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소방이야기·(19)] 청주 우암상가 아파트 붕괴

송병준 2026. 1. 2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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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 허술한 감시·관리… 공공이 부담한 책임도 미흡

자격 갖추지 않은 자가 건축
허가 내용과 달리 자재 부족
다수의 사망자 발생한 참사
공무원 징계 솜방망이 정리

1993년 1월 7일 새벽, 충청북도 청주시 우암상가 아파트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28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을 입었다. 우암상가 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 3개 동으로, 지하와 1층에 상가가 있고 2층부터 4층까지는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건물이었다. 지하 상가에서 발생한 화재가 1층과 2층으로 확대되었는데, 화재가 LP가스통을 폭발시키며 건물 전체가 붕괴되었다. 사고 시간대가 깊은 잠에 드는 새벽이었던 점, 주민 중 일부가 화재를 피해 옥상으로 대피한 점 등이 인명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로 작용했다.

이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형 사고의 전형적인 특징을 강하게 보여준다. 우암상가는 준공 후 약 1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비교적 신축 건축물이었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안전 신뢰도는 단순한 경년 경과보다는 건축에 적용된 기술 수준과 당시의 건축 규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최신 기준에 따라 설계·시공된 건축물이 더 안전한 것은 상식적이다. 그러나 이 상가 건물은 최신 건물이라는 외피 안에 사회 구조적, 제도적 취약성이 채워져 있었다.

건축물은 한 번 지어지면 공간을 점유해 오랜 기간 존재하고, 공공의 기반 시설물과 연결되며, 잘못 지어지면 위험 또한 공공으로 전이된다. 이에 건축은 오래전부터 일정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하도록 규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암상가는 제대로 자격을 갖추지 않은 자가 최초 허가에서 설계 변경까지 진행해 지었다. 허가 내용과 다르게 건물을 지탱하는 철근과 철제 빔을 부족하게 넣었고, 기둥은 가늘게 만들었다. 완공 후 3년마다 행정관청에 보고해야 할 관리 사항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인명 사고는 사후에 어떠한 처벌이나 보상으로도 그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누구도 온전한 책임을 질 수 없다. 그럼에도 남은 형식적 책임에 있어 사고에 관여된 주체들이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는 명백하게 알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이 사고에서 건축업자 개인의 책임이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허가 과정에서 거르지 않고, 부실 시공을 감시하지 않으며, 완공 후 정기적 관리 이행 의무를 확인하지 않은 공권력의 책임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 인명 사고였음에도 허가와 감독, 관리 체계 전반의 실패에 대해 공권력이 부담한 책임은 부족했다. 사고 이후 충청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이 경고 조치를 받고, 건축 당시 건설국장이 직위 해제되는 수준에서 정리되었다. 권한은 제도적으로 집중되어 있었으나, 그 권한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은 결과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이 귀속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의 목적이 공익을 지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사회 구조 속에서 권한을 가진 주체로부터 책임을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참사는 언제나 재발할 수 있다. 규정이 미비했다는 이유로 미리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던 문제를 외면할 때 법의 목적은 흐려지고 책임을 명백히 가르는 형식적 법치만 남는다. 형식적 법치는 소극적 행정을 낳고, 그 구조에서 대형 참사는 반복된다. 책임은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주체에 주어져야 한다.

권한의 집중과 책임의 회피, 위험의 외주화는 사회 전반에 여전히 구조적으로 내재하고 있고, 화려한 외피 안에서 재난의 조건으로서 참사로 드러날 때까지 보이지 않게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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