 공장에선 로봇 팔이 차체를 찍어내고, 무인 운반 차량(AGV)에 실린 부품이 정해진 동선을 따라 움직인다. 품질 검수에는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만든 ‘로봇 개’ 스팟이 투입된다. 여기에 아틀라스까지 더해지면, 기존 노동자 중심의 생산 방식에서 로봇이 생산·검수 전반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노조가 민감하게 보는 대목은 로봇 도입이 해외 공장 중심으로 진행되더라도, 국내 일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최신 공장인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등 해외 공장에 로봇을 먼저 도입할 경우, 비용은 더 낮추면서 생산성을 높일 여지가 생긴다. 미국 공장의 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한국 공장의 대미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그룹이 배정하는 일감을 두고 사람 중심의 한국 공장이 로봇이 많은 해외 공장과 생산성·품질 경쟁을 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해외 물량 이전’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조와 달리 시장은 환호하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올 들어서만 78% 폭등해 시가총액 108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3위 자리를 꿰찼다. CES 2026에서 아틀라스를 공개한 이후 투자자들은 로봇을 통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즉 ‘피지컬(Physical) AI’로의 대전환에 베팅한 것이다. 노조도 이날 “최근 현대차 주가가 폭등한 핵심 이유는 피지컬 AI(로봇) 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단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로봇·AI 기업으로 가치가 매겨지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AI 대전환 속 최근 산업계에선 다양한 형태의 몸을 가지는 피지컬 AI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로봇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재계에선 특히 ‘강성 노조’로 유명한 현대차에서 로봇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수많은 하청 노조를 상대로 원청이 일일이 교섭해야 하는 상황을 부르는 노란봉투법이 지난해 통과됐을 때 로봇주(株)가 일제히 상승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도입 등 기업 입장에선 노동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는 정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도 로봇 도입을 촉진하는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로봇은 배터리만 교체하면 24시간 내내 일하고 파업도 안 한다”며 “국내는 노조 때문에 도입이 늦을지 몰라도 해외에서 선제적으로 휴머노이드를 테스트해보려는 기업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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