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이사통'으로 배운 소통의 의미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6. 1.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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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넷플릭스

6개 국어에 능통한 통역사 역할을 맡아 극 중 4개 국어를 선보였던 김선호. 작품을 준비하고 다양한 언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김선호가 배운 건 소통의 중요성이었다. 그리고 소통의 핵심은 어떤 언어를 주고 받았느냐가 아니었다. 서로 시간을 가지며 소통의 싱크를 맞춰가는 것. '이사통'을 통해 기다리는 소통을 배운 김선호는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연출 유영은·극본 홍정은·홍미란)의 김선호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이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예측불가 로맨틱 코미디다.

김선호는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한 다중언어 통역사지만, 사랑의 언어에는 서툰 주호진 역을 맡았다. 김선호는 코앞으로 다가온 연극 '비밀통로' 준비에 한창이라 반응을 많이 확인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시청해 준 전 세계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넷플릭스

주호진의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다중언어 통역사라는 설정이다.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하다는 설정 속에서 김선호는 극 중 총 4개 국어를 직접 선보였다.

"언어는 촬영 4개월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통역사분들이 오셔서 대본 위주로 숙지할 수 있게 도와주셨죠. 제가 '어떤 식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보여드리면 그에 맞춰 조절해 주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가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어서 선생님들이 옆에서 도와주시기도 했어요.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통역은 물론 감정까지 담아내야 했던 김선호는 이를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일본어는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걱정도 되고 부담이 컸어요. 배우는 게 힘들다기보다는, 통역사라는 직업인 만큼 프로처럼 비춰져야 한다는 점이 가장 신경 쓰였죠. 4개월 만에 언어를 완전히 터득하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이탈리아어가 생소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어요. 생각보다 템포감이 있어 재미있었어요. 이탈리아에서 촬영하다가 저도 모르게 한국말을 더듬은 적도 있었어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알지만, 통역사라는 직업 상 듣는 모습 역시 중요했다. 김선호는 말하는 대신 듣는 모습을 통해서도 주호진이라는 인물을 구축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호진이가 문어체 같은 말을 많이 쓰는데 문어체를 그대로 딱딱하게 연기하면 재미가 없다는 게 숙제였어요. 현장에서 유연하게 열려있으면서도 제가 의도한 걸 어디까지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제가 평소에 정적인 눈빛 하나로 감정을 표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호진이는 그런 힘이 필요했어요. 작가님들도 그렇게 원하셨고요."

/사진=넷플릭스

이성적이고 냉철한 통역사 주호진과 통통 튀는 톱스타 차무희.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은 '이사통'의 핵심 포인트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김선호는 감성적인 F 성향인 반면, 연기한 주호진은 철저한 T 성향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차무희를 연기한 고윤정이 오히려 T성향에 가까웠다. 

"행간이나 글이 어렵다기 보다는 캐릭터가 정말 철저한 'T(이성적)' 성향이라는 거였어요. 저는 'F(감성적)'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이해가 잘 안됐어요. 오히려 상대역인 (고)윤정이가 T 성향이라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서로의 역할을 바꿔 읽어보며 맞춰가기도 했죠.

중반부를 넘어가며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김선호 역시 주호진이 가진 결핍을 치유하는 과정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동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누군가를 공감하고 마음이 열리고 보듬어 주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결핍이 있는 인물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흥미로웠어요."

/사진=넷플릭스

다만, 이 과정에서 도라미라는 예상외의 인물이 등장한다. 도라미의 등장과 함께 '이사통'은 다소 판타지적 색깔이 진해진다. 일상적인 작품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였다.

"작가님들의 스타일이 있다 보니 예상을 하긴 했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 준비 과정에서 대본을 받고 알게 됐어요. 로맨스든 판타지든 도라미라는 인물은 주호진이 하지 못한 통역을 해준다고 생각해서 괜찮았어요. 그렇다면 호진은 도라미에게 어떻게 반응할 지도 생각해봤어요."

이러한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끝까지 시청하게 만든 건 김선호와 고윤정의 비주얼 합이었다. 김선호는 "윤정이에게 잘 묻어가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어떤 호흡을 맞췄는지 설명했다.

"저는 그 정도 배우가 아니고, 윤정이를 수려하고 예쁘게 봐주셔서 그렇게 이야기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잘 묻어가고 있어요. 비슷한 캐릭터가 꽁냥꽁냥하는 게 재미있는 작품이 있고, 전혀 다른 캐릭터가 무게감을 맞추는 게 재미있을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후자였어요. 무희가 리드해서 주제로 끌어갈 수 있도록 호진이는 잘 들어주고 최소한으로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공도 어딘가에 부딪혀야 튕겨 나가잖아요. 제가 버팀목이 되어주고 리액션을 해주려고 했어요."

/사진=넷플릭스

김선호 개인에게 이번 작품은 '갯마을 차차차' 이후 약 5년여 만의 로맨틱 코미디 복귀작이다. 다만 김선호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보다는 소통이라는 주제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고를 때 장르를 특별히 따지지는 않지만, 대본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통역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이었고, '사람들은 각자의 언어가 따로 있어'라는 대사에 꽂혔죠.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소통'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이 소통이라는 내용은 배우로서의 삶에도 큰 변화를 줬다. 말 자체에만 집중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좀 더 기다릴 줄 알게 된 것이다.

"배우는 연출자의 지시를 따르는 사람인데, 그동안 언어가 다른 경우가 많았어요. 사실 같은 이야기인데 말하는 방법이 달랐던 거죠. 저는 그걸 못 알아듣고 섣불리 행동하다가 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지금은 기다리면서 정확하게 소통이 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저의 연기도 변하게 됐어요. 극단적으로, 예전에는 상대의 대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면 이제는 상대의 연기가 완전히 저에게 전달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자극과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사통'을 시작으로 김선호의 2026년은 다양한 작품들로 채워져있다. 다양한 모습을 예고한 김선호는 올해에도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됐어요. 저라는 배우가 이런 역할, 저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발전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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