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성장률 1% 중 0.6%는 반도체 몫… 윗목만 뜨거운 ‘K경제’

김지섭 기자 2026. 1. 23. 00: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출만 호황, 4분기 ‘역성장 쇼크’
1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뉴스1

지난해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4분기(10~12월) 역(逆)성장하고, 연간 성장률도 1%에 그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코스피까지 5000선을 돌파하는 증시 강세장을 보이고 있는데도 성장률이 고꾸라진 것은 한국 경제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저출생·고령화로 일할 인구가 줄어드는데 생산성마저 하락하고, 기업은 국내보다 해외 투자를 선호하는 등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수출 ‘낙수(落水) 효과’마저 사라지고 있다. 이에 ‘잠재성장률 3% 회복’이라는 정부의 목표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사라지는 수출 낙수효과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1% 늘어나는 데 반도체 중심의 IT 제조업 부문의 기여도는 0.6%포인트에 달했다. 반도체 등 IT를 빼면, 성장률은 0.4%에 그친다. 반도체가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는 현재 ‘반도체 외줄타기’ 형국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AI 거품론이 나오고, 트럼프발(發) 무역·외교 불확실성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서 미국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출 급감이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더 큰 문제는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에 퍼지는 낙수 효과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통상 수출이 잘 되면 기업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공장을 늘리고 사람을 더 뽑는다. 근로자 소득이 늘면 소비도 증가해 내수 경기까지 살아난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설비투자는 1.8% 줄었고, 민간소비도 0.3% 늘어나는데 그쳤다. 삼성·현대차 등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수출 대기업을 앞세워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과거 한국 경제의 성장 공식이 잘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국내보다 해외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인력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데다 규제가 적고, 관세를 피할 수 있는 현지 생산을 크게 늘리는 추세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고정 투자 대비 해외 투자 비율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6~2019년 연평균 6.5%에서 2021~2024년 9.1%로 급증했다.

◇윗목만 따뜻한 경제

윗목(일부 대기업)만 따뜻하고, 아랫목(중소기업·자영업)은 냉기가 도는 소위 ‘K자형’ 성장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K자형 성장은 분야별로 성장세가 달라 성장 그래프가 알파벳 ‘K’ 모양으로 벌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국내 임금 근로자의 70%가 넘게 일하는 중소기업 10곳 중 2곳(18%)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 기업’ 상태다(2024년 기준). 자영업자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자영업자 폐업 신고 건수는 100만8282건으로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 100만건을 넘었다.

한국 경제 앞에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은 2012년 73.4%로 정점을 찍고, 가파른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30년 이 비율은 66.6%로 떨어지고, 2050년엔 51.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여 년 뒤 인구 2명 중 1명은 적극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연령대라는 얘기다. 이를 보완해야 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오히려 하락세다. 지난 2013~2017년 전(全)산업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8%였는데, 이는 2018~2023년 2.5%로 줄었다.

국가 경쟁력도 빠르게 하락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경제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주요 국가 전략 기술 대부분이 미국·일본·중국 등 최고 기술국과 기술 격차가 최소 1.3년 이상 벌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현재 1%대 후반에 머물러 있는 잠재성장률을 임기 내 3%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기업 환경을 개선해 국내 투자를 유도하고 노동·교육·규제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잠재성장률 회복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