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시대 작은 위로 ⑤] “100원 들고 오던 단골 초등생이 부모 되어 아이와 같이 와요”

이남영 2026. 1. 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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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서민 식단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고 있다.

통상 3천 원을 상회하는 김밥 한 줄 가격이 외식업계의 보편적 기준으로 자리 잡은 현재, 대구 도심 한복판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수치가 포착된다.

개당 100원꼴로 팔리던 초창기 가격은 물가 상승의 파고 속에서도 인상 폭을 극도로 억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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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족 경영’으로 지켜온 ‘신천궁전떡볶이’
물가 상승에도 가격 인상 폭 극도로 억제
팬덤형 소비 형성하며 서민들 꾸준히 찾아
22일 오후 대구 중구 신천궁전떡볶이 봉산점에서 백정기(왼쪽) 신천궁전떡볶이 봉산점 대표와 부인 여원숙씨가 포즈를 취했다. 이들 부부는 대구 3대 떡볶이로 유명한 신천궁전떡볶이 창업주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외식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서민 식단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고 있다. 통상 3천 원을 상회하는 김밥 한 줄 가격이 외식업계의 보편적 기준으로 자리 잡은 현재, 대구 도심 한복판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수치가 포착된다. 1인분 가득 담아낸 떡볶이 가격이 단돈 2천500원.

◆ 30년 넘게 고수해온 '박리다매' 생존 전략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 '3대 떡볶이'로 정평이 난 '신천궁전떡볶이'의 '가격 고집'은 1993년 수성구 범어동 개업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당 100원꼴로 팔리던 초창기 가격은 물가 상승의 파고 속에서도 인상 폭을 극도로 억제해 왔다. 전국 프랜차이즈 떡볶이 세트 메뉴가 1만~2만 원대를 형성하는 시장 구조에서, 이곳은 튀김류를 모두 합쳐도 1만 원 한 장으로 결제가 가능한 '초가성비'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22일 점심시간 중구 봉산동 '신천궁전떡볶이' 매장을 찾은 직장인 김영수씨(34·남구 봉덕동 거주)는 "요즘 편의점 도시락도 1만원에 가까운데 여기서 떡볶이에 만두, 오뎅까지 시켜도 6천500원이라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백정기 대표가 구축한 이 독특한 가격 체계의 이면에는 가족 사랑이라는 정서적 배경과 효율적인 비용 통제가 자리한다. 제대 후 원인 모를 신경성 지병으로 조직 생활이 어려웠던 백 대표는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떡볶이 외길을 택했다. 지인에게 전수받은 조리법에 카레 가루와 고춧가루, 설탕을 배합한 특유의 양념은 대구 특유의 '카레맛 떡볶이'라는 독자적 장르를 개척하는 원동력이 됐다.

◆ 가족 경영으로 구현한 '로 코스트(Low-cost)' 운영

신천궁전떡볶이가 가파른 물가 상승에도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은 것은 '가족 경영'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외부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모델 대신, 백 대표 부부와 장남이 직접 운영 전면에 나서는 가족 경영 체제를 택했다. 이는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 2천500원이라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오는 3월 26일 달서구 두류동에 여는 신규 지점도 백 대표의 부인 여원숙 씨가 운영할 계획이다.

◆ 로컬 브랜드의 자산, '추억'이 만드는 높은 회전율

낮은 마진에도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은 압도적인 고객 회전율과 브랜드 충성도다. 1993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수성구 범어동 시절의 초등학생 단골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자녀와 함께 매장을 찾는다. 매장에서 만난 주부 이미영씨(42·수성구 범어동 거주)는 "초등학생 때 100원 들고 오던 집인데, 이젠 아이 학원 마치면 같이 간식 먹으러 온다"며 "가격이 싸니 포장해가는 양도 많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거주 가족이 맛을 잊지 못해 해외 배송을 요청할 만큼,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는 '팬덤형' 소비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백 대표는 "떡볶이 장사를 하면서도 배가 고프면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질리지 않는 맛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