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은 나] "피겨는 고통과의 싸움…절실함으로 올림픽 도전"
생애 첫 동계올림픽 출전
선발전 1위로 기회 얻어
"완성된 연기 보여줄 것"
2년새 키 10㎝ 커지며
점프 흔들려 힘든 시간
'할 수 있다' 외치며 연습
"포기 않아야 성장하죠"

피겨는 동계스포츠의 꽃이자 화려함의 대명사다. 음악에 맞춰 유려한 연기를 펼치던 선수가 공중을 가르며 멋들어진 점프를 성공시키면 경기장은 관중 환호로 가득 찬다. 스포츠라기보다는 한 편의 예술 공연이 떠오르지만 피겨 선수들은 완벽한 7분을 만들기 위해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신지아(18) 역시 수천 번 엉덩방아를 찧으며 새로운 기술을 익혀 태극마크를 달았다.
신지아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출전 자격을 얻은 뒤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지만 당시에는 동계올림픽에 나가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이후 대회 일정에 맞춰 훈련 계획을 조정하면서 오랜 꿈이 현실이 됐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했다"고 말했다.
신지아는 주니어 시절부터 맹활약을 펼쳤던 실력자다. 2022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꾸준히 시상대에 올랐던 그는 '제2의 김연아'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키가 10㎝ 가까이 자라며 점프가 흔들리고 몸의 균형이 깨지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점프와 기술 때문에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신지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게 '할 수 있다'고 외치며 연습에 매진하면서 시련을 극복해 나갔다.
잃어버렸던 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그 덕분에 신지아는 지난해 11월과 이달 초 열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1·2차 선발전에서 펄펄 날았다. 두 대회 모두 정상에 오른 그는 합산 점수 1위로 상위 2명에게 주어지는 출전권을 따냈다.
신지아는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긴장도 많이 했다"며 "말이 가진 힘을 믿기에 '할 수 있다'는 주문을 계속해서 외쳤다. 경기를 하면서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다행히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2008년생인 신지아는 어린 나이에도 강인한 정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는 마음가짐이 그를 지탱하는 힘이다. 신지아는 "선수 생활을 하다보면 항상 좋을 순 없다. 기쁠 때보다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모두 내게 큰 도움이 됐다. 잘 안 될 때는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마음으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신지아는 연기와 점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케이팅·지상·체력으로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하기 싫은 날에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 피겨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그냥 하자'는 생각으로 다시 운동에 집중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생애 첫 동계올림픽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안정적인 기술에 성숙한 표현을 더한 완성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김연아 선생님을 보고 피겨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뒤를 이어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동계올림픽 출전을 확정하고 김연아에게 축하 인사를 받았다는 신지아는 우상인 김연아를 선배님이 아닌 선생님으로 부르는 이유에 대해 "선배님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어렵고 멀게 느껴져서 연아쌤이라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지아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피겨는 고통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숨이 차서 죽을 것 같고 근육이 당겨서 힘들지만 성실함으로 이겨내야 성장합니다. 그다음이 절실함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인데요.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신지아는 KB금융그룹 등 후원사들과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주변의 도움"이라며 "언제나 나를 믿고 응원해 주시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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