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선의 예술인 탐방지도 -비밀의 방] 93. 멍! 바우인 빅터 조의 그리운 메시지

최돈선 2026. 1. 2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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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조, 반려견 ‘바우’ 캐릭터로 재현
조각·풍자만화 결합 ‘SCULPTOON’ 시도
비틀즈 앨범 패러디 ‘애비로두’ 등 눈길
잃어버린 개, 반인반수 모습으로 제작
춘천문화재단 입주 작가 활동 대중 각인
탈장르 구축 새 장르에 대한 의지 깃들어
올해 국제조각페스타서 석조 작품 주목
운기석·보령오석 등 활용 바우 형상화

멍! 바우, 조각이 된 그리움

빅터 조. 그의 본명은 조경훈이다. 그런데 그는 빅터 조로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 고려인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빅토르 리를 존경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조각가인 빅터 조는 독특한 캐릭터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로 미술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빅터 조의 작품은 일관되게 한 가지 캐릭터만을 고집한다. 애완견 ‘바우’. 2009년부터 지금까지 개인전 14회, 그룹전 500여 회를 가지는 동안 그의 작품 모두가 ‘바우’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멍, 코스프레, 애비로두, 이것은 그림이 아니다, 블랙 코미디, 지구마을, 원더랜드, SCULPTOON_시사만각, 바우이야기’ 등등.

사람들은 전시 제목만 보아도 금세 그것을 눈치채고 만다. 코스프레-게임이나 만화 속 등장인물을 분장하여 즐기는 일. 블랙 코미디-정치적 문제나 어두운 세계를 유머와 풍자로 희화화함. 원더랜드-이상하고 신나는 동화의 세계를 꿈꿈. 우리는 겉으로는 유쾌하게 웃지만, 때로는 그것을 슬픔의 강렬한 익살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공간과 시간의 한 지점에 서 있는 우리는 희화화된 우리들의 초상을 문득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애비로두’, ‘SCULPTOON_시사만각’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마련이다. 불교의 화두처럼 ‘이 뭐꼬!’.

이 의문은 빅터 조가 답을 할 수밖에 없다. 빅터 조가 만든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애비로드’는 영국 런던 거리 이름이다. 비틀즈 앨범 ‘Abbey Road’를 패러디한 것이다. 의미상 ‘愛悲怒斗’는 사랑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싸우는 우리네 일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SCULPTOON은 조각(Sculpture)과 풍자만화(Cartoon)를 결합한 신조어인데, 조각 작품과 만화적 요소를 함께 담고 있다. 새로운 예술 시도의 명칭이며 빅터 조의 전시에서 볼 수 있다고 네이버 AI는 친절하게 밝히고 있다.

그저 말 풀이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재미를 느낀다. 그 재미 속에 의미를 찾고 이야기를 찾아 상상하는 동안 우리는 잠시 자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조금은 무언가에게 미안하고 조금은 까닭 없이 안타깝다. 스치고 지나간 사소한 모든 것들, 그 잡을 수 없는 시간 들이 그리워지게 된다. 이것은 조각가 빅터 조가 우리에게 불쑥 내미는 선물이요 화두인 셈이다.
▲ ‘나랑놀아’ 보령오석 2025 ▲ ‘돌려차기!’ 보령오석 2025 ▲ ‘돌변!’ 가변설치 돌 2025 ▲ 조각가 빅터 조

그런데 ‘바우’는? 이 물음엔 사연이 있다. 아주 아련하고 슬프고 한없이 기다리게 하는. 작가 빅터 조의 마음속엔 늘 그리움이 구름처럼 피어난다. 벌써 16년이 지났다.

