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연준 독립성 훼손안돼"…트럼프 제동
"해임할 정당한 사유 안보여"
직접 임명한 대법관도 반대
트럼프 최종패소 가능성 커져
잇단 금리인하 공세 주춤할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해임 조치한 사건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대법관들이 공개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대법원은 쿡 이사 사건에 대한 공개 구두변론을 진행했다. 앞서 1심 법원은 쿡 이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처분에 이의를 제기한 재판에서 "충분한 해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어 2심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로 해임을 통보할 당시 쿡 이사가 대응할 기회를 주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2심에서 패소하자 법무부는 쿡 이사의 직위를 유지한 하급심 결정을 정지해달라는 긴급 항소를 제기했다. 이날 변론은 이를 다루기 위해 열렸다.
이날 변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들조차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선 쿡 이사의 해임 사유가 된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에 대해 쿡 이사 측은 서류 표기상 단순 실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기만이거나 최소한 중대한 과실"이라며 해임 사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쿡 이사에 대한 대출이 이뤄진 시점이 연준 이사에 취임(2022년)하기 전인 2021년인 데다 직무와 무관한 행위를 이유로 해임하는 게 정당한지 의문이 제기됐다.
또 연준법상 연준 이사 해임은 '상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쿡 이사의 경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연준은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문제를 너무 성급하고 충분한 숙고 없이 결정하면 그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도 "이런 해임이 허용된다면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하거나 붕괴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대통령이 마음대로 연준 인사들의 해임을 시도하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쿡 이사에게 해임을 통지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권리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쿡 이사가 사기를 저질렀다는 글을 올린 지 5일 만에 해임을 통보했다. 대법관들은 연준처럼 중요한 기관의 고위직을 지나치게 서둘러서 해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주요 쟁점마다 대법관들이 쿡 이사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최종 판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 등 대다수 미국 언론은 대법원이 쿡 이사의 해임을 기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쿡 이사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사건으로 연준이 증거와 독립적 판단에 따라 금리를 정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변론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쿡 이사를 지원하기 위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쿡 이사에 대한 해임 처분이 무효로 판결이 날 경우 그동안 끊임없이 연준을 압박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발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 집착하며 노골적으로 연준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급기야 법무부는 연준 본부 리모델링 문제로 파월 의장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하며 중앙은행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됐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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