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프로야구 진출 박주아 “던지고 칠때 가장 행복해”
직업 야구인으로 발돋움해
“꿈에 그리던 순간…책임감 커”
한국 여자야구 관심도 소망
여자야구 뒤에 붙는 말은 어딘가 유난스럽습니다. 최연소, 최초, 눈물, 감동…. 선수들을 부연하는 단어도 대학생, 교사, 아르바이트생 등 이들이 처한 상황만 강조하는 표현이 대다수입니다. 빈약한 여자야구 사전에 단어 하나가 추가됐습니다. '프로 선수' 혹은 '직업 야구인'. 올해 미국 여자프로야구(WPBL)가 72년 만에 부활하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이 벅찬 단어를 거머쥔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프로야구 선수 박주아(22)입니다.
박주아는 개척자다. 언제나 없는 길을 만들었고 막힌 길은 뚫어냈다. 하동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중학교에 진학하고서 남자 사회인 야구팀에서 뛰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여성이 야구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다.
박주아는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야구공을 놓지 않았다. 2020년 꾸려진 창원시여자야구단 창단 멤버로 활약하며 그해 국가대표로 뽑혔다. 강한 어깨와 정확한 타격 능력을 지닌 그는 곧바로 국가대표팀의 붙박이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꿈 같은 미국행
지난해 여름 박주아는 우연히 본 한 기사에 눈길을 멈췄다. 미국 여자 프로야구가 다시 열린다는 내용과 함께 새 리그에서 뛸 선수를 공개 모집한다는 소식이었다. 박주아는 곧바로 모집 공고에 신청했다. 망설임은 없었다. 여자 프로야구 리그가 없는 한국에서는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남자 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과 훈련하며 치열하게 몸을 만든 박주아는 지난해 8월 19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2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트라이아웃(공개 선발시험)'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트라이아웃에서는 기본기부터 세세한 기술적인 부분까지 다양하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매일 테스트가 끝나면 숙소로 와서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어요."
WPBL 드래프트는 지난해 11월 21일 열렸다. 박주아는 예상을 깨고 상위 순번인 2라운드 13순위(전체 33순위)로 샌프란시스코 지명을 받았다. 전체 120명 가운데 33번째다. 함께 드래프트에 참여한 김현아(보스턴)·김라경(뉴욕)·박민서(뉴욕)도 지명 받으며 이번 드래프트에서 미국행을 확정지었다.
"돈을 받고 뛰는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는 사실은 정말 꿈에만 꾸던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자부심도 생기고 책임감도 더 커진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다시, 여자야구
박주아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어제도 오늘도 야구다.
"야구가 왜 좋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요. 제 대답은 항상 같아요. 그냥 야구가 제일 재밌어서예요. 저는 여전히 득점권 기회에서 좋은 타구를 날려 보내거나 공이 배트에 정확하게 맞는 순간, 누상을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해요. 그 마음만으로 야구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그는 야구를 사랑하는 만큼 여자야구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박주아는 WPBL 진출 소식이 알려진 뒤로 방송 출연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여자야구를 알리기 위함이다.


그는 매번 여자야구가 불쌍하고 열악한 환경이라는 점만 부각되는 게 아쉽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선수들이 처한 환경이나 훈련 여건이 불안정한 부분도 있지만 그 속에 있는 선수들이 조금 더 조명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자야구 선수들이 체계적으로 운동할 곳이 없는 점이나 학교 팀도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 등 여자야구가 처한 현실이 열악한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지닌 이야기나 선수들의 경기력 같은 부분도 같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그는 묵묵히 자신 곁을 지켜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주변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심과 애정을 꾸준히 보내주시면 좋겠어요. 박주아에 대해 쓴소리가 필요하면 해주셔도 좋고요. 저뿐만 아니라 여자야구에도요. 그런 게 다 관심이잖아요. 저도 응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 4개 팀이 참여하는 미국 여자프로야구는 8월 1일 개막한다. 4개 팀은 4주간 30경기를 치른 뒤 3주간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모든 경기는 중립 구장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로빈 로버츠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박신 기자