2009년 그해 봄, 작가에게 11개월 된 반려견 한 마리가 들어왔다. 첫 개인전을 준비하던 때였다. 이름을 만화 속의 주인공 이름인 ‘바우’라 지어주었다. 바우는 작업장에서 작가와 함께 뛰어놀았다. 그해 여름 ‘조각가와 반려견 바우 이야기’가 SBS 동물농장에 방영되었다. 가을날 서울 인사동에서 첫 전시회를 가졌다. 그리고 11월 어느 날, 바우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온 들과 산을 다 뒤져도 바우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끝내 바우는 돌아오지 않았다. 실의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2013년 바우가 돌아왔다. 바우는 개이지만 두 다리와 두 팔을 지닌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반인반수의 인간. 우리는 12지신의 술인 신화 속의 인물을 떠올리게 된다. 이제 반려견 바우는 빅터 조 작가의 마음속 캐릭터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타이틀도 거창하게 ‘세 번째 이야기 ‘멍’’이었다. 바우가 멍멍 짖는 소리를 뜻하기도 하고, 어딘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빅터 조의 자화상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런데 바우의 왼쪽 눈자위가 멍이 들어 있었다. 아주 선명하게. 그 자국은 빅터 조의 마음속 상처가 반영된 것일지도 몰랐다.

빅터 조는 16년을 한결같이 바우와 함께 살았다. 아니 빅터 조 자신이 바우였다. 드디어 빅터 조는 바우가 되어 자유를 얻었다. 작업실은 일정하지 않았다. 유목민이 되어 작업했다. 그중에서도 그는 춘천문화재단 입주 작가로 많은 작업을 했다. 바우의 오브제는 더욱 뚜렷하게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빅터 조의 작품 바우는 숱한 그룹전을 통해 관람객의 흥미로운 관심을 이끌었다. 이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탈장르엔 해체와 혼합이 강조됐다. 그것이 새로운 미술의 흐름이었다. 이 흐름의 주도적 대열에 빅터 조가 있었다. 그러나 이 탈장르화가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한 층에겐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선구자는 늘 외로운 법이다.

어쩌면 빅터 조는 그것을 인식하고 그 이면에 새로운 비틈과 웃음, 그리고 현실의 정치와 사회적 문제를 아낌없이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멍!

얼마나 깊은 울림인가. 빅터 조가 참여하는 공공예술 활동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신념 속엔 경계를 뛰어넘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끊임없는 실험적 접근은 운명처럼 빅터 조의 영혼을 메아리처럼 흔든다.

빅터 조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11회의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독특한 작가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몇 가지의 프로젝트가 눈길을 끄는데, 콘텐츠진흥원 기획전 ‘봄의 반란’, 문체부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춘천문화재단 기획전 ‘내 마음에 한 조각’, 영화 ‘히트맨’ 작품 출연, 젊은 연출가전 ‘있는 대로 떠들어 봐’ 등이다.

2026년 새해 벽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5회 서울 국제조각페스타전에 출품된 빅터 조의 작품. 그 작품엔 기존의 소조 작품에서 벗어난 새로운 석조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무늬가 있는 운기석, 보령오석, 과테말라 대리석, 연천 현무암, 정선 무늬석, 소양강댐 호반에서 주운 이름 모를 돌을 재료로 하여 바우를 형상화한 작품들이었다.

작품들이 모두 작은 사이즈의 소품인데 모두 인형 같은 느낌이다. 풀밭에 엎드려 구름을 보거나 뛰어놀거나 한쪽 다리를 들고 쉬를 하는 모습이 관람객의 관심과 흥미를 자아낸다. 마냥 동심에 빠져드는 그런 캐릭터들이다. 왼쪽 눈망울엔 쉼표 느낌의 구름이 한 점 떠 있다.

강아지 바우 머리에 똥 같은 무더기를 발견한 나는 피뜩 권정생의 동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떠올렸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빅터 조의 대답은 “이런 개뿔!”이었다. 우린 한바탕 웃었다. 이 감성적인 캐릭터가 2026년을 짖고 있었다. 멍! 젊은 두 여성이 관람을 끝내고 나오면서 이랬다.

“쩐다, 얘!” 알고 보니 ‘대박이다, 헐!’이란 뜻이라 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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