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SH-희림, 무한 변칙 또는 반칙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순탄하게 진행되던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은 2023년 말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설계가 대폭 변경돼 법률에 따라 설계공모가 필요하지만, 한겨레21이 입수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세운4구역 설계변경과 관련한 문건을 읽노라면 '서울시와 SH가 어차피 설계를 희림에 맡길 생각이었나'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표지이야기]

순탄하게 진행되던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은 2023년 말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20년 만이다. 삽을 뜨기 직전 ‘더 높게 지어야지’라며 막아 세운 건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그날부터 세운4구역 ‘높이 올리기’ 작업은 군사작전처럼 진행됐다. 목표는 확실했다. 적어도 빌딩은 높아야 하고, 착공은 2026년 전에 해야 한다는 것.
잘 굴러가던 사업을 멈춰 세우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했다. 그 명분은 이 사업이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서울시 내부 자료는 수익성이 양호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외부 전문가들도 “세운4구역은 입지도 좋고 오피스 수요도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여전히 서울시는 “공사비가 올랐다”고 할 뿐, 그래서 얼마가 손해인지, 얼마나 돈이 필요한지 산출한 적은 없다. ‘손해가 날 것이 뻔해’ 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할 정도의 사업은 아니었다.
높이 올리기 작전에 참전할 용사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로 정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각종 관급공사를 수주하고, 김건희 업체를 후원해왔던 그 희림 말이다. 설계가 대폭 변경돼 법률에 따라 설계공모가 필요하지만, 한겨레21이 입수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세운4구역 설계변경과 관련한 문건을 읽노라면 ‘서울시와 SH가 어차피 설계를 희림에 맡길 생각이었나’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SH는 한겨레21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거짓 해명을 해왔다.
희림은 2004년 국제설계공모에서 2등을 했다 . 그사이 세운4구역 사업의 운명과 함께 설계 계약도 파도쳤다. 1등 업체가 떠나고 얼떨결에 2등이던 희림이 설계권을 획득한다 . 2016년 드디어 국가유산청 (당시 문화재청 )과 세운4구역 건물 높이에 관해 합의했는데 , 웬걸 새로운 디자인을 뽑겠다고 한다 . 서울시는 2017년 국제설계현상공모에서 네덜란드 업체인 ‘케이캅’(KCAP ) 을 1등으로 뽑는다 . 케이캅이 마스터플랜에 해당하는 계획설계를 맡고 , 끝까지 계약을 붙잡고 버틴 희림은 중간 ·실시설계를 맡았다 . 그런데 오 시장의 ‘높은 계획’에는 케이캅 같은 외국 업체는 없었던 모양이다. 서울시는 케이캅에 계약 종료를 통보하고, 중간·실시설계를 맡은 희림에 모든 설계권을 줬다. 형식은 변경계약이다.
공모에서 당선돼야 얻을 수 있는 계획설계권을 변경계약으로 그냥 줄 수 있을까? 누군가는 국제설계공모에 지원하고 디자인을 만들어 심사위원 평가를 받고 나서야 끝내 얻어내는 계획설계권인데, 희림은 20년 전에 2등을 한 자격으로 이를 쉽게 얻어냈다. 이 의문을 한겨레21은 또다시 파고들어봤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1598호 표지이야기 : 서울시의 고의적 오답노트
기승전 '희림'이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701.html
용적률 안 올려도 사업성 충분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700.html
부쩍 귀 익은 이름 '희림', 윤석열 정권에서 돈방석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710.html
Copyright © 한겨레2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 ‘엄근진’ 흑백요리사 봤다면, 이제 냉부에 빠져야 할 시간
- “제 다리는 저보다 먼저 천국에 갔어요”
- 근로감독관에서 노동감독관으로 바뀐 이유
- ‘돈로 독트린’의 살생부,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
- 설계된 유행 ‘두쫀쿠’, 그 끝은
-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
- 통신사만 배 불리는 티켓 할인, 영화계는 피눈물
- 제주항공 참사로 동생 먼저 떠나보낸 누나의 편지
- 엄마는 왜 자꾸 같이 본 장면을 이야기할까요 [가자 모놀로그 07]
- 서부지법 취재하다 ‘폭도’ 몰린 그 감독 “국가의 예술인 탄압 막는 첫 판례 만들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