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만 쌓입니다”...세계 1위 철강사가 전기세에 벌벌 떠는 이유

정지성 기자(jsjs19@mk.co.kr) 2026. 1. 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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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탈탄소 전략 빨간불
고로 유지땐 탄소세 부담 커
전기로 설비 너도나도 증설
포스코는 6월 연250t 가동
요금 폭탄에 돌릴수록 적자
“정부 전기료 지원대책 시급”
“전기세를 생각하면 공장 가동 버튼 누르기가 망설여집니다.”

국내 한 대형 철강업체 생산기술 담당자의 말이다. 올해 ‘전기로 본격화 원년’을 선포한 철강업계가 전기료 걱정에 첫발도 제대로 떼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다. 고로(용광로) 중심 체제에서 전기로 비중을 키우며 저탄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급등한 산업용 전기요금과 탄소배출권 비용이라는 ‘이중 족쇄’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오는 6월 광양제철소에서 연간 250만t 규모 전기로 가동을 시작한다. 약 6000억원이 투입된 포스코 최대 규모 전기로로 풀가동 시 광양제철소 연간 전력 사용량은 현재보다 10% 이상 늘어난다.

전기로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도 올해 상반기 당진제철소에 ‘프리멜팅’ 방식 전기로·고로 복합공정을 추가 도입한다. 전기로 쇳물을 고로 쇳물과 섞어 탄소를 약 20% 줄이는 방식이다.

풀가동 시 현재 연간 1조원 안팎인 전력비가 약 3%(약 3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로는 같은 양을 생산할 때 고로보다 전기료가 20%가량 더 든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천억 원을 들여 전기로 라인을 깔아놨는데 전기 단가를 생각하면 낮·밤 피크 시간대를 계산해 공장 운영 시간표부터 손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설비를 돌릴수록 손익계산서를 보기 두려운 구조”라고 토로했다.

​전기로는 탄소배출을 기존 고로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탄소 장벽’인 글로벌 탄소 규제 대응을 위한 필수 생존 전략으로 꼽힌다. 석탄 대신 전기를 주에너지원으로 쓰고 철광석 대신 고철(스크랩)을 더 많이 활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전기로 설비를 더 돌릴수록 전기료와 간접적인 탄소 관련 비용이 함께 불어나는 역설이 발생한다. 전기로 전환으로 직접 탄소 배출은 줄어들지만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 기간(2035년까지)에 한국전력 등 발전 기업에 유상으로 배당하는 탄소배출권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 비용이 산업용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결국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전기로를 늘려도 전기요금 속에 탄소 비용이 이미 녹아 있는 구조”라는 게 업계 하소연이다.

저탄소 프리미엄 철강에 대한 수요처 확보도 쉽지 않다. 전기로의 원료인 스크랩 확보 경쟁으로 원가 리스크는 커졌는데 정작 시장에서는 수요가 없어 ‘그린 프리미엄’이 작동하지 않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탄소 저감 강판을 생산해도 고객사들은 기존 가격 유지를 원한다”며 “원가는 오르는데 판매처가 마땅치 않아 설비 전환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전기로 시대를 넘어 본격적인 수소환원제철(HyREX) 단계에 들어가면 전기료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소를 생산·저장·송출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까지 더해지면서 전력 사용량이 전기로보다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K스틸법’은 저탄소 전환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업계는 “정작 가장 아픈 부분이 빠졌다”는 입장이다.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지원은 명시됐지만 제조 원가 핵심인 전기요금에 대한 구체적 해법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2022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보다 2배 가까운 폭으로 인상돼 기업들이 낸 전기료로 가정용 적자를 메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강업계는 전기로·수소환원제철 투자를 사실상 ‘공공 인프라’로 규정하고 정부에 ‘전기료 지원 토털 패키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투자와 운영비를 떠안으면서 국가 전체의 탄소를 감축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핵심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수요 창출이다. 업계는 전기로·수소환원설비 도입 기업에 대한 요금 감면과 피크 요금 완화, 전력 직접 구매계약(PPA) 연동 할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 조달이나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저탄소 강재 사용을 의무화해 초기 시장을 열어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민동준 연세대 명예교수(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 공동위원장)는 “전기로 전환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결국 전기요금”이라며 “전기로 중심 전환을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니라 정부 에너지 정책 차원의 문제로 보고 종합 지원책을 짜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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