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설차 웅웅 소리에 살았다 싶었지”... 폭설도 가두지 못한 울릉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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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겨울왕국' 이라 불리던 울릉도.
저동리의 골목 어귀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예전 같으면 벌써 집 밖에 발도 못 붙이고 꼼짝없이 갇혔을 텐데, 이번엔 눈이 무섭게 쏟아져도 도로가 훤히 뚫려 있는 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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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cm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울릉, 고립의 공포를 밀어낸 것은 72시간 동안 잠을 잊은 노동의 땀방울과 도로 위를 달린 제설차와 첨단 제설 시스템의 공조였다”
예부터 ‘겨울왕국’ 이라 불리던 울릉도. 지난 20일부터 쏟아진 눈은 사흘 만에 성인 무릎 높이를 훌쩍 넘는 35cm를 기록했다.

거센 눈발 속에서도 섬을 잇는 일주도로와 가파른 산복도로는 숨을 쉬었고, 인명 사고나 재산 피해는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그 기적 같은 풍경 뒤에는 72시간 동안 잠을 잊은 사투가 있었다.
21일 새벽 4시, 모두가 잠든 시각 정적을 깨운 건 독일산 제설차 ‘유니목(Unimog) 500’의 거친 엔진음이었다.
울릉읍과 서면, 북면 사무소의 공직자들은 눈이 도로에 자리를 잡을 틈조차 주지 않았다. 제설차가 지나간 자리 위로 다시 눈이 쌓이기를 수십 번. 이들은 72시간 동안 제설기 핸들을 놓지 않았다.
대형 차량이 진입하기 힘든 좁은 골목과 가파른 산지에는 핀란드산 소형 제설 장비(AVANT 750i 등)들이 투입돼 주민들의 삶의 터전 곳곳을 누볐다. 여기에 살수차가 도로 위로 쉴 새 없이 뿌리는 바닷물은 영하의 기온에서도 도로가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장비 외에 눈에 띄는 것은 ‘첨단 제설 시스템’이었다. 사고 위험이 높은 급경사 구간에 설치된 ‘열선형 스노우멜팅 시스템’은 제설차의 손길이 닿기 전 스스로 눈을 녹이며 교통 단절을 막아내고 있었다.
행정의 속도에 주민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저동리의 골목 어귀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예전 같으면 벌써 집 밖에 발도 못 붙이고 꼼짝없이 갇혔을 텐데, 이번엔 눈이 무섭게 쏟아져도 도로가 훤히 뚫려 있는 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이어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웅웅 거리는 제설차 소리가 시끄럽긴커녕, ‘아, 이제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으로 들리더라. 우리 같은 노인네들 다칠까 봐 골목까지 제설 장비가 들어오는 걸 보고 정말 고마웠다. 그 추위에 고생하시는 분들,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대접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설 현장에서 만난 공직자들은 “치워도 끝이 없이 내리는 눈을 보면 막막할 때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예전과 달리 첨단 장비와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대응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대응은 단순한 행정을 넘어, 동쪽 끝 유일한 지자체 울릉군이 재난 상황에서 주민의 생존권을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된다.
‘눈이 오면 고립되는 섬’이라는 과거의 수식어는 이제 옛말이 됐다. 마치, 순백의 갑옷을 두른 것처럼 눈 쌓인 섬은 이제 서서히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비록 몸은 고단하고 손과 발끝은 얼어붙었지만, 누군가의 ‘안전한 출근길’과 ‘평온한 일상’을 위해 밤을 지새운 이들의 땀방울이 차가운 눈발을 녹이고 있었다.
폭설에도 울릉이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준비된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헌신이었다.
[홍준기 기자(=울릉독도)(zoom8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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